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20대 남성 A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올리브영 웰니스 플랫폼 '올리브베러'에 들러 블루베리와 단백질바, 콜라겐 진열대를 살폈다. 예전 같으면 화장품을 사러 들렀을 곳이지만 이젠 '오늘 몸에 필요한 것'을 고르는 장소로 변한 것이다.
퇴근길에 다이소에 들른 20대 여성 B씨는 휴지와 물티슈를 담은 뒤 계산대로 향하다 멀티비타민 하나를 집었다. 한 달치 영양제를 거창하게 사들이기보다는 3000원, 5000원짜리로 가볍게 몸에 맞는 제품을 찾는 식이다.
성인 2000명 조사…건기식 '면역력·피로회복용'
인공지능(AI) 리서치 전문 플랫폼 기업 오픈서베이가 최근 공개한 '건강기능식품(건기식) 트렌드 리포트 2026'에 따르면 이 같은 같은 소비 패턴이 확인된다. 오픈서베이는 지난 5~9일 전국 만 20~69세 2000명 대상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 설문을 진행, 현재 건기식을 섭취하는 응답자 1000명을 별도로 분석했다.
조사 결과 현재 건기식을 섭취하고 있는 응답자는 76.5%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건기식 지출에 돈을 더 많이 쓰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10명 중 9명꼴(88.1%)로 집계됐다. 건기식을 섭취하는 이유로는 면역력 향상(52.9%)과 피로회복(46.7%)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건강 관련 소비가 우선순위였다는 얘기다.
연령에 따라 섭취 이유도 달랐다. 20~40대는 피로회복과 면역력 향상 중심, 40대부터는 눈 건강 같은 특정 부위 관리에 주목했다. 50~60대에선 뼈·관절과 혈당 관리 등 예방 목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건기식이 연령과 성별, 고민에 따라 달라지는 '맞춤형 상품'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뷰티 목적 상품의 확장세도 확인됐다. 피부 탄력·주름 개선 목적에선 콜라겐이 56.4%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체중·체지방 감소와 붓기 완화 목적에선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가 각각 24.2%, 16.5%로 가장 높았다. 모발·두피 관리 목적에선 비오틴이 33.5%로 선두를 달렸다.
2030, 쿠팡·네이버 대신 다이소·올리브영으로
정보 탐색 경로도 달라졌다. 건기식 정보 탐색 채널은 온라인 검색이 55.9%로 가장 많았다. 가족·친구·지인 추천은 37.6%, 동영상 플랫폼은 29.5%를 차지했다.
생성형 AI 검색은 14.1%을 기록하면서 약국 상담(14.3%)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검색어는 '영양제 추천' 요청이 가장 많았고 개인 맞춤 필요와 성분 효능 문의가 뒤를 이었다. 건기식이 약사 상담만으로 결정되는 상품이 아니라 검색과 영상, AI 추천을 거쳐 고르는 소비재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지출을 줄이는 방식도 '포기'보다는 '최적화'에 가까웠다. 할인·프로모션 때만 산다는 응답이 50%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용량 구매' 41%, '더 저렴한 제품 구매' 28.8%, '해외직구 전환' 15.8%, '더 저렴한 채널로 이동' 14.6% 순이었다. 온라인몰, 드럭스토어, 균일가 매장이 동시에 커지는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주 구매 채널'로는 쿠팡과 네이버쇼핑이 여전히 상위권을 지켰지만 20~30대에선 다이소나 올리브영의 존재감이 커졌다.
올리브영의 경우 '효능과 성분을 꼼꼼히 따지는 여성·30대 중심 채널'로 요약됐다. 다이소는 '가격을 중시하는 20·30대가 기본 영양제를 즉흥적으로 구매하는 채널'로 분석됐다.
실제 올리브영 이용자의 계획구매 비중은 63.7%, 다이소 이용자의 즉흥구매 비중은 53.3%를 나타냈다. 올리브영이 2023년 건강식품 매출을 전년 대비 43% 늘리고 샷·구미 형태 상품 매출을 93% 끌어올린 점도 이 같은 변화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올리브영에서 건강식품을 가장 많이 산 고객 평균 연령은 30세로 알려졌다.
작년 건기식 시장 6조 규모…"일상적 쇼핑 영역"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조사를 보면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5조9626억원으로 전년보다 0.2% 증가했다. 협회가 전국 67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선 1년 내 건기식 구매 경험률이 83.6%로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컴퍼니는 지난해 조사 당시 MZ세대 사이에서 '웰니스'가 일회성 구매에 그치지 않고 일상적이면서 개인화된 실천이 됐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오민정 오픈서베이 담당자는 리포트를 통해 "건기식은 단순히 챙겨 먹는 영양제를 넘어 일상적 쇼핑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며 "쿠팡과 네이버쇼핑이 시장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사이 2030세대의 발걸음은 올리브영과 다이소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이소에서 단일비타민 등 기본 영양제를 구매하는 반면, 올리브영에선 콜라겐·단백질 음료 등 뷰티 목적 제품까지 함께 구매하고 있다"며 "누가, 왜 먹느냐에 따라 선택의 기준도 더 세분화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세밀한 맞춤형 시대가 열렸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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