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 앞둔 상장사들…정관 개편 속 행동주의 공방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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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포함 주요 기업들 3월 정기 주총 일정 확정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정관 선제 반영
행동주의·주주연대 공세 겹쳐 ‘주주환원 요구’ 거세질 듯
“제도 변화 맞물려 거버넌스 재편”…대응이 투자 변수로

  • 등록 2026-02-24 오후 3:58:32

    수정 2026-02-24 오후 3:58:32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요 상장사들이 정관 변경 안건을 잇달아 상정하고 있다.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상법 개정 내용을 정관에 선제 반영하려는 움직임이다. 여기에 이번 주총 시즌은 행동주의 펀드와 주주연대의 공세까지 겹치면서 자사주 소각·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요구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이사회를 열어 3월 정기 주주총회 일정을 확정하고 관련 안건을 공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18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물산·LG에너지솔루션·기아는 20일 주총을 각각 개최한다. 23일엔 LG전자·네이버가, 24일엔 포스코홀딩스·셀트리온 등이 주총을 진행한다.

(사진=연합뉴스)

‘상법 개정發’ 정관 바꾸는 3월 주총

올해 주총 안건의 공통 분모는 상법 개정 내용을 반영하기 위한 ‘정관 정비’다. 상법 개정 직후 첫 정기 주총은 제도 반영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이 ‘패키지’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서다. 2011년 4월 상법 개정 이후 첫 정기 주총에서도 1342개사 중 993개사가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한 것으로 집계됐다.

재계가 이번 주총에서 민감하게 보는 대목은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감사위원 관련 의결권 제한 강화 등이다. 정관 문구 변경이 실제 표 대결 구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제도 시행 시점이 남아 있더라도 정관을 미리 손보는 기업이 늘면서 이번 주총이 사실상 이사회 인적 구성과 권한 구조에 적잖은 변화를 끼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005930)는 이번 주총 안건으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관련 조문 정비 △사외이사의 독립이사 명칭 변경 관련 조문 정비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 상향 관련 조문 정비 △전자 주주총회 도입 관련 조문 정비 △이사의 임기 조문 정비 등을 상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도 정관 변경 승인의 건을 안건으로 올려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배제 금지 반영 △전자 주주총회 개최 의무 및 의결권 대리행사 방법 변경 반영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명칭 독립이사로 변경 반영 △분리선출 감사위원 인원 증원 반영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 관련 조항 반영 등을 추진한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개정 상법 시행에 따른 환경 변화는 개별 제도 하나의 수정에 그치지 않고 여러 제도가 맞물리며 기업 지배구조를 전반적으로 변화시키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며 “특히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은 이사들의 업무 수행 기준을 한층 더 높여 의사결정 과정 자체를 규율하는 또 다른 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공세…주주환원 요구 확산

상법 개정에 따른 제도 변화가 주총의 ‘형식’을 바꾼다면, 주주들은 주총의 ‘내용’을 흔들 예정이다. 올해 주총 시즌엔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강화와 이사회 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포함된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둔 점도 주총장의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행동주의 펀드들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코웨이(021240)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자본구조 재정비와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요구했고,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003240)과 KCC(002380) 등을 상대로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촉구했다. 라이프자산운용도 BNK금융지주(138930)에 사외이사 선임 절차 개선, 이사 대상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도입을 제안했다.

또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051910)의 저평가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일부 매각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소액주주들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압박하고 있어 주총을 앞두고 주주제안 움직임이 활발해지리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올해 주총이 주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소통·환원 전략까지 요구하는 국면으로 번지고 있다고 봤다. 율촌 기업지배구조센터는 “자산운용사들과 소액주주들이 올해 주총에서도 주주환원·기업가치 제고와 관련된 주주제안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은 주총 전부터 주주 지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소통 창구를 선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증권가에선 기업 대응의 양극화가 투자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제도 변화와 행동주의 공세 앞에서 기업 대응이 선제 정관 정비와 방어적 대응으로 나뉘고 있다”며 “무대응 기업은 시행 이후 법적 리스크와 충실의무 관련 소송 가능성에 동시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같은 업종에서도 거버넌스 정비 여부에 따라 시장이 부여하는 프리미엄과 디스카운트가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자발적 지배구조 정비 기업과 지배구조로 인해 저평가받는 기업을 선별한 투자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이 양극화가 투자전략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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