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신사업으로 키운 수처리 필터(워터솔루션·사진) 사업을 1조4000억원에 매각한다. 배터리 소재와 친환경 소재, 신약 등 3대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글로벌 점유율 2위인 알짜 사업부를 정리하는 것이다.
LG화학은 13일 이사회를 열어 첨단소재 사업본부에 있는 워터솔루션 사업을 사모펀드(PEF)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에 1조40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LG화학은 워터솔루션 사업 매각을 위해 글랜우드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해왔다.
LG화학은 2014년 미국 나노H2O를 인수한 데 이어 충북 청주에 전용 공장을 짓고 수처리 필터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청주공장을 증설하고 5년 내 사업 규모를 두 배로 키운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본업인 석유화학과 신사업인 배터리 소재 부문의 부진이 길어지자 과감히 정리에 나섰다.
LG화학 워터솔루션 사업부는 꾸준한 수익을 낸 알짜 사업이다. 주력 제품은 역삼투압(RO) 필터다. RO 필터는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삼투현상에 역압을 적용해 해수에서 염분을 분리하는 막이다. LG화학의 RO 필터는 염분 제거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99.89%에 달한다. 일본 도레이에 이어 글로벌 시장 점유율 2위다. 워터솔루션 사업의 작년 매출은 2220억원, 영업이익은 420억원이었다. LG화학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와 친환경 소재, 신약 등 3대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LG화학이 석유화학 등 핵심 사업 정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화학은 여수 NCC(나프타분해시설) 2공장과 미용 필러를 제조하는 에스테틱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격에 대한 이견 등으로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