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 따라 지방 부동산도 꿈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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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평택·기흥·화성까지 반도체 생태계 구축… 현대차 새만금 로봇단지도 기대감

3월 5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5공장(P5) 신축 현장에서 골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박해윤 기자

3월 5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5공장(P5) 신축 현장에서 골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세계경제와 산업을 혁신하는 인공지능(AI) 열풍에서 부동산도 예외일 수 없다.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특성을 감안할 때 AI가 부동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구체적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막연하게 먼 미래보다 3~5년 뒤 가까운 미래에 AI가 바꿀 부동산 투자 지형도를 전망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런 점에서 당장 부동산 투자에 참고할 만한 AI 시그널은 대기업의 장기 투자 로드맵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대기업의 AI 투자 방향은 크게 반도체와 해안 산단의 데이터센터 등 두 갈래로 요약된다. 우선 잘 알려진 것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수백조 원 규모의 투자 로드맵이 나왔다. 용인(반도체 종합 클러스터)과 서울·판교(팹리스), 평택·기흥·화성(메모리·파운드리), 이천·청주(메모리·패키징·소부장) 등 수도권 남부를 아우르는 거대한 반도체 생태계가 구축될 전망이다. 이들 지역에는 정책적 지원 및 대기업 투자가 집중돼 AI 산업과 부동산의 동반성장이 기대된다.

AI 데이터센터, 일자리 창출 효과 면밀히 분석해야

AI 산업 필수 인프라로 주목받는 데이터센터의 경우 지방 해안가 산업단지가 좋은 입지로 여겨진다. 이와 관련해서도 역시 눈여겨볼 것은 대기업의 중장기 투자 로드맵이다.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울산 미포국가산단에 2027년 가동을 목표로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투자 규모는 약 7조 원이다. 경북 포항시 광명산단에는 오픈AI가 주도해 2조 원이 투입되는 AI 데이터센터가 건설될 예정이다.

다만 이 같은 대기업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효과를 부동산 측면에서 분석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 단순한 투자 규모보다 일자리 창출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규모 시설이 들어서면 착공 이후 한동안 단기적인 특수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의 경우 직접고용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AI와 관련된 다른 기업이나 기관이 함께 들어서는지 여부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지방 도시 가운데 대규모 AI 일자리 생태계가 형성될 만한 곳은 어디일까. 제로베이스에서 AI 특화 신도시가 들어서기 유리한 곳으로 전북 새만금이 꼽힌다. 현대차그룹이 새만금 약 112만4000㎡(34만 평) 부지에 AI와 로봇, 수소에너지 단지를 조성하는 것을 눈여겨볼 만하다. 새만금에 미래 산업 기지가 조성되면 그 배후도시라 할 수 있는 전북 군산, 김제 등의 부동산 가치도 꿈틀거릴 것이다.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부회장이 2월 27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로봇·수소·AI시티 투자 협약식’에 참석해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부회장이 2월 27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로봇·수소·AI시티 투자 협약식’에 참석해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방위산업과 에너지 기업이 다수 자리한 경남 창원시도 주목되는 곳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두산에너빌리티, 현대위아 등 여러 기업이 입주한 창원에선 기존 방산과 에너지산업에 AI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부산형 판교테크노밸리’를 지향하는 센텀2지구도 서울에 이은 대도시 부산의 인프라에 힘입어 성장 가능성이 보인다. AI는 경제와 산업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한국은행 연구에 따르면 AI에 많이 노출된 업종일수록 청년 고용은 크게 줄어든 반면, 50대 일자리는 오히려 증가했다. 해당 연구를 보면 2022년 7월~2025년 7월 청년층 일자리가 21만1000개 줄었는데, 이 가운데 20만8000개가 AI에 많이 노출된 업종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0만9000개 증가했고, 그중 14만6000개가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이었다. 이 같은 통계는 기업에서 주니어가 주로 담당하는 정형화되고 교과서적인 업무가 AI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50대 일자리가 오히려 증가한 것은 대인관계, 조직관리 등 암묵적 지식이 필요한 업무는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늘어나는 시니어 일자리, 집값 상방 견고해질 것

따라서 우수한 시니어 경력자가 AI를 적절히 쓰면서 자신의 노하우를 잘 활용한다면 경제 활동 기간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다. 현재 50, 60대는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핵심 소유 계층이자 최고가 트로피 자산의 주된 수요자다. 이들의 은퇴 시기가 늦춰질 경우 국내 집값 상방은 더 견고해질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청년과 부동산은 서로 닿을 수 없는 사이가 된 것일까. AI 빅사이클 관점에서 당분간 피지컬 AI가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 AI가 산업 현장에 접목되려면 탄탄한 제조업 기반과 연구개발 역량을 갖춘 조직이 동시에 필요하다. 광역시에 피지컬 AI와 관련된 좋은 청년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되는 이유다. 조선·철강 같은 중후장대 산업 인프라는 물론, 과학기술원과 유망 AI 관련 학과를 유치한 대학이 있는 지역의 부동산시장은 우수 청년층 유입→정주 수요 증가 사이클을 타고 장기 상승 궤도를 그릴 것이다.

경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들어선 한국전력 통합 변전소. 동아DB

경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들어선 한국전력 통합 변전소. 동아DB
부동산 투자 측면에서 AI를 볼 때 주목할 점은 ‘병목’과 ‘붐(boom·호황)&버스트(burst·붕괴) 주기’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AI 빅사이클 관점에서 흥미로운 국면이다. 막대한 부가 창출되는 영역이 AI 기술 자체와 관련된 곳이라기보다 인프라 구축에서 병목을 겪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골드러시 때 돈을 번 것은 금을 캔 사람보다 채금에 필요한 청바지와 곡괭이를 판 사람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당장 AI 산업은 더 많은 데이터와 전력, 반도체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들 3대 요소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물리적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 AI 산업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병목이다. 이 같은 병목이 형성된 곳이 부동산 측면에선 목 좋은 자리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또 AI 붐은 한동안 계속되겠지만 여느 혁신 기술처럼 기대와 현실의 괴리로 그 붐이 반복적으로 깨지는 버스트 순간도 올 것이다. 오늘날 AI 투자 붐의 전제는 크게 세 가지다. △중앙집중형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에너지 수급 불균형 △많은 데이터 및 컴퓨팅이 더 우수한 AI를 만든다는 스케일링 법칙 유지가 그것이다. 일견 어려운 기술적 용어 같지만 최근 AI 붐을 타고 부동산 가격이 꿈틀거린 곳들의 입지를 감안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이들 조건 가운데 하나만 흔들려도 AI 버스트가 올 수 있다. 부동산 전략을 짤 때 AI 붐을 떠받치는 요건들을 잘 살펴야 하는 이유다.

AI 불가침 영역 몰린 도심 부동산 주목

AI 발전 이면에는 부동산 역발상 투자의 기회도 있다. 바로 AI 불가침 영역을 찾아보는 것이다. 2013년 ‘고용의 미래: 일자리의 컴퓨터 대체 가능성’ 제하 논문으로 주목받은 영국 옥스퍼드대 마이클 오즈번 교수와 카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는 ‘창의적 지능’ ‘사회적 지능’ ‘감지 및 조작(操作)’을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업무로 지목했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예술과 돌봄, 장인(匠人)이 모이는 도심 부동산에 주목한다. AI가 일상 곳곳에 침투할수록 인간만의 창의적 행위인 예술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먼 미래 로봇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 모르겠지만, 당분간 돌봄은 인간의 손으로 이뤄질 것이다. 당장 AI가 모방하기 어려운 기술을 가진 장인들이 모인 도심 공업지대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38호에 실렸습니다]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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