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영화 ‘군체’…좀비는 훌륭한데 인간들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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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영화 ‘군체’…좀비는 훌륭한데 인간들은 이상하다

최재민(외부기고자)

입력 : 2026.06.15 16:11

영화 ‘군체’가 누적 관객수 500만 명을 넘기며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올해 개봉작 중 관객 수 500만 명을 넘은 작품은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군체’가 두 번째다. 좀비와 기생생물, 저주, 초능력, SF, 종교, 코스믹 호러 등으로 ‘연니버스’를 만들어낸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과 ‘반도’에 이어 6년 만에 좀비 장르 자체를 리부트했다.

※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군체’ 스틸컷

영화 ‘군체’ 스틸컷

서울 도심의 초고층 빌딩에서 정체불명의 집단 감염사태가 발생한다. 건물은 순식간에 봉쇄되고,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대로 고립된다. 처음엔 짐승처럼 기어 다니던 감염자들은 점점 진화하며 두 발로 걷기 시작하고, 사람을 식별하며 무리를 지어 생존자들을 공격한다. 생명공학자 ‘권세정’(전지현)과 생존자들은 자신의 몸에 백신을 주입했다고 신고한 ‘서영철’(구교환)을 찾아 구조대가 기다리는 옥상으로 향하지만, 올라갈수록 상황은 점점 더 예측할 수 없게 변해가고, 서영철은 감염자들을 앞세워 생존자들 앞을 막아 선다.

영화 ‘군체’ 스틸컷

영화 ‘군체’ 스틸컷

‘군체’는 천만 영화 ‘암살’ 속 독립투사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하는 배우 전지현의 신작으로, ‘만약에 우리’와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로 연타석 홈런을 친 구교환이 그녀와 대치하는 빌런 서영철 역을 맡았다. 천재 과학자의 잘못된 신념이 그를 빌런으로 만드는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익히 보아온 무드지만, 연상호 감독 작품들 속에서 그간 극과 극의 새로운 얼굴을 펼쳐 온 구교환은 알 수 없는 표정 속에 의도를 감춘 입체적 빌런으로 캐릭터를 연기해낸다.

영화 ‘군체’ 스틸컷

영화 ‘군체’ 스틸컷

‘군체’에서 지창욱은 휴가에 자신을 만나러 온 하반신 장애인인 누나 현희와 함께 빌딩에 고립되는 빌딩관리원 최현석 역을 맡았다. 지창욱은 감정과 액션, 캐릭터의 모든 방면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인물로, 좀비와 맞붙는 후반부 액션에서 장기를 보인다. ‘지옥’ 시리즈에서 지옥 사자의 고지와 부활이라는 불가해한 현상을 온몸으로 구현했던 김신록은 몸에 장애가 있지만 생존자들 중 인간의 선의에 대한 믿음이 가장 확실한 누나 최현희 역을 맡아 연기했다.

영화 ‘군체’ 스틸컷

영화 ‘군체’ 스틸컷

‘부산행’과 ‘반도’의 좀비 안무를 맡았던 전영 안무 감독은 한국 좀비 장르 최초 20명의 전문 무용수들과 전혀 새로운 좀비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감염 직후 온몸을 뒤틀다 네발로 기는 동작, 비틀거리며 직립을 하고 곧 스피드까지도 획득하며, 생존자들을 모방하는 장면 등은 덕분에 모두 인상적이다. 수포와 점액질 등 국내 좀비물에선 드물었던 비주얼, 끊임없이 대규모로 공격하는 감염자들의 스피디하고 위압적인 액션, 마치 CG처럼 움직이는 무리 감염자들의 모습은 관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영화 ‘군체’ 스틸컷

영화 ‘군체’ 스틸컷

좀비들 사이 동기화를 빗댄 개미들의 움직임 ‘앤트밀’은 새롭지만 점액질 대신 텔레파시로 소통하는 듯한 설정의 충돌은 의문을 낳는다. 무난하고 뻔한 캐릭터들의 예상되는 죽음과 카타르시스 없는 빌런의 결말도 아쉽다. 캐릭터들이 모든 걸 말로 설명하면서 긴장감은 하락하고, 결론에 이르러 주요 배우들 간의 관계 역시 도덕 교과서적으로 느껴진다. 캐릭터를 좀 더 다듬고, 사건의 서사를 좀 더 발전시켰다면 어땠을까. 러닝타임 122분.

[ 최재민 사진 ㈜쇼박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35호(26.06.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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