[2026 월드컵은 고지전]〈上〉 고지대 넘어야 웃는다
고지대서 3분 뛰니, 심박수 평소 2배… 산소 전달 잘 안돼 모래주머니 찬듯
회복 속도도 눈에 띄게 느려져
해발 3600m서 경기 해본 메시… “너무 고통스러워” 구토 증세도
사전 적응만이 해법… 2주는 걸려
홍명보호, 17일간 고지대 적응훈련

● 가쁜 숨과 무거운 다리
한국스포츠과학원 운동생리학실험실에는 잠수함 모양의 거대한 원통형 저산소 체임버가 있다. 내부 기압을 조절해 고지대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장치다. 체임버 문이 닫히고 내부 설정 고도가 올라가자 비행기가 이륙할 때처럼 귀가 먹먹해졌다.산소섭취량과 심박수 등을 측정하는 무선 휴대용 호흡가스분석기를 착용한 기자는 고도가 2000m가 됐을 때 시속 9km 속도로 트레드밀 위를 3분간 달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숨이 가빠졌고 이내 어지러움 증세가 나타났다. 다리는 모래주머니를 찬 것처럼 무거웠다.
평지와 고지대 환경을 각각 가정해 3분 달리기를 했을 때 신체 반응을 비교 측정해 봤다. 고지대에서 달렸을 때 평균 심박수는 151.8bpm으로, 평지(145.3bpm)보다 높았다. 고지대에선 휴식을 취할 때(79.5bpm)보다 평균 심박수가 2배 가까이 높았다.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온몸에 필요한 총산소공급량을 유지하기 위해 심장이 평소보다 더 빠르게 펌프질한 결과다. 박원일 한국스포츠과학원 운동생리학 박사는 “축구 선수들은 정규시간 90분 동안 단순히 달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유산소 운동과 고강도 스프린트를 병행하기 때문에 신체에 더 큰 부담이 가게 된다”고 말했다.
● ‘축구의 신’도 쩔쩔맨 고지대 산소 농도가 평지보다 낮아 혈중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는 고지대에선 운동 능력과 근육 회복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축구는 공수 전환 속도가 빠르고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동작이 많기 때문에 고지대에서 뛰는 선수들은 신체 이상 반응이 나타날 때도 있다. 어지럼증과 구토, 수면 부족 등이 대표적이다. 땀 배출량도 늘어나 탈수로 이어질 위험성도 크다.‘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는 2009년 해발 약 3600m의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2010 남아공 월드컵 남미 예선 방문경기에서 1-6으로 패한 뒤 “매우 고통스러웠다. 조금만 전력 질주해도 숨을 고르기 어려웠고, 상대 선수들이 더 빠르게 느껴졌다”면서 “그곳에서는 정상적으로 경기하는 게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메시는 4년 뒤 같은 곳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는 경기 도중 구토 증세를 보였다. 브라질 대표팀은 2017년 라파스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경기에서 하프타임과 경기 후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했다.
● 홍명보호, 24시간 적응 돌입
홍명보 감독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팀에는 고지대 환경을 경험해 본 선수들이 많지 않고 월드컵 본선까지 준비 기간도 길지 않다. 선수들이 고지대에서 느끼게 될 불편함을 얼마나 줄여 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사전 적응’을 통해 체내 산소 운반을 담당하는 헤모글로빈의 생성을 촉진하는 호르몬 분비를 늘리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까지 약 2주가 걸린다. 대표팀이 솔트레이크시티에 2주 넘게 머물며 고지대 적응 훈련을 하는 이유다.
한국 대표팀의 훈련 방식은 고지대에서 생활과 훈련을 병행하는 ‘LHTH(Living High Training High)’다. 박원일 박사는 “단기간에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몸을 24시간 저압·저산소 환경에 노출시켜 빠른 적응을 돕는 LHTH 방식이 효과적이다”고 했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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