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커버 스토리 ②-2 
불붙은 NDC 속도 논쟁
                            
                        
폭염·폭우·산불·가뭄 등 유례없는 기후 재난이 일상처럼 느껴지는 요즘, 우리나라는 기후 위기 대응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지구온난화 수준과 그로 인한 피해는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에 비례하며, 우리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까지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지 곧 결정해야 한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의 기후 소송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회는 내년 2월까지 2031~2049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입법해야 한다. 이 중요한 시점에 국제사회는 기후 위기 대응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결정을 내렸다.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유엔총회의 요청으로 ‘기후변화와 관련된 국가의 의무’에 대한 권고적 의견을 발표한 것이다. 2년 넘게 진행된 절차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역대 가장 많은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여했으며, ICJ는 만장일치로 각국의 법적 의무와 책임을 명확히 했다.
ICJ는 특히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관련해 국가의 결정 재량은 국제법에 따라 제한된다고 판단했다. 만약 그 범위를 벗어나 목표를 설정할 경우 이는 국제 위법행위로 간주되며 기후 위기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가에 대한 원상회복·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과학이 정한 1.5℃ 목표, 그리고 NDC의 법적 한계
ICJ는 파리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결정을 근거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로 제한하는 목표는 과학에 기반한 합의된 기준임을 명확히 했다. 따라서 각국의 NDC는 집합적으로 1.5℃ 목표 달성에 부합해야 하며, 2023년 전 지구적 이행 점검 결과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해당 점검에 따르면 전 세계는 2019년 대비 2035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60% 감축해야 1.5℃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준연도인 2018년으로 환산하면 61% 감축에 해당한다. 다만, 이 수치는 전 세계 평균치이며, ICJ는 기후변화협약 체계의 핵심 원칙인 ‘공통적이지만 차이가 있는 책임과 각자의 역량(CBDR-RC)’ 원칙을 재확인했다. 즉 온실가스배출 책임이 크고 기후 위기 대응 역량이 높은 국가는 평균보다 더 많이 감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연간 배출량 5위 ▲1인당 배출량 5위 ▲GDP당 배출량 8위 ▲1990년 이후 누적 배출량 8위로 온실가스배출 책임이 상당히 크다. 또 유엔 통계국, 세계은행, 유엔개발계획 등 주요 국제기구의 발전 단계 평가에서도 모두 최고 수준의 선진국 등급에 해당한다. 즉 우리나라는 책임도 크고 역량도 충분한 국가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ICJ의 권고적 의견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의 2035년 NDC는 최소 2018년 순 배출량 대비 61% 이상 감축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지난 6월 환경부와 탄소중립위원회에 대해 책임과 역량의 원칙에 따라 전 지구적 감축 노력에 부합하는 NDC를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더 나아가 미래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지 않도록 탄소예산을 고려해 초기부터 가능한 최대 감축 경로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예산은 온난화를 1.5℃로 제한하기 위해 추가로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의미한다.
플랜1.5는 이러한 기준에 따라 우리나라의 탄소예산 최대치를 87억4000만 톤(2020년 기준)으로 산출하고, 이에 부합하는 2035년 NDC를 2018년 대비 65% 감축으로 제시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 감축률(61%)보다 높지만, 우리나라의 책임과 역량을 고려할 때 공정한 수준의 목표치로 평가된다.
“정부의 낮은 탄소감축안, 국제법적 리스크 키워”
헌법재판소는 기후 소송 판결에서 국가의 NDC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전 지구적 감축 노력에 공정하게 기여할 것, 둘째 미래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지 않을 것, 셋째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에 근거할 것 등 현재 국회에는 장기 감축 경로를 명시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여야를 막론하고 다수 발의돼 있다. 이들 개정안은 공통적으로 탄소예산 산출 근거 조항을 신설하고, 2035 NDC를 최소 60~65% 감축 수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와 ICJ의 판단을 반영한 점에서 개선 입법의 긍정적 흐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국회의 입법 시한인 내년 2월보다 이른 올해 11월까지 2035 NDC를 확정해 유엔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점이다. 현재 제시된 논의안에는 탄소예산에 부합하는 65% 감축안, 국제 평균에 해당하는 61% 감축안 외에도 현행 2030 NDC 산정 근거로 쓰인 선형 감축 경로(53%), 심지어 이보다 낮은 48% 감축안까지 포함된다. 선형 감축 경로는 2018년과 2050년 배출량을 직선으로 연결한 단순 계산에 불과하며, 과학적 근거 없는 임의적 방식이다. 이로 인해 현행 2030 NDC는 해외 주요 기관으로부터 최하위 등급으로 3~4℃ 온난화를 초래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ICJ가 명시한 국가의 재량은 1.5℃ 목표 달성 범위로 제한된다는 원칙에 비춰볼 때 이처럼 낮은 감축률
을 포함하는 것은 법적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다. 특히 산업 부문 감축률은 21~30% 수준으로 논의되고 있어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독일(40% 이상), 일본(40~43%), EU(64%)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한국의 탈
탄소 전환은 글로벌 경쟁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 여전히 OECD 최하위 수준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세계 최저 수준의 기후테크 양적·질적 지표, 주요국 대비 가장 높은 탄소집약도와 가장 느린 탄소집약도 개선 속도 등 지속가능 전환 지표에서 뒤처진다.
헌법재판소는 미래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 NDC 수립은 미래 국민의 자유와 세대 간 평등한 기본권 보장을 위한 헌법적 요청이라고 명시했다. ICJ 또한 기후 위기를 모든 생명과 지구의 건강을 위협하는 행성적 생존 문제라고 규정하며 현재 삶의 방식을 바꾸려는 의지와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국회는 헌법재판소 결정과 ICJ 권고를 이행해 1.5℃ 목표 달성이 가능한 수준의 2035 NDC와 장기 감축 경로를 확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구조를 개혁하고 탈탄소 전환 시대의 산업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최창민 플랜1.5 변호사·기후활동가

                        7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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