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이효석문학상] 장애·학폭·가부장제 … 지금 한국소설이 묻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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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이효석문학상] 장애·학폭·가부장제 … 지금 한국소설이 묻는 것들

입력 : 2026.06.09 17:16

최종 후보 6편 격론끝 선정
정체성·돌봄·폭력·가족 등
한국사회 균열 다각도로 조명
대상 수상작 7월 중순 발표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이효석문학관에 설치된 가산 이효석 선생의 좌상 모습. 이효석문학재단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이효석문학관에 설치된 가산 이효석 선생의 좌상 모습. 이효석문학재단

삶과 밀착한 거리에서 깊은 사유를 추동하는 동시대 최고의 한국 소설을 가려 뽑는 이효석문학상의 최종심 진출작이 확정됐다. 올해 이효석문학상의 최종심에는 황시운의 '일일업무 보고서', 박솔뫼의 '사과', 임솔아의 '나의 빈 묘에', 장희원의 '영주', 성혜령의 '하악', 정기현의 '그거 점 된다'(이상 등단연도순) 등 6편이 선정됐다.

올해 심사위원으로는 기수상작가인 조해진 소설가('산책자의 행복', 제17회)와 안보윤 소설가('애도의 방식', 제24회), 아울러 김미정·강동호·최가은 문학평론가가 참여 중이다. 5인의 심사위원회는 지난 4월부터 이효석문학상의 예심작 선정을 시작해 총 17편의 작품을 선별한 뒤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한 바 있다. 심사위원들은 지난 7일 첫 독회를 열어 17편을 검토해 6편으로 압축했다.

올해 작품들의 경향에 대해 김미정 문학평론가는 "저 역시 동시대의 내부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잘 보이지 않거나 감지하기 어려운 것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예심작을 면밀하게 확인했다"며 "심사위원들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선호도 역시 중요한 기준일 테지만, 독자 입장에서의 다양성도 함께 고려했다"고 말했다.

안보윤 소설가는 "2026년 문학을 이야기할 때 '정체성의 문제'를 빼놓을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고민이 컸다"며 "올해는 유독 정치와 관련된 문학 작품이 많이 나왔는데, 시대성이 전면화되기보다 우리의 삶과 밀착된 형태로 드러나는 작품이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종심에 진출한 여섯 작품은 서로 다른 소재와 주제를 통해 문학의 보폭을 넓히려는 힘과 자기 갱신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사진설명

황시운의 '일일업무 보고서'는 두 다리가 마비된 장애인 재택 근무자의 고립된 삶을 근접거리에서 보여준다. 그는 아무도 보지 않는 게시물을 스크랩하는 '무쓸모한' 업무로 생활하는데, 독자는 경악스럽다 못해 섬뜩하기까지 마지막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박솔뫼의 '사과'는 사원용 숙소에서 열차를 타고 출근하는 애리는 늘 '흔들리는 창'을 보며 시간을 보내왔다고 느낀다. 어디에도 속한 적 없는 감각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삶의 풍경은 언제나 임시 거처이며, 잠 속의 공간이야말로 자신의 진짜 거처라고 그는 느낀다. 자기만의 감각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서사다.

임솔아의 '나의 빈 묘에'는 강아지의 유골을 묻는 지윤과 윤미의 이야기로, 그들이 향한 곳은 윤미의 부친 상택이 멸시와 인정욕구 속에서 일군 합동 가족묘다. 반지하의 습기로 '뼈곤죽'이 된 강아지 유골을 묻는 이야기로 시작한 서사는 가부장제 질서를 곤죽으로 만들어버리는 결말로 치닫는다. 장희원의 '영주'는 우진의 시점에서 바라본 영주를 다룬다. 우진은 고교 시절 가해자, 영주는 피해자였다. 영주는 등단 후 작가가 된 우진에게 '그런 짓을 하고도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밝히겠다며 기이한 요청을 한다. 학폭의 정죄를 넘어 '가해자의 문학은 과연 가능한가'를 윤리적 차원에서 질문한다.

성혜령의 '하악'은 마흔 번째 생일을 맞은 자인이 하루에 만난 두 인물을 대조시킨 작품이다. 발달장애를 가진 자인의 동생 태인과, 외모와 배경이 빠짐없이 완벽해 보이는 사촌동생 서린이 그들이다. 한쪽은 결핍을, 다른 한쪽은 완벽을 말하는 듯하지만 이러한 시선이 얼마나 정상성에 대한 폭력이자 오해인지를 포착해낸다. 정기현의 '그거 점 된다'는 현실 세계와 초현실주의가 뒤섞인 작품이다. 새로 산 집의 갈고리에 자신의 몸을 걸치고 '스스로 전신의 거죽을 벗겨 조금씩 작아지는' 학원 선생 희정과 동료 교사 문혜를 다룬다. 프란츠 카프카, 발자크의 '나귀 가죽'을 떠올리게 하는 지점이 있는 이 소설은 논쟁작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효석문학상은 가산 이효석의 장남 이우현 선생이 이끄는 이효석문학재단과 매일경제신문·교보문고가 공동 주최하는 문학상으로, 올해 27회를 맞았다. 대상 수상작엔 5000만원, 우수상 수상작 5편엔 각 500만원 등 총상금 7500만원이 주어진다. 최종 심사결과는 7월 중순에 발표되고, 시상식은 9월 강원도 평창 이효석문학관에서 개최된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은 9월 출간될 예정이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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