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8년까지 美서만 60조달러
베이비붐 세대→MZ 세대 이전
가상자산·비상장 주식에 관심
스스로 자산 운용 역량 갖춰
월가은행들 고객 이탈 위기감
잠재적 자산가 ‘묶어두기’ 나서
미국에서만 약 60조 달러(약 9경3000조원)에 달하는 자산이 부모 세대로부터 자녀 세대로 이전되는 ‘거대한 부의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전통 금융회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녀 세대의 경우 자산 운용부터 금융회사 선별까지 부모 세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어, 그동안 전통 금융사들이 누려온 자산운용 시장에서의 독점적 우위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산 조사기관 세룰리 어소시에이트를 인용해 미국에서만 60조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산이 오는 2048년까지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등 자녀 세대로 이전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FT는 새롭게 부상하는 자녀 세대 자산가들이 전통 금융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들은 디지털 친화적이고 AI(인공지능) 기술 활용도가 높아, 굳이 대형 금융회사에 비싼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스스로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져온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운영돼온 전통 자산관리(WM) 업계에 자녀 세대의 높은 디지털 금융 이해도는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저비용 금융 플랫폼의 확산으로 전통 금융사들이 직면한 수수료 인하 압박도 문제로 꼽힌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캡제미니에 따르면 신생 핀테크 업체들의 출현으로 전통 금융사들이 놓친 수탁 자산은 2022년에서 2025년 사이 약 1조 5000억 달러(약 2325조원)에 달한다.
자녀 세대가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는 자산군이 부모 세대에 비해 훨씬 다양하다는 점도 또 다른 변수다. 특히 전통 금융사들이 기피해 온 가상자산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은 전통 금융사들의 입지를 더욱 협소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프랑스 나틱시스 은행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투자자의 절반 가까이는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X세대는 전체의 3분의 1, 베이비붐 세대는 6분의 1에 불과했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를 감지한 월가 대형사들도 체질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는 이달 가상자산업체 갤럭시 디지털과 파트너십을 맺고 고객에게 가상자산 관련 상장지수상품(ETP)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JP모건 역시 지난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손잡고 은행 고객들의 계좌를 거래소 지갑과 연동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자녀 세대가 자산관리에 있어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다름 아닌 ‘비상장 주식’이다. 최근 스페이스X, 오픈AI 등 미래 기술 관련 기업들이 사외 시장에서 각광받으며 이 같은 비전통적 대체 자산에 대한 관심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21세~45세 자산가 중 무려 90%가 사모펀드(PE)나 부동산과 같은 대체투자 자산 비중 확대를 원했다. 반면 베이비붐 세대 이상 고령층에서는 이 비율이 15%에 그쳤다.
패밀리오피스 전담 금융사 클레이의 아르준 아난드는 “젊은 세대는 사모펀드 투자뿐만 아니라 경영권 인수 펀드와 함께 지분을 나눠 공동 투자하는 데 큰 관심을 보인다”며 “특히 스페이스X 투자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는 이들은 대부분 젊은 고객들”이라고 설명했다.
자녀 세대가 자산관리와 관련해 이처럼 전례 없는 접근법을 취하자 월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JP모건은 올해 기술 투자 비용으로 200억 달러(약 31조원)를 책정했고, 이 중 22억 달러(약 3조4100억원)를 자산관리 부문에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자택에서도 자산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매끄러운 홈 트레이딩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이 다른 핀테크 플랫폼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겠다는 계산이다.
골드만삭스는 자산가 일가의 자녀들을 위해 상대적으로 예치금 문턱이 낮은 ‘차세대 전용 계좌’를 신설하고 일가 전체의 관계를 고려한 고정 수수료 운용 방침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자사 자율 투자 플랫폼인 ‘이트레이드’를 통해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며 잠재적 자산가들을 조기에 묶어두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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