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함락당했다"…종말 고하는 '네이버 지식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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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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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공지능(AI) 계정에 함락당해버린 모습.”

지난 10일 네이버 지식iN(지식인) ‘명예의 전당 TALK’ 게시판의 글이다. 이달 작성된 유일한 댓글이다. 한때 “지식인에 물어봐”를 유행어로 남기며 국내 대표 지식 공유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네이버 지식인의 현 상황이다.

2002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식인은 네이버의 승부수였다. 한글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포털 네이버는 검색 결과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 이용자를 참여시켰다. 이후 호응을 얻으며 각계 전문가가 출동해 출시 3년 만에 데이터 3000만 건을 쌓았다. 네이버는 이를 검색 결과 상단에 배치했다. 정보를 얻고자 하는 이용자가 몰려들고 광고도 붙었다.

"AI에 함락당했다"…종말 고하는 '네이버 지식iN'

25년이 지난 지금 지식인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기자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명예의 전당’에서 자주 등장한 질문 키워드 상위 3개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2016년 28만 건이던 질문은 지난해 4000여 건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시기 일시적으로 질문이 늘어났지만 10년간 지식인에 올라오는 글이 꾸준히 줄어든 결과다.

이용자는 지난달 7만 명대다. 이용자도 질문하기보다 구경하러 온 이가 태반이다. ‘4000만 이용자가 묻고 답하는 공간’이라는 지식인 슬로건이 어색해진다. 지식인 담당자도 한창 때 수십 명이던 이용자가 현재는 한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쪼그라들었다고 했다.

생성형 AI 등장이 트리거였음은 물론이다. 2023년 오픈AI 챗GPT를 시작으로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등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연이어 등장하자 지식인이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한 이용자는 “복잡한 질문을 해도 수초 만에 정리된 결과를 받을 수 있는데, 지식인에 질문을 올린 뒤 답변을 받기까지 수일을 기다릴 순 없다”고 말했다. 생성형 AI는 단순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서 나아가 개인적인 상황을 질문하면 조언까지 해준다. 컨슈머인사이트가 2월 ‘주례 생성형 AI 이용 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 18~65세 성인 1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생성형 AI 이용 경험률은 75%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지식인은 일부 전문가 계정과 자동화 프로그램(매크로) 활동의 장이 됐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홍보를 위해 답변을 올리고, 일부 이용자는 자동화 프로그램를 활용해 짧은 시간에 다수 답변을 게시하는 식이다. 일부 변호사는 공익 활동 의무 시간을 채우기 위해 지식인을 이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색창에 ‘지식인 AI 거르는 법’이 자동 완성으로 노출되는 이유다.

네이버도 알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길을 선택했다. 지식인에 AI 기반 자동 답변 기능 ‘지식이’를 2024년 도입했다. 이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내용을 분석해 즉시 기본 답변을 제공한다.

이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는 네이버 안팎에서도 크게 믿지 않는 분위기다. 위키피디아, 나무위키처럼 한 주제로 실시간 집단지성을 발휘해 유지해야만 그나마 AI 공습을 버틸 수 있다는 논리적 설명에도 다들 공감한다. 2005년 출범한 야후 질의응답(Q&A) 서비스 야후앤서스는 2021년 사업을 접었다.

기술 발전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지식인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는 있다. 아이디 ‘녹야’로 활동한 고(故) 조광현 씨는 약 20년간 지식인에 5만 건 이상 답변을 남기며 ‘지식인 할아버지’로 불렸다. “산타 할아버지는 몇 살인가요?”란 질문에 “아빠 나이와 동갑입니다”(2012년 12월 24일)라고 답해 재치와 감동을 줬다.

포털 회사 관계자는 “처음에 데이터베이스를 쌓으려 시작했지만 이후 지식인의 핵심 경쟁력은 ‘사람의 경험’이 됐다”며 “공감을 공유하는 공간이 사라지고 있어 아쉽다”고 했다.

유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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