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MLB(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3할 타자는 멸종 위기다. 10일(한국시간)까지 양 리그를 합해 3할 이상을 기록 중인 타자는 단 7명(아메리칸리그 6명, 내셔널리그 1명)뿐이다. 이는 지난 해와 같은 수치다. 전체 1위인 애런 저지(33·뉴욕 양키스)의 타율은 0.321이다.
MLB 역사상 3할 타자가 가장 적었던 해는 57년 전인 1968년이었다. MLB에서 '투고타저(投高打低)' 현상이 극심했던 그해 오직 6명의 타자만이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반면 이 시즌에 MLB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 1점대를 기록한 선수는 7명이나 됐다. 특히 불꽃 같은 강속구를 구사했던 밥 깁슨(1935~2020·당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기록한 1.12의 평균자책점은 1920년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었다.
MLB 역사상 한 시즌 최저 평균자책점은 1880년 팀 키프(1857~1933)의 0.86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반발력이 약한 공을 사용했던 이른바 '데드볼 시대'라 야구 전문가들은 깁슨의 평균자책점을 진정한 기록으로 평가하고 있다.
MLB는 1968년 절정을 이뤘던 투고타저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이듬해 투수 마운드의 높이를 기존 15인치(38.1cm)에서 10인치(25.4cm)로 낮췄다. 마운드를 낮추면 공의 낙하 각도가 줄어들어 타자가 투구의 궤적을 파악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마운드 높이 변화는 곧바로 타격 상승세로 이어졌다. 1968년 0.237에 불과했던 MLB 전체 타율은 이듬해 0.248로 상승했으며 평균 득점도 1968년 경기당 3.42에서 4.07로 올라갔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홈런 부문에서 나타났다. 1968년 MLB 전체 홈런 수는 1995개였지만 이듬해엔 3119개로 크게 늘어났다.
MLB에서 3할 타자의 숫자는 1969년부터 1992년 사이에 매년 평균 27명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 MLB 선수들의 약물 복용이 본격화했던 이른바 '스테로이드 시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는 3할 타자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특히 1999년에는 무려 55명의 타자가 3할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극심한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이 나타났다.
이후 2010년부터 2019년까지 MLB의 3할 타자는 평균 22.1명으로 유지되다 최근 3년간 그 숫자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지난 2020년 23명이었지만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9명, 7명으로 줄어들었다.
MLB에서 3할 타자가 사라져 가는 원인은 다양한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직구(포심 패스트볼) 구속의 증가다. 2008년 시속 91.9 마일(약 147.9㎞)이었던 MLB 투수들의 평균 직구 구속은 지난해 94.3 마일(151.8㎞)로 빨라졌다. 평균 직구 구속의 증가는 타자들의 타율을 떨어뜨렸다. 2008년 MLB 전체 타율은 0.264였지만 지난해에는 0.243로 하락했다. 1968년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었다.
최근 10년 간 MLB 투수들이 구사하는 구종이 매우 다양해졌다는 점도 타자들의 타율 저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강속구를 보유하고 있는 투수들도 스위퍼, 슬라이더, 커터를 상황에 맞게 던지면서 타자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정교한 단타가 아니라 홈런 위주의 장타를 노리는 MLB 타자들의 성향도 3할 타자가 줄어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직구 구속 증가에도 경기당 홈런 수는 지난 20여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2001년 경기당 홈런은 1.12개였는데 이는 지난 시즌 수치와 일치한다.

또한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하는 수비 시프트와 이를 수행하는 수비수들의 스피드와 운동능력 향상도 3할 타자가 줄어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MLB는 투수 전성시대를 맞아 지난 2023년 피치 클락과 과도한 수비 시프트를 금지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피치 클락은 15초 이내에 투수가 투구를 해야 하는 규정으로 주자가 있을 때에는 20초로 늘어난다. 물론 피치 클락은 경기 시간 감소를 우선 목표로 하는 규정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투수에게 투구를 준비하는 시간 자체를 줄여 상대적으로 타자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주기 위한 고려도 포함돼 있다.
수비 시프트와 관련해 MLB는 4명의 내야수가 반드시 내야에 위치해야 하고 2루를 기준으로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까지 좌우에 내야수가 각각 2명씩 위치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이는 타자들의 타구 방향을 분석해 타구 예측 지점에 미리 내야수를 3명 이상 배치하는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되도록 막기 위한 규정 변화였다.
이같은 시도에도 MLB의 투고타저 현상이 완화되지 않자 미국에서는 1969년과 같이 투수 마운드의 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3할 타자가 줄어드는 건 MLB만의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MLB에 이어 투수 구속 혁명이 일어난 일본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2024년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3할 타자가 3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올 시즌 일본 프로야구에서 9일 현재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 중인 타자는 단 2명뿐이다. 퍼시픽리그 라쿠텐의 무라바야시 이츠키(28·타율 0.301)와 센트럴리그 히로시마의 코조노 카이토(25·타율 0.300)만이 3할을 가까스로 넘었다.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의 경우 역대 최소 3할 타자는 1986년의 4명이며, 최다는 2016년의 40명이다. 지난해엔 24명, 올해는 현재 13명으로 줄어들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