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됐습니다.”
60년 넘게 기록되지 못했던 한 시민의 이름이 대한민국의 주민등록부에 당당히 새겨졌다. 그리고 그 이름과 함께, 너무 늦었지만 새로운 일상이 시작됐다.
지난 6월 수원시 한 행정복지센터. 갓 발급된 주민등록증을 손에 쥔 A씨는 한동안 그 작은 플라스틱 카드를 내려다봤다. 이름과 생년월일, 사진이 담긴 평범한 신분증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60여 년을 기다려 처음 손에 쥔 ‘존재의 증명’이었다.
“이제는 어디를 가도 제 이름을 말할 수 있습니다.” 담담하게 건넨 한마디에는 평생의 시간이 담겨 있었다.
A씨는 1964년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어린 시절 부모와 떨어져 친척집을 전전했고, 이후에는 보육시설에서 생활했다. 시설을 나온 뒤에는 일정한 거처도 없이 홀로 살아왔다.
태어났지만 서류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주민등록도, 가족관계등록부도 없었다. 의료보험은 물론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도 없었고, 금융거래는 꿈도 꾸지 못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는 일 역시 쉽지 않았다. 모두에게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그에게는 평생 닿을 수 없는 삶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여러 행정기관의 문을 두드렸다. 호적을 만들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늘 같았다.
“등록이 어렵습니다.”
희망은 조금씩 사라졌고, 결국 포기한 채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던 지난해 8월 A씨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수원시청 새빛민원실을 찾았다.
그곳에서 김경숙 팀장을 만났다. 김 팀장은 먼저 A씨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과 생활 실태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확인 결과, A씨의 말처럼 출생신고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주민등록과 가족관계등록부가 모두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다.
‘방법이 없다’는 말을 반복하기보다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 김 팀장의 생각이었다.
김 팀장은 가족관계등록 창설 절차를 안내하고 관계기관과 협의를 이어갔다. 지난해 9월 수원가정법원에 ‘성과 본의 창설 허가’ 심판을 청구하면서 긴 여정이 시작됐다.
법률 전문가 상담을 연계하고, 법원 제출 서류를 함께 준비했다. 심문기일에는 직접 동행했고, 수원가정법원과 구청, 행정복지센터를 오가는 모든 과정에 늘 곁을 지켰다.
혼자였다면 막막했을 절차를 한 걸음씩 함께 걸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6월 18일. 수원가정법원은 가족관계등록부 창설을 허가했다. 이어 6월 24일 창설 신고와 주민등록 신규등록이 완료됐다.
60여 년 동안 ‘서류상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은 비로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법적 신분을 되찾았다.
이제 A씨는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복지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고 금융거래를 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에게는 평생 간절히 바라던 삶이 시작된 것이다.
주민등록증을 받아든 A씨는 연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호적을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여러 관공서를 찾아다녔지만 끝내 만들지 못해 많이 좌절했다”며 “그런데 팀장님의 도움으로 마침내 주민등록증을 받았다. 이제야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잠시 말을 멈춘 그는 다시 조용히 말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이재준 수원시장님께도 꼭 감사의 마음을 전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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