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PD님, 선생님,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요즘 제 '본캐'는 '생활체육인'입니다. 그냥 편하게 불러주세요."
공과대학을 졸업해 글로벌 기업 영업사원이 됐고, 퇴사 후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해 통역사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재미없는 말도 재밌는 표현으로 바꿔 번역하는 게 문제가 됐다. "그렇게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려면 PD가 되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PD가 됐고, MBC '뉴논스톱', '내조의 여왕' 등을 만들었지만, PD가 된 후에도 생각을 전달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책을 썼고, 강연을 하게 됐다. MBC를 퇴사한 지 어느덧 6년, 김민식 작가는 매일 운동하고, 매년 책을 낸다. 지난달에도 '김민식의 내 몸을 바꾸는 평생 루틴'을 내놓았다. 그래서 인터뷰에서는 편의상 '작가님'이라고 칭하기로 했다.
"선택에 두려움이 없는 이유? 스무살에 망했거든요"
김민식 작가는 한양대 공과대학에서 석탄 채굴을 공부했다. 졸업 후엔 글로벌 기업의 영업사원이 됐지만 얼마 못 가 나왔다. 성질 사나운 상사, 맞지 않는 일. 1994년, 평생직장의 개념이 당연하던 시절 그는 첫 직장에서 스스로 걸어 나왔다.
"그때 다들 '첫 직장 나가면 굶어죽는다'고 했어요. 이직하고 직업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은 시절이었죠. 저는 스무 살에 인생이 망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요. 매몰 비용에 집착하지 않게 된 거죠.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니까요."
김민식 작가의 아버지는 그가 의대에 진학하길 바랬지만 성적은 바닥을 쳤다. 이후 성적에 맞춰 내가 아닌 남들이 하라는 대로 대학도, 전공도 정해졌다. 흥미도 없는 전공 공부를 하며 학교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곳에서 1년에 200권 이상 책을 읽고, '다독상' 수상자로 등극할 만큼 독서를 하며 지금과 같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체성의 기반을 닦았다.
단호하게 회사를 그만둔 후 통역사로 일하게 되면서 그는 당시 "시급 5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첫 직장 월급보다 더 많은 수입을 얻게 된 것. 특히 다른 영문과 전공자들과 달리 공대를 나와 영업맨 경험까지 있던 그에게 비즈니스 통번역 의뢰가 이어지며, 나름 잘나가던 통역사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그는 MBC에 입사하며 다시 한번 '업'을 전환했다. 그리고 예능 PD에서 드라마 PD로 방송국 내에서도 업종을 변경하며 끊임없이 변화했다.
"제가 '뉴논스톱'을 하던 시기에는 아이들이 그래도 집에 가서 밥을 먹고, TV를 보다가 학원에 갈 수 있었어요. 그러다가 애들이 학원 근처 분식집에서, 편의점에서 밥을 먹고 학원을 가더라고요. 여기에 불법 다운로드 파일 공유 사이트와 DMB까지 나오면서 젊은 시청자들이 TV를 안 보는 거예요. 그런데 드라마는 시청 연령이 더 높다 보니 그런 변화가 덜하더라고요. 그래서 드라마 쪽으로 가야겠다고 판단했어요."
하지만 '작가의 예술'이라 불리는 드라마에서는 연출자의 이야기를 펼치는 게 쉽지 않았다. 그 역시 "작가의 세계관을 연출자가 흔들면 작품이 산으로 간다"며 "드라마는 작가가 세계관을 만들고 PD는 그걸 구현하는 역할이었더라.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얘기들을 블로그에 적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변화하는 세상을 보고, 벼랑 끝이 아닌 '고점'에서 나를 팔아야 한다"고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선택을 할 때 팁을 전했다. 그가 대학을 다니던 1990년대는 는 '세계화'가 키워드라 영어를 공부했고, 2000년대는 '정보화'가 화두라 "'1차 창작 생산자'가 되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것. 그러면서 "변화를 읽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독서"라고 전했다.
"고점에서 나왔습니다"
김민식 작가는 업을 변화할 타이밍을 주식 차트에 빗대 설명했다.
"주식으로 보면 최저점에서 팔면 안 되잖아요. 그때는 버텨야죠. 저점에서 나를 팔면 바깥에서 누가 나를 살려고 하겠어요. 고점에서 나가야 자신감도 생기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가 훨씬 쉽습니다."
그러면서 MBC에서 근무하던 시절, 기획, 연출한 프로그램 시청률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힘든 시절도 있었다"고 고백하면서 "그땐 오히려 조직 안에서 몸값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그렇게 버티고 올라가다 보니, 책도 팔리고, 강연도 들어왔다"는 것. 2020년 MBC에서 명예퇴직자를 받았을 때 "손을 들고 나왔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이같은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힘들 때 도망가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면 안 됩니다. 어차피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쫓겨서 나가는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해서 자유로운 삶을 향해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퇴사 후…"나만의 길로"
방송사에서 퇴사한 대다수의 연출자들은 제작사나 다른 방송사로 이직한다. 하지만 김민식 작가가 택한 길의 방향은 달랐다. 그리고 그만의 방식으로 노년의 '경제적 자유'를 위한 계획을 꾸준히 실현해가고 있었다.
김민식 작가는 최근까지 대학원에서 방송제작론 강의를 했고, 꾸준히 출간을 위한 원고 작업과 강연을 해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두고 김민식 작가는 자신의 '본캐'는 "생활체육인"이라고 강조했다.
"매일 하는 게 본캐예요. 저는 월수금 탁구를 치고, 일주일에 세 번 근력 운동을 하고, 줌바댄스를 합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춘천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돌아올 땐 기차를 탔어요. 한 달 전엔 마라톤 10km를 완주했고요."
여성 회원만 가득한 줌바댄스 교실에 청일점으로 다닌 지도 꽤 됐다. 처음엔 오해를 살까 걱정도 됐지만, 지금은 "부끄러운 것 없이, 그냥 신나고 재밌다"고 했다.
"나이 50을 넘어서면 한 번도 안 해본 운동을 해야 합니다. 20~30대에 잘하던 걸 그대로 하면 몸이 못 버텨요. 테니스를 날아다니며 쳤던 사람이 그 강도로 치면 엘보가 옵니다. 초보로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받아들이면 새 운동은 새로운 세계가 돼요."
그는 건강 관리가 단순히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경제적 자유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자유가 있어서 생활체육인이 되는 게 아니에요. 생활체육인이 돼야 경제적 자유가 가능한 거예요. 아프면 병원비가 수백씩 나가고, 아픈 상태에선 돈을 벌 수도 없어요. 50 넘어서 돈 버는 걸 본캐로 삼으면 몸이 망가집니다. 오래 살려면 건강 관리가 먼저예요."
매년 새로운 주제로 책을 쓸 수 있는 것도 체력 덕분이라고 했다. 30분씩 트레일러닝을 하며 땀을 흘릴 때 다음 책의 챕터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도.
"걷거나 딴짓할 때 생각이 나와요. 50이 넘어서 하루 종일 앉아서 글을 쓰려고 하면 아픕니다. 움직이면서 생각하고, 그걸 써 내려가는 게 제 방식입니다."
'월천대사'의 투자법…"단타 금지"
김민식 작가의 또 다른 별명은 '월천대사'다. 월에 1000만원을 번다는 것. 실제로 그는 회사를 다닐 때부터 "짠돌이"라는 말을 들었고, 단순히 아끼는 것만이 아닌 윤택한 노후를 위한 재테크에도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주식 투자를 하되, 단타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이러한 그의 철학은 지난해 나온 책 '월급 절반을 재테크하라'에도 담겨 있다.
"재테크 책을 읽으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어요. 단타 하지 말라는 거예요. 탐욕과 공포에 휘둘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사고팔고를 반복하다 잃는 거거든요."
지수 투자를 꾸준히 해왔던 그는 퇴사 후 모은 돈의 일부를 국내 대표 기업 주식에 투자했다. 최근 주식 시장이 폭등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얻게 됐는데, 김민식 작가는 국내 정치 혼란과 국제 정세 변화로 "바닥을 쳤을 때 추가 매수한 덕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0년은 붙들고 있으라는 재테크 책들의 가르침대로 팔지 않겠다"며 "80대가 된 저에게 보내는 선물"이라고 했다.
"지금은 소득이 있는데 왜 팔아야 하나 싶어요. 80대의 제가 친구들에게 '오늘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내가 오늘 삼성전자 1주 팔았어' 이렇게 기분 낼 수 있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김민식 작가는 현재 책 인세, 강연료 등으로 MBC 근무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경제 활동을 할 수 없을 때에도 지금과 같은 수입을 유지하는 걸 목표로 연금 상품과 종신 수령 상품도 여러 개 가입해 뒀다.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50대 김민식이 지금처럼 일할 수 없는 80대의 김민식, 70대의 김민식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돈을 써야 하니 일찍 죽을 수 없다"면서 웃었다.
"재테크에 올인하는 사람들 보면 그게 본캐가 된 거예요. 저는 경제인이 아니에요. 운동 대 재테크 비율로 따지면 9대1이에요. 투자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면 그게 중독이 돼요. 저는 생활체육인이니, 이 일상을 사는 거죠."
운동을 중심에 두고 집필, 강연 등의 일을 한다. 일은 홀수 달에만, 짝수 달에는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 이미 6월 스페인, 8월 캐나다 여행을 예약해 뒀다.
그러면서도 다음 책 집필을 이미 시작했다고 했다. 영어 공부부터 글쓰기, 인간관계, 재테크와 건강까지 다방면의 저서를 내놓았던 김민식 작가의 차기작 주제는 '시간관리'였다. 이 역시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퇴직하고 나면 24시간이 내 것입니다. 이걸 어떻게 쓰냐에 따라 자칫하면 중독의 길로 갑니다. 재테크도 저는 중독이라고 봐요. 미친 듯이 빠져드는 분도 있잖아요. 퇴직 후의 삶을 결정짓는 건 결국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예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3 hours ago
4
![[여기는 칸] 거장 문지우의 '피오르'…박찬욱 "어쩔 수 없는 황금종려상"](https://img.hankyung.com/photo/202605/01.44402272.1.jpg)
![50년 전 오늘, 계급장 뗀 미국 와인은 역사를 다시 썼다 [변원규의 잔 들기 전 이야기]](https://img.hankyung.com/photo/202605/01.44339077.1.jpg)


!["해외여행 온 것 같아요"…2030 '인기 폭발' 국내 여행지 [트래블톡]](https://img.hankyung.com/photo/202605/01.44382810.1.jpg)

!["바람만 불어도 불에 타는 듯"…신동욱 괴롭힌 무서운 '희귀병' [건강!톡]](https://img.hankyung.com/photo/202605/01.44378627.1.jpg)





!['통한의 극장골 실점 패배' 주승진 김천 감독 "뒷심이 부족했다" [전주 현장]](https://image.starnewskorea.com/21/2026/05/2026051714010261496_1.jpg)
![[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95〉 [AC협회장 주간록105] 마이클 잭슨 자산과 스타트업 경영](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5/04/news-p.v1.20260504.773e529e3f474adea55b425cf6daf8c2_P3.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