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른손 '사이드암' 68번 박준영(24·한화 이글스)이 위력적인 투구로 야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비록 패전 투수가 됐지만, 마운드 위에서 보여준 장악력은 그 어떤 승리 투수보다 완벽했다. 한화의 5선발로 나섰지만, 고척 마운드에서 그야말로 '미친 투구'를 선보였다.
박준영은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3피안타(1피홈런) 7탈삼진 무사사구 2실점으로 호투했다. 1-1로 맞선 7회 말 1사 2루에서 교체됐고, 자신의 책임 주자가 홈을 밟아 시즌 2번째 패전 투수의 불명예를 떠안았지만, 투구 내용만큼은 흠잡을 곳이 없었다.
이날 박준영은 5회 말 1사까지 단 한 명의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투구를 뽐내며 키움 타선을 완전히 압도했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김건희에게 내준 솔로 홈런으로 아쉽게 퍼펙트 행진이 끝났지만, 박준영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후속 여동욱을 유격수 땅볼, 원성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5회까지 잘 던졌다.
위기관리 능력도 빛났다. 6회말 2사 3루 위기 상황에 직면한 박준영은 좌타자 김웅빈을 상대로 삼진을 솎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끝내는 배짱을 보여줬다. 이날 박준영의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4km로 매우 빠르지는 않았으나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던지는 완급 조절로 상대 타선의 타격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았다.
다만, 아쉬움이 남는 장면은 7회에 나왔다. 선두타자 히우라를 삼진 처리하며 기세를 올린 박준영은 1사 후 최주환에게 우익수 방면 2루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구 수 역시 83개(스트라이크 56개)로 괜찮았다. 이어 등판한 이상규가 2사 1, 2루 위기에서 원성준에게 결승 적시타를 맞으면서 박준영의 자책점으로 기록됐고, 동점조차 만들지 못하면서 아쉽게 패전 투수 요건을 지우지 못했다.
결과만 보면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지만, 이날 박준영이 책임진 긴 이닝과 경기 운영 과정은 한화 선발진에 엄청난 소득이었다. 이 경기로 박준영은 자신의 한 경기 최다 이닝(5⅔이닝)과 최다 탈삼진(종전 6개)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여기에 데뷔 첫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까지 달성하며 시즌 평균자책점을 4.58에서 4.13까지 낮췄다.
몇 개월 전만 해도 박준영에게 상상하기 어려운 반전이다. 충암고와 청운대 출신의 박준영은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0개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야구 미생'이다. 무려 세 차례(2021시즌, 2023시즌, 2026시즌)나 드래프트 지명 실패를 겪은 후 테스트를 통해 가까스로 한화의 육성선수 유니폼을 입었다.
한화 팬들은 그를 야구 예능 프로그램 '불꽃야구'를 거쳐 육성선수로 입단해 '불꽃 박준영'으로 부른다. 한화에는 현재 박준영이라는 선수가 2명이다. 등번호 96번 박준영(23)과 '불꽃 박준영'이다. 김경문 한화 감독 역시 이날 경기를 앞두고 이들을 어떻게 구분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68번 박준영이) 사이드로 던지는 친구다. 얼굴도 다르기에 잘 구분하는 편"이라고 웃었다.
이런 '불꽃 박준영'은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5월 10일 대전 LG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KBO 리그 역사 최초로 '육성선수 출신 선수의 데뷔전 선발승이라는 대역사를 썼다. 어느새 1군 무대 7번째 등판까지 무사히 마쳤다.
퓨처스리그(2군)서 7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29로 맹활약하며 김경문 감독의 부름을 받았던 그는 이제 1군 무대에서도 당당히 한 축을 담당하는 선발 투수로 우뚝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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