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스타가 프라다를 입는 시대”...K패션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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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의상연구소 자선 갈라 행사 및 ‘코스튬 아트(Costume Art)’ 전시 개막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프라다 드레스를 입은 K팝 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가 칼라일 호텔을 나서는 모습. AP, 연합뉴스

지난 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의상연구소 자선 갈라 행사 및 ‘코스튬 아트(Costume Art)’ 전시 개막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프라다 드레스를 입은 K팝 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가 칼라일 호텔을 나서는 모습. AP, 연합뉴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의상연구소 후원을 목적으로 열리는 ‘멧 갈라(Met Gala)’는 ‘패션계의 오스카(미국 아카데미 영화상)’로 불린다. 티켓 한 장에 10만 달러(약 1억5000만원)가 넘지만, 엔터·스포츠 아이콘부터 재계 거물까지 참석을 위해 줄 선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 미란다의 실제 모델인 미국 보그지의 안나 윈투어 편집장이 1995년부터 총괄해오며 럭셔리 패션의 흐름을 짚는 ‘별들의 축제’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열린 멧 갈라에서 눈에 띈 장면 중 하나는 프라다 드레스를 입은 K팝 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의 등장이었다. ‘패션은 예술(Fashion is Art)’이라는 드레스코드에 맞춰 프라다는 한국 전통 복식인 한복에서 영감받은 케이프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K팝 스타를 활용해 K컬처를 차용한 복식을 선보인 것이다.

글로벌 주류문화로 자리매김한 K컬처의 존재감이 패션 시장에서도 돋보이고 있다. 패션 소비구조가 K팝 팬덤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문화콘텐츠 영역으로 재편되면서다. 갓 쓰고 한복 입는 코스튬 수준을 넘어 한국 디자이너 패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지난 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의상연구소 자선 갈라 행사 및 ‘코스튬 아트(Costume Art)’ 전시 개막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프라다 드레스를 입은 K팝 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가 칼라일 호텔을 나서는 모습. AP, 연합뉴스

지난 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의상연구소 자선 갈라 행사 및 ‘코스튬 아트(Costume Art)’ 전시 개막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프라다 드레스를 입은 K팝 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가 칼라일 호텔을 나서는 모습. AP, 연합뉴스

K팝 팬덤·소셜미디어…달라진 패션쇼

글로벌 패션산업 지형도는 K콘텐츠를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미국 보그는 지난달 ‘슈퍼팬 경제’ 조명하면서 “대형 패션쇼 현장은 풍선과 피켓을 든 팬들이 가득 메운다”며 “이들은 브랜드 앰베서더가 된 아이돌을 보기 위해 몰려든다”고 썼다.

과거 럭셔리 브랜드 디자이너와 패션지 편집장이 트렌드를 만들고 백화점이 부티크를 중심으로 디자인이 유통됐다면, 이제는 글로벌 팬덤을 가진 K팝 스타가 실시간 소셜미디어 반응과 함께 소비 흐름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제니(샤넬), 지수(디올), 로제(생로랑), 리사(루이비통)까지 K팝 스타인 블랙핑크 멤버가 전원 올해 멧 갈라에 초청받은 게 단적인 예다.

패션이 콘텐츠가 결합한 플랫폼 비즈니스로 바뀌는 양상은 후줄근한 후드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이 상징이었던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의 패션 행사 등장으로도 읽을 수 있다. 올해 멧 갈라에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부부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등이 참여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오픈AI와 메타, 스냅이 올해 멧 갈라 테이블 구매에만 적어도 35만 달러(약 5억원)씩 지출했다. 빅테크 입장에서도 패션을 광고와 커머스, 팬덤 경제를 연결해 수익을 내는 블루오션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흐름에서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해외 유명 편집숍 입점이나 패션지 화보를 통하지 않고도 K팝 스타를 활용한 소셜미디어 바이럴 마케팅과 팝업스토어만으로도 해외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디자이너패션 산업 규모는 2023년 기준으로 약 1조3571억 원으로, 매년 성장세를 보인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10곳 중 4곳이 해외진출 경험을 보유할 정도로 글로벌 진출도 활발하다. 콘진원 관계자는 “독창적인 콘셉트에 SNS 마케팅과 한류 영향 등으로 소비자층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2026 FW 컨셉코리아 행사장 앞의 팬들이 모여 있는 모습. 콘진원 제공

2026 FW 컨셉코리아 행사장 앞의 팬들이 모여 있는 모습. 콘진원 제공

젠틀몬스터, 마뗑킴, 김해김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인 브랜드로 손꼽힌다. 젠틀몬스터와 마뗑킴은 K팝 스타의 착용과 독특한 공간 연출로 일본과 중국 등 해외 팬덤을 빠르게 확보했다. 김해김은 한국 전통 장식예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디자이너인 김인태 대표가 프랑스파리의상조합(FHCM) 정회원이 이름을 올리는 등 글로벌 패션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형 명품 브랜드도 허황된 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K패션 경쟁력이 과제

패션을 콘텐츠 중심의 문화산업으로 보고 신진 디자이너 엑셀러레이팅에 집중하는 패션당국의 오랜 정책지원도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콘진원이 글로벌 패션위크와 연계한 ‘컨셉코리아’ 사업이 대표적이다. 2010년 뉴욕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이후 2024년 파리 패션위크로 옮겨 국내 우수 디자이너를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김해김을 비롯해 2019년 론칭한 리이(RE RHEE), 2020년 론칭한 본봄이 지난 3월 파리 현대미술관인 팔레 드 도쿄에서 신규 컬렉션을 선보여 현지에서 호평받기도 했다.

한국 패션산업의 고질적인 한계로 꼽히는 낮은 브랜드당 수출 규모는 과제로 거론된다. 국내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의 2024년 평균 수출액이 11억8000만원에 불과해 지속적인 컬렉션 유지에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에서다. 콘진원은 브랜드당 4억원을 편성해 도시 제한 없이 국내 브랜드의 글로벌 패션위크 진출을 돕고, 해외 단독 패션쇼 개최를 돕는 ‘위드 컨셉코리아’ 사업을 개편하는 등 단발성 지원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K패션 육성에 나설 계획이다. 또 K팝, K게임, K드라마 등 타 장르 콘텐츠와 연계해 중소 브랜드의 해외 진출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우러 컨셉코리아 행사로 열린 김해김의 패션쇼. 콘진원 제공

지난 3우러 컨셉코리아 행사로 열린 김해김의 패션쇼. 콘진원 제공

유현석 콘진원 원장직무대행은 “K패션은 단순한 의류 산업의 틀을 깨고 전 세계가 즐기는 독창적인 문화와 콘텐츠로서 글로벌 무대의 중심에 서고 있다”며 “글로벌 패션 거점에서 K컬처와 연계한 브랜딩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프라가 부족한 소규모 브랜드의 진출 장벽을 낮추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본과 경험이 부족한 신진 브랜드를 위해 시제품 제작부터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콘텐츠 제작비, 해외 쇼룸 및 트레이드쇼 입점비까지 전주기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초기 비용 부담을 덜어내 감각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글로벌 무대에서 지속 가능한 세일즈 경쟁력을 갖추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신문·한국콘텐츠진흥원 공동 기획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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