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ESG 투자, 단기 여건 따라 방향 바꾸면 경쟁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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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03 06:01 수정2025.05.03 06:01

[한경ESG] 커버 스토리 - ESG 자금, 혁신 산업에 몰린다
인터뷰 - 고윤주 LG화학 전무(CSSO)

고윤주 LG화학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SO). 사진=이승재 기자

고윤주 LG화학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SO). 사진=이승재 기자

LG화학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질적 사업전략으로 안착시키고 있다. ESG에 대한 정치적 반발과 비용 이슈로 일부 기업이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가운데 LG화학은 오히려 ESG를 ‘기업 생존의 조건’으로 보고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

고윤주 LG화학 전무(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는 최근 〈한경ESG〉와의 인터뷰에서 “지속가능성은 기업이 반드시 도달해야 할 북극성 같은 존재”라며 “단기적 여건에 따라 방향을 바꾸면 장기적 경쟁력 자체를 상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전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외교부 북미국장을 지낸 뒤 LG화학에 합류한 외교 전문가다. 글로벌 ESG 정책 변화가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화학은 2019년 기준으로 2030년 탄소중립, 2050년 넷제로를 목표로 설정하고, 전사 차원의 이행 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행 상황은 분기 단위로 점검하며 임직원의 성과 평가에도 저탄소 관련 지표를 반영하고 있다. 고 전무는 “ESG는 일부 부서의 책임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함께 달성해야 할 구조적 과제”라고 밝혔다.

LG화학은 ESG 전략의 일환으로 바이오 원료 기반 플라스틱, 지속가능항공유(SAF), 기계적·화학적 재활용 기술 등 저탄소 핵심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고 전무는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에니(Eni)와 합작해 SAF 생산 설비를 건설 중이며, 2027년부터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항공연료의 6%를 SAF로 의무화하고 있다. LG화학은 이 흐름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재활용 분야에서는 기술 수준을 고도화해 소비자 사용 후 플라스틱(PCP)을 고품질 소재로 다시 활용하는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재생 플라스틱의 색상 문제를 개선해 다양한 색상 적용이 가능한 백색 소재를 확보했으며, 화학적 재활용 설비도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고 전무는 ESG 사업 전환 과정에서 가장 큰 장벽으로 ‘시장성 부재’를 지목했다. “기술은 준비돼 있지만, 친환경 제품은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 프리미엄을 소비자나 고객사가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친환경 제품은 비용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으므로 세제 혜택이나 의무 구매 기준 등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기업 혼자 생태계를 만들 수는 없다. 재단, 정부,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력이 병행돼야 시장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국내 일부 대기업이 ESG 투자 전략을 후퇴시키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고 전무는 “LG화학은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발생시키는 글로벌 기업으로 (LG화학은) ESG 요구에 후퇴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 고객사들은 제품 단위 탄소배출량 정보 제공을 요구하며, ESG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납품 기회 자체가 차단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의 정치적 변화에 대해서도 “ESG 정책은 정부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일시적 정책 변화가 있더라도 방향성 자체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기업은 생존을 위해 지속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며 “지속가능성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장기적 경영의 이정표”라며 “단기 성과만을 좇기보다는 장기 비전 아래 ESG 투자를 전략적으로 이어가는 기업이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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