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고 엿새만에 조사 결과 발표
“타격 뒤 진동 동반한 화염-연기 발생
드론인지 미사일인지 추가 조사 필요”
이란 비행체 확인땐 관계 경색 가능성
중동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돼 있던 한국 HMM 소속 화물선 ‘나무호’에 발생한 폭발이 외부 공격에 따른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두고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정박 중인 한국 선박 26척의 안전에 대한 우려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란의 공격 여부에 대해선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 선박에 대한 공격이 발생한 직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지목한 만큼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 작전 참여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비행체 타격, 1분 후 2차 타격으로 화재 확산”
박일 외교부 대변인이 1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HMM 나무호 폭발 및 화재 사고의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6.5.10. 뉴스1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현안 브리핑에서 “미상의 비행체 2기가 1분 간격으로 나무호 선미를 타격했고 이로 인한 충격 후 진동을 동반한 화염 및 연기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기관실 화재는 미상의 비행체 1차 타격으로 발화가 되고 이후 2차 타격으로 화재 규모가 급격히 확산된 것으로 보이며, 화재 원인은 선박 내부와는 무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외교부는 이날 브리핑과 함께 피격을 받은 나무호 선체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에는 외부 타격과 폭발로 선체가 찢어져 외판이 외곽으로 돌출되고 바닥이 뚫리는 등 선체 내부가 불에 타 파손된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박 대변인은 “파손 부위는 해수면보다 1∼1.5m 높은 부분이고, 폭발 압력으로 인한 파손 패턴과 반구형 관통 형상 부위 등을 고려할 때 기뢰 및 어뢰 피격 가능성은 낮은 걸로 보인다”며 “드론인지, 미사일인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10일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중이던 HMM 나무호 관련 정부 합동 조사단이 현장 조사를 지난 8일 실시했다”며 “조사 결과 지난 4일 미상의 비행체가 HMM 선미를 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CCTV 영상에 해당 비행체가 포착됐으나 발사 주체 정확한 기종 및 물리적 크기 등을 확인하기에는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며 “현장에서 수거된 비행체 엔진 잔해 등을 추가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미상의 비행체 타격으로 화재가 발생한 나무호 내 모습. (사진=외교부 제공) 2026.05.10.
나무호 폭발이 외부 공격으로 확인된 것은 엿새 만이다. 폭발 발생 초기 드론 공격 가능성 등이 거론됐으나 정부는 6일 “피격이 확실하지 않은 것 같다”며 해양안전심판원 조사관 3명과 소방청 감식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정부 조사단을 현장에 급파했다. 합동조사단은 8일 오전에는 선박 외관을, 오후에는 선박 내부를 감식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당초 피격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밝힌 데 대해 “선원들이나 인근 선박의 육안 확인만으로는 파공(구멍)을 식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주한 이란대사 불러 면담, 외교 파장 불가피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 2026.03.26. 서울=뉴시스
조사 결과 발표와 동시에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쿠제치 대사는 면담 후 “우리는 단지 이 사고(accident)에 관한 일반적인 이슈 일부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란군의 공격인지에 대한 질문엔 “(한국)외교부에 물어보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이란 정부는 그동안 이번 사건이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6일 “해상 규정을 위반한 한국 선박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이란의 공격에 따른 폭발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정부는 “특정 국가를 예단하지 않는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도 “아직 이란의 공격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의에 의한 공격인지 실수인지도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 조사에서 이란 혁명수비대(IRGC) 등이 사용하는 비행체와 동일한 기종으로 판명될 경우 한-이란 관계는 경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MFC) 참여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무호 폭발 사고 발생 직후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한국의 화물선을 포함해 (전쟁과) 무관한 국가들을 향해 몇 차례 발포했다”며 “이젠 한국이 이 임무에 합류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 대변인은 “금번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비롯해 미 측의 구상 참여 문제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공격 주체를 알고 있었는지, 미국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받은 것은 없었는지’에 대한 질문엔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제한된다”고 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뉴스1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번 피격 사건은 명백한 국가 주권 침해이자 해상 안보 위기”라며 “특정 세력의 공격이 확인될 경우, 정부는 단호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