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이너 없는 비무장지대 뮤페, DMZ 피스트레인
20주년 맞은 EDM 큰 형님, 월드디제이페스티벌
‘도심 속 피크닉’ 서울 파크 뮤직 페스티벌
사우나·명상 있는 48시간 뮤페 ‘디에어하우스’ 성료
민트페이퍼의 실내형 뮤페 ‘더 플러드’ 온다
티켓이 빛의 속도로 매진된 서울재즈페스티벌과 올해 20주년을 맞은 뷰티풀 민트 라이프, 사우나와 요가가 있는 남이섬 디에어하우스 뮤직 페스티벌이 인기리에 성료됐다. 무려 20주년을 맞은 월드디제이페스티벌과 헤드라이너를 없앤 것으로 유명한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 신설된 실내형 뮤직 페스티벌 ‘The Flood’(플러드)도 곧 관객들을 찾아온다. 가장 빠르게 일상의 지겨움을 탈출할 수 있는 솔루션, 초여름 뮤페들을 소개한다.
야외 페스티벌 현장에 가보면 늘 놀란다. 이 매력적인 사람들은 다 어디서 나왔지? 트렌드의 최전선을 달리는 ‘페스티벌 코어’들을 26도가 넘는 땡볕·습도 최대치인 야외로 불러모으기 위해 올해도 페스티벌 담당자들의 뇌는 녹아나고 있다.
No 헤드라이너! 경계 없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록페마다 볼 수 있는 기수들의 깃발은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DMZ PEACE TRAIN MUSIC FESTIVAL)(이하 ‘피스트레인’) 현장에 늘 나부낀다. ‘퇴사’, ‘내향인이지만 록페는 오고 싶어’ ‘ENTJ 집사들의 모임’. 인스타그램용 사진을 찍기 위해 뮤페를 찾은 듯한 ‘무늬만 페스티벌 코어’ 대신, 이곳엔 정말로 음악과 축제 자체의 분위기에 젖어 몸을 흔드는 단골 관객들이 가득하다. 헤드라이너는 없지만 매년 1만 3000명이 찾는 이유는 뭘까.
1년에 단 3일, 강원도 철원에서 개최되는 음악 페스티벌로 ‘음악을 통해 정치·경제·이념을 초월하고 자유와 평화를 경험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피스트레인’는 올해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철원 고석정 일원에서 열린다.
‘춤추고 노래하고 얽히자’. 지난해 열린 피스트레인의 슬로건이다. 이곳엔 헤드라이너(메인 출연자)가 없다. 유명하건, 유명하지 않건, 진보든 보수든, 피부색이 검든 희든, 나이가 젊든 많든 선을 긋지 않고 춤을 추며 음악을 즐기자는 뜻이다. 김미소 피스트레인 총감독은 지난 5월 28일 롱블랙 기사에서 헤드라이너를 없앤 것에 대해 “예산 문제도 있었지만 차별을 밀어내고 평화를 노래하는 축제의 목표와도 어울렸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대신 그녀가 밝힌 섭외 조건은 ‘자기 확신과 색깔이 분명할 것, 라이브 퍼포먼스에 강점이 있을 것, 관객에게 음악적 발견을 전해줄 수 있을 것, 가능하면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뮤지션일 것, 피스트레인의 ‘평화적 가치’와 상반되지 않을 것’ 등이다.
비무장지대에서 축제를 연 이유에 대해선 “상업적인 도심형 페스티벌이 주지 못하는 우연의 감각을 깨우고 싶었다”(롱블랙 2026년 5월 28일 기사 ‘DMZ 피스트레인: 강원도 철원군 음악 축제, 헤드라이너 없이 매진되는 이유’ 중).
80대 노인과 철원 군인들, 8살 아이와 20대 대학생들이 함께 모여 춤을 춘다. 바닥에서 물이 솟아오르는 중앙의 분수광장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로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의 상징적인 장소인 ‘분비자(분수대+이비자)’다. 스페인의 유명 휴양지이자 파티 섬으로, EDM과 나이트라이프의 성지이자 화려한 클럽 문화를 지닌 이비자는 동시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적 명소도 많은 곳이다.
피스트레인의 많은 공연들은 월정리역, 북한 정권 하에 착공된 노동당사, 폭격을 맞았던 제일교회 옛터와 끊긴 철길 등 분단의 역사를 품은 철원의 상징적 공간에서 공연들이 열린다. 오는 6월 14일 노동당사에서는 피스트레인 시그니처 프로그램인 스페셜 모닝 스테이지가 열린다.
특정 이름에 무게를 싣기보다 순위와 장르, 국적과 세대를 초월한 ‘노 헤드라이너’ 정책을 펼치는 피스트레인은 티켓이 잘 팔리는 뮤지션, 주요 소비층인 2030에게 어필하는 젊은 유명 뮤지션만이 아닌, 레전드 뮤지션과 디지털 알고리즘 바깥에서 자기만의 개성으로 뛰어난 라이브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뮤지션을 적극적으로 소개한다.
2018년에는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의 글렌 메트록(Glen Matlock)이, 2019년에는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의 존 케일(John Cale)이 소윤(So!YoON!)과 함께 노래했다.
올해는 인도네시아의 라이브 일렉트로닉 팀 바타비아 콜렉티브(Batavia Collective), 파리 출신의 프로듀서이자 2023년 코첼라(Coachella) 무대에도 오른 루이스 오프만(Lewis OfMan), ‘하고 싶은 일은 다 하는 괴짜들’을 표방하는 태국의 4인조 인디 팝 밴드 짐브이(GYMV)와 함께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의 전설인 ‘소닉 유스(Sonic Youth)’의 결성 멤버 서스턴 무어가 자신의 그룹과 무대에 오른다.
국내 라인업으로는 한국의 대표적 디바이자 레전드 인순이와 2004년 결성 이래 변함없는 사운드로 20년을 이어온 페퍼톤스, 배우이자 화가, 시인, 그리고 홍대 인디 1세대 뮤지션인 백현진 외에 2022년 애플뮤직 ‘올해 최고의 음악 100선’에 선정된 R&B 아티스트 오티스림, ‘골방 인디팝의 제왕’으로 불리는 전자양 등이 이름을 올렸다.
피스트레인의 올해 슬로건은 ‘인간활동(人間活動)’, ‘잘 살아있음이 곧 평화’다. ‘올해의 공간’ 역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전통의식 ‘동제’를 모티브로 꾸며진다. 뮤페 올빼미족을 맘먹었다면 자정부터 아침까지 진행되는 신설 코너인 밤샘 DJ 파티 ‘미드나잇 꽃밭 익스프레스’존을 찾을 것.
폐공장, 한옥 등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독창적인 파티를 기획해온 레이브 콜렉티브 퍼밋(PERMIT)이 프로그램을 꾸민다. 티켓은 1일권(토) 9만 9,000원, 1일권(일) 8만 8,000원, 2일권 15만 4,000원으로 현재 멜론 티켓 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정쟁과 분쟁, 혐오와 배척은 생명을 위협하고 미래를 지웁니다. 특정 국가에 산다는 이유로, 특정 인종이기 때문에, 혹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조건들로 인해 ‘잘 살아 있음’을 누리지 못하는 삶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축제가 매번의 미래 앞에서 여전히 잘 살아 있음을 서로에게 확인하는 시간이며 공간이라고 믿습니다.-(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Key 메시지 中)
20년 맞은 EDM 축제와 도심 속 피크닉 ‘서울 파크 뮤페’
‘대한민국 대표 EDM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20년 동안 지켜온 월드디제이페스티벌(이하 ‘월디페’)이 오는 6월 13일(토)과 14일(일) 양일간 과천 서울랜드에서 개최된다. 지난해 10만 명을 모은 ‘EDM 큰 형님’ 월디페는 올해도 EDM의 현재를 집약한 듯한 라인업을 선보인다.
일단 EDM과 팝의 경계를 허물었던 그래미 수상자 제드(Zedd)와 함께 특유의 아이코닉한 비주얼과 압도적인 에너지로, EDM을 글로벌 메인스트림으로 이끈 슈퍼스타 마시멜로(Marshmello)의 이름이 눈에 띈다.
트랜스 음악을 글로벌 메인스트림으로 이끌며 20년 넘게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트랜스 리빙 레전드’ 아민 반 뷰렌(Armin van Buuren), 사운드와 비주얼의 경계를 허무는 압도적인 연출로 EDM 공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온 에릭 프리즈(Eric Prydz)의 무대도 기대를 모은다.
20주년을 맞아 일본 공연을 시작으로 아시아 지역과의 라이선스 협업 및 글로벌 프로젝트도 확대해 나가는 월디페의 헤리티지를 몸으로 확인해 보자.
월디페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도심 속 피크닉’ 서울 파크 뮤직 페스티벌이 오는 20일(토)부터 21일(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과 티켓링크 라이브 아레나(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다.
6월 20일(토)에는 탄탄한 밴드 퍼포먼스와 오랜 팬덤을 자랑하는 씨엔블루, 솔로 활동으로 꾸준히 주목 받아온 몬스타엑스 기현, 날카로운 사운드와 서정성으로 주목받은 쏜애플이 무대에 오른다.
이어 6월 21일(일)에는 강렬한 퍼포먼스와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몬스타엑스,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오랜 인기를 이어오고 있는 산다라박, 따뜻한 팝 감성의 데이브레이크와 고품격 팝록의 정석 소란 등이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을 풍성하게 채운다.
올해 서울 파크 뮤직 페스티벌은 특히 전 연령 관람가로 운영, 관객층을 확장했다. 티켓은 NOL티켓과 네이버예약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사우나가 있는 48시간 뮤페 & 신규 실내 페스티벌 ‘더 플러드’
이색 페스티벌도 새로이 등장했다. 지난 5월 23~25일까지 남이섬에서 열린 ‘2026 THE AIR HOUSE(이하 ‘디에어하우스’)’ 뮤직 페스티벌은 공연은 물론, 캠핑, 사우나와 요가 등 웰니스 프로그램, 미디어 아트 전시, 마켓과 운동회까지 결합시킨 2박3일 체류형 페스티벌이다.
배가 끊기면 외부와 단절되는 남이섬은 섬 자체가 공연장이 되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코첼라(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와 네바다 블랙 록 사막에서 열리는 ‘버닝맨(Burning Man Festival)’처럼 대자연을 통째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6개의 스테이지에선 48시간 동안 논스톱으로 하우스와 테크노, 밴드 공연이 이어졌으며 요가와 명상·칠(chill)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무엇보다 요즘 커뮤니티 트렌드로 떠오른 사우나 문화를 뮤직 페스티벌에 녹여냈다는 점이 포인트. 숲속에서 땀을 흘리며 춤을 추던 사람들은 사우나 브랜드 SASASAS가 마련한 공간에서 사우나 및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컨트라스트 테라피와 함께 외부에서 스페셜리스트의 마사지까지 즐겼다.
남이섬이라는 환경을 이용한 카누 체험, 러닝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기존 대형 뮤페 문법과는 보법이 다른 새로운 페스티벌도 생겨났다. 서브컬처 뮤직을 다룬 실내형 뮤직 페스티벌 ‘THE FLOOD 2026(이하 더 플러드)’가 바로 그것.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등을 통해 국내 페스티벌 문화를 선도해온 민트페이퍼가 새롭게 선보이는 공연으로, 오는 7월 25~26일 ‘서울대 파워플랜트’에서 열린다.
특히 딱 봐도 ‘공연장답다’는 느낌이 들도록 깔끔하게 정돈된 기존의 공연장 대신, 거칠고 투박한 질감이 그대로 살아, 마치 폐공장 같은 느낌을 선사하는 복합문화공간에서 열린다는 점이 특이점. 게다가 플러드는 기존 뮤직 페스티벌에서 선보이는 인디나 재즈, 메이저 록 음악 대신, 슈게이징(SHOEGAZING)과 노이즈(NOISE), 포스트 록(POST ROCK), 매스 록(MATH ROCK) 등 밴드 음악의 메인 스트림이라고는 할 수 없는 장르의 음악을 들려준다.
민트페이퍼는 “국내 밴드 신의 붐 속에서 비교적 서브컬처로 인식되던 스타일의 음악과 아티스트를 큐레이팅 해 관객들에게 록 음악 영역의 확장과 취향의 다각화를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식 티켓 예매는 6월 9일부터 시작되며 6월 18일 2차 라인업 발표를 통해 페스티벌의 전체 구성이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피크닉존에 돗자리를 펴놓고 공연 틈틈이 자다가 누웠다가 책도 보고 종일 쉬며 즐길 수 있는 대중음악과 재즈 뮤페, 깃발을 들고 때론 슬램도 하며 자리에서 뛰고 즐기는 EDM과 록 페스티벌로 나눠져 있던 한국의 뮤페 신에 새로운 축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우나와 웰니스를 48시간 숲속 뮤페와 결합한 디에어하우스 페스티벌은 남이섬에서 성료됐고, 국내 4대 기획사가 만들고 있는 일명 ‘K-코첼라’ ‘페노메논(Fanomenon)’, 공연에 여행과 교통까지 결합한 ‘NOL페스티벌’도 태동할 준비를 마쳤다. 페스티벌도 ‘경험’에 목 마른 소비자들을 기다린다.”
[글 박찬은 기자(park.chaneun@mk.co.kr)]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박찬은, ㈜비이피씨탄젠트, 민트페이퍼, (사)피스트레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33호(26.06.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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