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강조하는 주제가 있다. 바로 '안전'이다. 지난 5일 안전 치안 점검회에서도 “인허가보다 국민 생명과 안전관계 영역에 우수인재를 배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12일에도 서울 동작구 한강홍수통제소와 이태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안전관리 담당 공무원의 위상 강화와 책임, 그리고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이러한 생각을 담을 수 있는 인사안을 설계하라고 지시했다.
그간 우리는 '안전 제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구호를 들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민간 기업과 공공조직이든 안전 관련업무를 맡은 사람들에게 성과를 인정하고 보상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안전의 성과는 '아무런 사건, 사고가 없는 상태'로 인식되는데 이를 숫자로 환산하기는 매우 난해하다. 사실 안전 담당자가 매우 열심히 일을 하더라도 사고가 나면 책임 추궁을 당하고, 사고나 발생하지 않으면 담당자들이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사고가 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해 조직 효율화라는 미명으로 예산과 조직을 축소하는 일은 비일비재 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안전담당자는 자신의 실적과 성과를 숫자로 증명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결과적으로 이들이 인정을 받기 보다는 나쁜 일에 대한 책임만 지게 된다. 따라서 조직의 최우수인재가 안전관련 부서에 자청해 가거나, 반대로 안전관련 조직의 인재가 성과를 인정받아 대다수 구성원들이 선망하는 위치로 승진하는 경우를 보기는 매우 어렵다.
2022년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수백명의 경찰을 동원해 질서·안전유지를 하더라도 그 결과는 아무 일 없는 것, 즉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반대로 마약 단속을 통해 마약사범을 검거하는 등 '숫자로 보여주는 성과'를 거두면 조직 상부와 언론, 그리고 여론의 관심을 받으면서 칭찬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관리자 입장에서 한정된 행정 인력과 자원을 어느 곳에 투입할 것인가? 그 답은 너무나 명백하다. 이러한 이유로 '티 안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홀대받고, 이른바 '광나는 일'을 하는 조직에 인재들이 몰리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안전경영을 조직의 최우선가치로 운영한 미국 알루미늄 기업 알코아(ALCORE)의 폴 오닐 회장의 사례를 들면서 “선진국 기업에서는 안전 전문가를 고위임원으로 승진시킨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예외에 가깝다. 이보다는 고위직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는 핵심인재들을 순환 근무를 시키는 과정에서 안전·보건·환경, 품질, 정보보안과 같은 리스크를 관리하는 지원 조직을 거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Shell)의 경우 차세대 리더들이 2~3년동안 생산, 프로젝트, 안전·보건·환경 등의 부서를 순환하도록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전·보건·환경 업무를 통하여 리더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리스크 및 위기관리 역량과 현장 인원들이 목소리를 경청하고 안전 수칙을 자연스럽게 따르게하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최고 의사결정자가 경영을 위해 자원을 할당할 때, 숫자로 보이는 성과를 기대하지 않고 성과급이나 승진 티오(TO) 등 일정 자원을 미리 안전·보건·환경 조직에 할당한다.
안전 관련해 최우수 인재를 배치하고 보상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안전관련 조직을 리스크 대응의 최전선이자 고위직으로 가는 수업의 현장, 리더십 훈련의 전초기지로 재정의할 때가 되었다. 이를 위해서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성과'를 측정하는 프레임워크를 재정의하고, 핵심 인재를 순환배치하는 정책을 구체화해야 한다. 그렇데 된다면 인허가 분야가 아니라 국민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는 조직에 최우수 인재가 배치되고, 또한 성과에 따라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용진 KIS자산평가 ESG사업본부장 yongjin.park@kispric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