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번 연장된 '유류세 인하', 이번에는 일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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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1일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 …검토 나선 정부
근원물가 2.0%대 달성, 국제유가 하락 전망 무게
지난해 교통세 오차율 34.6%, 전체 오차율 웃돌아
"이제 효과보다 부작용 우려, 일몰 단행해야"

  • 등록 2025-08-11 오전 5:10:00

    수정 2025-08-11 오전 5:10:00

[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정부가 이달 말까지로 예정된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이어온 조치였지만, 향후 재정정책의 기반이 될 세수를 생각하면 더 이상 이를 연장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제 유가가 안정세에 접어들고, 근원물가가 2%대 안정세를 보이는 만큼 일몰에 나설 때라고 봤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석유류 가격 하락세…내주 연장 여부 결정해야

1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오는 31일로 유류세 인하 조치가 일몰 예정이다. 조치를 연장하려면 국무회의를 통해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 등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는 최근 국제유가 동향과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타당성 검토에 돌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방향성이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며 “대내외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새 정부 출범 첫 달인 지난 6월로 유류세 인하 조치는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당시 이란과 이스라엘의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하는 등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인하를 연장했다.

원래대로라면 세입 여건을 고려해 상반기까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이어가고 하반기에는 이를 종료할 계획이었지만, 물가 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폭염·폭우로 인해 채소류 등 물가는 뛰었지만,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0% 내려 6월(0.3% 상승) 이후 한 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2.1%)을 밑돈 수치이기도 하다. 식료품과 석유류 등 공급 측 영향이 큰 부분을 제외하고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2.0% 올라 정부의 물가 안정 목표치를 달성했다.

국제유가는 보통 2~3개월 시차를 두고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에 반영된다. 최근 국제유가는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배럴당 70달러 수준을 밑돌며 이란과 이스라엘 사태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오는 9월 증산에 나설 가능성 등 여러 요인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진 상황으로,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4년 넘게 유류세 ‘딜레마’…“부작용 고려해 일몰해야”

정부로서는 물가를 관리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동시에 재정의 근간이 되는 세입 역시 관리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놓였다. 특히 유류세 인하는 코로나19 상황인 지난 2021년 11월 첫 시행된 이후 16차례나 일몰이 연장되며 4년 넘게 이어졌고, 세수를 압박하는 원인 중 하나로 거론돼왔다.

약 31조원 가량의 세수 부족이 있었던 지난해에도 유류세 인하 조치를 이어간 탓에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덜 걷혔다. 지난해 걷힌 교통·에너지·환경세는 11조 4000억원이었는데, 이는 예산상 계획(15조 3000억원)보다 3조 9000억원이 부족한 것으로 오차율은 34.6%에 달했다. 전체 국세(-9.1%)는 물론 법인세(-24.2%), 소득세(-7.1%) 등 주요 세목보다 그 폭이 더 컸다.

올해도 유류세 인하를 이어가게 된다면, 세수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10조 3000억원 규모의 세입 경정(감액)을 결정했다. 이를 통해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본예산(15조 1000억원)대비 7.3%(1조 1000억원) 가량 줄어든 14조원 가량이 걷힐 것이라고 목표를 수정했다. 지난 6월까지 국세수입을 보면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총 6조 2000억원이 걷혔고, 아직 진도율은 44.5%로 최근 5년 평균(50.0%)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세입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미 유류세 인하 조치가 오래 이어져 왔고, 물가 안정 효과보다는 오히려 가격 교란 효과가 있어 일몰을 단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물가 목표치는 이미 달성됐고, 이제는 효과도 미미한 상황”이라며 “가격 교란 등 부작용을 고려해 완전 일몰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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