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F 스타트업 이야기] 〈83〉듣지 말고 보라: 말보다 행동이 진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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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젊었을 때는 사람이 어떤 말을 하면 그 말대로 행동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제 내가 나이 들어서 경험이 쌓이고 보니, 사람이 어떤 말을 하면 그 말대로 행동하는가를 본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남긴 이 조언은 25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 더 절실하다. 우리는 말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SNS에는 매일 수억 개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회의실에서는 그럴듯한 비전이 발표되며, 창업가들은 투자자 앞에서 화려한 미래를 약속한다. 하지만 그 말들 중 얼마나 많은 것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까.

77편에서 우리는 '관계의 무임승차자'를 다뤘다. 상황에 따라 가면을 바꿔 쓰며 자신의 이득만을 챙기는 사람들. 이들의 가장 큰 무기는 '말'이다. 공감하는 척, 함께하는 척, 책임지는 척 말은 완벽하다. 하지만 행동은 다르다. 위기가 오면 사라지고, 책임이 따르면 회피하며, 기여해야 할 순간엔 침묵한다. 공자가 경고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말대로 행동하는가다.

71편에서 “결과가 없는 신뢰는 거짓말이다”라고 했다. 신뢰는 감정이 아니라 결과다. 마찬가지로 진실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된다. 성과의 반복성, 약속 이행률, 합의 준수 여부. 이런 데이터가 쌓일 때 우리는 비로소 “이 사람은 믿을 만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말만 믿었다가는 77편의 무임승차자에게 당하고, 80편처럼 극한 상황에서 혼자 버티다 쓰러지게 된다.

공자는 한 가지를 더 조언했다. “이 사람이 나한테 하는 말만 보지 말고, 다른 사람한테 하는 말을 봐라. 특히 이 사람보다 약한 처지에 있는 사람한테 하는 말을 봐라.” 이것은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다.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상대 앞에서는 감언이설을 한다. 투자자 앞에서, 상사 앞에서, 고객 앞에서는 누구나 친절하고 성실하다. 하지만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은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신입 직원에게 반말하고, 협력업체 담당자에게 함부로 대하며, 식당 직원에게 무례한 사람. 이런 사람이 나한테는 존중과 협력을 말한다면? 그것은 연기다. 진실이 아니다. 72편에서 다룬 '귀속 지위와 선택 지위'를 떠올려보자. 나이나 직급 같은 귀속 지위를 권력처럼 휘두르는 사람은, 본질적으로 약자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과의 관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왜냐하면 권력 관계가 바뀌는 순간, 그 사람의 태도도 180도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진실한 사람을 가려낼 수 있을까. 77편에서 제시한 '평판의 평균값'이 여기서도 유효하다. 한두 사람의 의견은 편향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사람, 특히 다양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경험을 종합하면 진실은 드러난다. “저 사람이 나한테는 친절한데, 다른 팀원들한테는 어때?” “투자자 앞에서는 겸손한데, 실무진한테는?” “성공했을 때는 좋은 사람이었는데, 어려울 때도 그랬나?” 이런 질문들의 답을 모으면, 말과 행동의 일치도가 보인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짚어야 한다. 인간의 대화는 정보 교환 위에 공감 교환이 앞선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인스타그램의 하트, 링크드인의 축하 메시지. 이것들이 활성화된 이유는 사람들이 정보보다 공감을 먼저 원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데이터를 주고받기 전에 먼저 감정을 주고받는다. “당신의 말을 들었어요”, “당신을 이해해요”, “당신이 중요해요”라는 신호를 교환한다.

76편에서 “로봇은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지만, 인간은 비효율적으로 마음을 주고받는다”고 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공감 교환'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공감하는 '척'하는 사람들이다. 77편의 무임승차자들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 보인다. 당신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완벽한 공감의 언어를 구사한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에게서 무언가를 얻기 위한 전략일 뿐이다. 진짜 공감과 가짜 공감을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역시 행동이다.

진짜 공감은 비용을 치른다. 시간을 내고, 에너지를 쓰고, 때로는 자신의 이익을 포기한다. 당신이 힘들 때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 당신의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도 연락하는 사람, 당신에게 득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 사람. 이들의 공감은 진실하다. 반면 당신이 성공했을 때만 나타나고, 유리할 때만 공감하며, 필요 없어지면 사라지는 사람. 이들의 공감은 거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말보다 행동을 기록하라. 71편에서 강조한 것처럼 합의는 문서로 남기고, 결과는 데이터로 확인하라. “저번에 그렇게 말했잖아요”가 아니라 “여기 기록이 있습니다”가 되어야 한다. 둘째, 약자를 대하는 태도를 관찰하라. 그 사람이 권력이 없는 상대, 도움을 줄 수 없는 상대를 어떻게 대하는지 보라. 거기에 진실이 있다. 셋째, 공감의 비용을 확인하라. 그 사람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포기했는가. 시간인가, 기회인가, 편의인가. 비용 없는 공감은 의례적 제스처일 뿐이다.

공자의 조언은 2500년 전에도, 지금도, 아마 미래에도 유효할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AI가 일상이 되어도, 인간관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렵다. 말은 속일 수 있지만, 행동은 결국 드러난다. 82편에서 “도구가 동료가 된 시대에도 사람의 질서는 남을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답은 명확하다. 남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질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약속이 아니라 결과로, 감정이 아니라 기록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할 것이 있다. 공자의 말처럼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말보다 행동을 보게 되는 이유는 단순히 경험이 쌓여서만은 아닐 수 있다. 생리학적으로 접근하면, 체력이 약해지면서 말한 것을 지키기 위한 신체적 활동 시간에 제약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20대에는 말을 하고 그 말을 믿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말한 것을 실천하기 위해 무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체력이 있었고, 상대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직 나이를 들어보지 않았고, 세상을 경험하기 이전이라 체력이 약해진다는 것을 공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40이 넘어가고 세월이 흐를수록 체력의 한계를 경험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난 세월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알게 된다. 그러면서 행동보다는 말로써 주변을 움직이고, 조금 더 명확해지면 몸이 움직이게 된다. 여기서 2030세대와 4050세대의 엇박자가 나기 시작한다.

2030세대는 말하면 지키기 위해 무한대로 움직인다. 아주 작은 희망이 있어도 달려간다. 체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4050세대는 2030세대가 작은 희망에도 움직일 수 있도록 말로 응원한다. 겉으로는 2030세대의 의견에 호응하지만, 정작 스스로는 아직 움직일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경험상 그 희망이 얼마나 확실한지, 자신의 체력으로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계산한다. 하지만 2030세대는 이를 알 수 없다. 함께 하기로 했으니 일단 움직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체력이 있기 때문이다.

2030세대는 '이용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스스로의 무능함을 인정하는 생각이다. 4050세대가 악의를 가지고 속인 것이 아니라, 단지 체력과 경험의 차이로 인해 '움직임의 타이밍'이 다를 뿐이다. 문제는 이 차이를 서로 이해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2030은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4050은 “경험 없이 무작정 뛰어든다”고 걱정한다.

우리는 어느 한 세대의 가벼움과 어느 한 세대의 무거움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세대 간 소통을 하고 함께 하는 방법에 있어서 서로의 진심과 진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알아야 한다. 2030세대는 4050세대의 '말'이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라, 체력의 한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방식임을 이해해야 한다. 4050세대는 2030세대의 '무한 움직임'이 무모함이 아니라, 아직 경험하지 못한 체력의 자산임을 존중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73편에서 다룬 '연합형 조직'의 원리가 여기서도 적용된다. 각자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2030은 체력과 실행력으로 기여하고, 4050은 경험과 네트워크로 기여한다. 중요한 것은 이 기여의 방식과 타이밍을 투명하게 합의하는 것이다. “나는 이번 주에 10시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나는 다음 달에 3번의 미팅을 주선할 수 있습니다”처럼 구체적으로 약속하고, 그 약속을 기록으로 남긴다. 71편의 원칙, '결과가 없는 신뢰는 거짓말이다'를 세대 간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오늘부터 당신 주변 사람들을 관찰해보라.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가 아니라, 그 말대로 행동하는지를. 당신에게 어떻게 대하는지가 아니라, 약한 사람에게 어떻게 대하는지를. 공감을 표현하는지가 아니라, 그 공감을 위해 무엇을 포기하는지를. 그리고 한 가지 더, 그 사람의 체력과 상황을 고려하는지를. 2030세대라면 4050세대의 신중함을 비겁함으로 오해하지 말고, 4050세대라면 2030세대의 과감함을 무모함으로 치부하지 마라.

스스로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져보라. 나는 내가 한 말대로 행동하고 있는가. 나는 약자에게도 같은 태도를 유지하는가. 나의 공감은 진실한가. 그리고 나는 내 체력과 한계를 솔직하게 공유하고 있는가. 그 답이 당신이 어떤 공동체를 만들고, 어떤 관계를 지속하며, 어떤 신뢰를 쌓아갈지를 결정할 것이다. 82편에서 물었던 “도구가 동료가 된 시대에도 사람의 질서는 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여기 있다. 세대를 넘어, 체력의 차이를 넘어, 말과 행동의 간극을 투명하게 메우는 구조. 그것이 지속 가능한 공동체의 질서다.

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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