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라이너 AI전략 총괄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MS 프런티어 컴퍼니'라는 새 운영 사업 조직을 발표했다. 25억달러를 투자해 6000명의 산업·엔지니어링 전문가를 고객 조직에 투입하고,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공동 설계·배포·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기술 판매가 아니라 고객 현장 지식과 일하는 방식을 AI에 내재화하겠다는 점이다. AI 전환(AX) 승부가 모델 성능이나 라이선스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AX가 막히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적지 않은 기업은 생성형 AI 도구를 도입하고 계정을 배포하면 전환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현장은 다르다. 성과는 도구가 회사의 일하는 방식, 판단 기준, 고객 맥락과 맞물릴 때 나온다.
개인에게 AI는 증강의 도구다. 한 사람이 더 빨리 조사하고 정교하게 쓰며 더 많은 대안을 검토하게 만든다. 기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가야 한다. 개인의 생산성이 높아져도 그 지식이 개인의 노트북과 프롬프트 안에만 남으면 조직의 능력은 쌓이지 않는다. AX가 성과로 이어지려면 개인의 시행착오와 현장 노하우를 회사 지식으로 증류해야 한다.
기업에 필요한 것은 이런 지식을 담아내는 컴퍼니 브레인이다. 회사 안에 흩어진 지식, 데이터, 업무 절차, 의사결정 기준, 현장의 암묵지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쌓아 둔 조직 지능이다. 사내 문서 검색창을 하나 더 만드는 일이 아니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렸고 왜 그렇게 했는지를 조직이 계속 학습하는 구조다.
문제는 중요한 지식일수록 문서에 잘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숙련자는 고객의 말투에서 위험 신호를 읽고 영업 담당자는 계약서에 없는 이해관계를 기억하며 제조 현장의 작업자는 장비 소리만 듣고 이상 여부를 짐작한다. AX가 성과를 내려면 이 암묵지가 AI가 이해할 수 있는 컴퍼니 브레인 형태로 정리돼야 한다.
정부도 6월 말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 전략인 M.AX 2030을 공개하고, 2030년까지 민관 2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제조명장과 숙련 노동자의 제조암묵지를 데이터로 바꿔 AI로 전환하는 사업도 담겼다. 제조 현장의 질문이 모든 기업으로 확장되는 셈이다.
출발점은 스킬 라이브러리다. 좋은 프롬프트, 업무별 체크리스트, 자동화 워크플로, 고객 응대 노하우를 반복 가능한 업무 단위로 정리해야 한다. 그다음은 MCP, 즉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 같은 연결 구조다. 쉽게 말해 AI가 회사 문서와 시스템을 아무렇게나 뒤지지 않고, 허가된 통로로 필요한 맥락만 가져오게 하는 장치다. 스킬, 연결 구조, 실행 기록이 관리·검증되며 쌓일 때 컴퍼니 브레인의 토대가 만들어진다.
이 지점에서 기업은 곧 불편한 질문을 마주한다. 직원이 만든 프롬프트, 자동화 방식, 고객 응대 노하우는 어디까지 개인 숙련이고 어디부터 회사 자산인가. 표면적으로는 소유권 문제처럼 보인다. 실제 쟁점은 개인의 암묵지를 어떤 조건으로 회사 지식으로 바꿀 것인가에 더 가깝다.
암묵지를 자산화하려면 먼저 빼앗지 않아야 한다. 직원이 쌓은 프롬프트, 자동화 워크플로, 고객 응대 방식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경험이 압축된 업무 자산이다. 회사 계정과 데이터, 근무 시간, 직무 지시에 따라 만든 산출물은 계약·취업규칙·관련 법리에 따라 조직 자산으로 볼 여지가 크다. 개인이 따로 익힌 일반 숙련까지 무상으로 요구하면 지식은 흐르지 않는다. 컴퍼니 브레인은 강제 수집이 아니라 신뢰 있는 교환 위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기업은 세 가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어떤 지식과 산출물이 회사 자산이고 무엇이 개인 숙련인지 구분해야 한다. 좋은 스킬을 라이브러리에 등록한 직원에게는 평가, 보상, 역할 인정이 돌아가야 한다. 업무 과정을 기록하거나 AI 시스템 개선·평가에 활용할 때는 수집 범위와 목적, 보관 기간, 거부권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 기준이 없으면 증류는 자산화가 아니라 감시로 오해받는다.
AX의 다음 경쟁력은 더 많은 AI 도구가 아니라 더 깊은 조직 기억이다. MS와 M.AX도 결국 기업마다 다른 지식과 맥락을 붙잡는 일로 향한다. 한국 기업도 질문을 바꿔야 한다. 개인을 어떻게 증강할 것인가에서 멈추지 말고, 그 역량을 어떻게 회사 지식으로 증류할 것인가. 암묵지를 컴퍼니 브레인으로 바꾸는 기업이 먼저 AX 성과를 낼 것이다.
강정구 라이너 AI전략 총괄 jade@linercorp.com

4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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