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대기업 내에 스타트업 4000개?… 中 ‘조화 경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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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회사-고객 하나 되는
하이얼의 ‘런단허이’ 조직문화
조직을 스타트업으로 쪼개니
직원 자율성과 혁신 동력 ↑

한국의 핵심 인재들과 두뇌들이 빠져나가는 ‘두뇌 유출’ 현상은 이미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한국에 유입되는 이공계 인력은 매년 4000명 수준으로 정체돼 있는 반면 유출되는 인력은 연간 4만 명에 이른다. 인재 유출은 곧 지식과 기술, 그리고 경험이 동반 유출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는 국가 안보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지식과 기술도 포함된다.

이 시점에서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중국 정부와 기업 사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일찍이 적극적인 해외 우수 인재 유치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중국 민간기업들 역시 채용, 보상, 조직문화, 인재 육성에 이르기까지 인적자원(HR) 관리 관행을 점진적으로 변화해 나가며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의 인재 전략과 사례들이 한국에 던지는 시사점을 분석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5년 5월 1호(416호) 아티클을 요약해 소개한다.

● 혁신 주도형 조직문화… 하이얼의 ‘런단허이’

최근 중국에서는 혁신 주도형 조직문화가 활성화되는 추세다. 정부 차원에서 혁신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면서 중국 기업들 역시 연구개발(R&D)뿐만 아니라 각 가치사슬에서의 성과를 내기 위한 혁신 중심의 조직문화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일례로 판매량 기준 세계 1위 가전제품 제조업체인 ‘하이얼’은 직원과 회사, 직원과 고객이 조화롭게 하나가 되도록 하는 ‘런단허이(人單合一)’라는 독특한 조직문화를 도입하면서 조직 전체를 스타트업으로 쪼개 날렵한 조직으로 변모시켰다.

런단허이 모델은 특정 기회나 과제를 중심으로 5∼20명 규모의 직원이 모이도록 하는 한편 대규모 사업부를 ‘샤오웨이(小微)’라 불리는 스타트업으로 쪼갠다. 현재 하이얼에는 4000여 개의 스타트업이 있다. 글로벌 싱크탱크인 ‘아웃싱커 네트워크스’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유형의 조직 모델을 채택한 기업은 그러지 않은 기업보다 1.5배 더 많이 직원들의 기업가적 행동을 촉발하고, 1.3배 더 나은 재무 성과를 달성하며, 우수 인재를 1.2배 더 잘 유치하고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4000여 개에 달하는 하이얼의 사내 스타트업은 직원들이 고객과의 심리적, 물리적 거리를 좁히고 자율적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빠른 혁신을 촉진할 수 있었다.

● 중국 전통 철학 녹인 ‘조화 경영’

오늘날 중국 기업은 개인과 조직의 ‘조화(harmony)’라는 가치에 기반한 중국의 전통 철학을 경영 상황에 맞게 적용시키는 독특한 중국식 경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 전통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린 조화 사상을 현대 경영 기법과 버무려 개인과 조직 간의 조화로운 균형점을 구축해 돌파구를 찾고 있는 셈이다. 하이얼의 런단허이 모델은 개인과 조직을 성공적으로 조화시킨 대표 사례이기도 하다. 런단허이는 단순히 시키는 대로 일하는 기존의 고용 관계와 딱딱한 피라미드 조직 구조를 허물고 모든 구성원이 함께 가치를 만들고 성공을 나누는 운명 공동체를 지향하는 경영 철학이다. 하이얼에서는 직원 한 사람(人), 한 사람이 고객의 가치(單)와 직접 연결된다. 직원들은 스스로 팀을 이뤄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발 빠르게 파악해 해결책을 내놓고 끊임없이 개선해 나간다. 일례로 소비자에게 원스톱 요리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한 하이얼 직원들은 함께 뭉쳐 자체적으로 스타트업을 조직했다. 그 결과 주인을 인식하는 스마트 레인지와 정확한 시간에 맞춰 레시피를 제공하는 서비스, 사용자들이 레인지 후드에 달린 스마트 스크린을 통해 서로 소통하는 서비스 등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런단허이의 핵심은 직원들에게 더 많은 자율성과 혁신 기회를 제공해 마치 자신의 사업을 일궈 나가는 것처럼 주도적으로 일하게 함으로써 숨겨진 잠재력과 창의성을 폭발시키는 것이다. 이런 경영 철학을 통해 하이얼은 끊임없이 혁신하는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 사람과 시스템의 균형 이뤄야

한편 런단허이의 근간을 이루는 ‘조화관리이론(HXMT·HeXie Management Theory)’이라는 탄탄한 이론적 뿌리도 하이얼의 경영 혁신을 뒷받침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HeXie(和諧)’는 중국어로 조화를 뜻한다. 조화관리이론은 조직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조화를 실현하기 위해 두 가지 핵심 메커니즘을 강조한다. 바로 ‘능동적 진화(HP·He Principle)’와 ‘최적화된 설계(XP·Xie Principle)’다.

능동적 진화란 구성원 각자의 자율성과 주도성을 활용해 조직 내 창의성과 긍정적 행동을 유도하며 조직의 자생적 진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최적화된 설계란 합리적인 제도 및 프로세스 설계를 통해 조직의 질서를 유지하고 불확실성을 통제하는 것이다. 즉, 구성원의 주체적 역량을 끌어내 창의적 행동을 유도하는 ‘사람 중심의 능동적 유도 메커니즘(HP)’과 조직 운영의 효율성 및 안정성,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시스템 중심의 통제 메커니즘(XP)’을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병행하며 조직의 조화로운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중국의 인재 전략이 주는 시사점은 사람(HP)과 시스템(XP)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혁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 둘의 역동적인 균형과 시너지가 중요하다. 조직이 ‘시스템적 매력’과 ‘사람의 매력’을 조화롭게 결합해 나갈 때 비로소 임직원들은 조직과 자신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이에 투자하려는 동기를 더욱 강하게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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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희 Changhee.Kim@xjtlu.edu.cn
취진자오ꞏ레이량 시안교통리버풀대 교수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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