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샤머니즘과 J-호러를 결합한 ‘샤머니즘 오컬트 호러’를 내세운 ‘신사: 악귀의 속삭임’은 답사를 갔던 대학생 3명이 사라지고 박수무당 명진(김재중)이 사건을 파헤치며 악귀와 맞서는 이야기다. 인간의 욕망 대신 악귀의 공포 자체에 집중했다면 어떨까.
※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베의 산속에 자리한 한 폐신사에서, 한일 문화교류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대학생들이 하나둘 실종되고 이들을 찾아나선 매니저 ‘유미’(공성하)는 눈앞에서 학생의 죽음을 목격한다. 고민하던 유미는 대학 선배였던 박수무당 ‘명진’(김재중)을 일본으로 부르고, 한국에서 계속 악몽을 꾸던 명진은 그녀의 전화에 고베로 향한다. 사건을 파헤치기 위한 둘 앞에 목사가 나타난다.
일본 장르 영화계의 거장 구마키리 가즈요시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 ‘신사: 악귀의 속삭임’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박수무당 ‘명진’ 역으로 생애 첫 호러 영화에 출연한 김재중이 주인공이다. 여기에 영화 ‘특별시민’, ‘악인전’과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입체적 연기를 선보인 공성하가 실종된 학생들을 찾아나서는 프로젝트 매니저 ‘유미’ 역을 맡아 첫 호러퀸에 도전한다.
영화 내내 눈에 띄는 건 일본 배우 키노 하나. 한국 영화 ‘윤희에게’에서 ‘마사코’ 역으로 출연해 따뜻하고 잔잔한 감성을 전했던 그녀가 학생들과 매니저 유미의 식사를 책임지던 하숙집 주인 역을 맡아 따뜻함과 기묘한 분위기를 동시에 전한다. 여기에 뮤지컬계 실력파 배우 고윤준이 한인교회 목사 ‘한주’ 역을 맡아 첫 스크린 데뷔를 했다.
현지에서도 유명한 심령 스폿이었던 폐 신사, 거대한 지하터널 등 모두 세트가 아닌 실제 장소를 로케이션으로 삼아 영화 전체의 공포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큰 장점이다. 제목에 ‘신사’를 넣을 만큼 극중 신사가 중요한 소재로 나올 것 같지만 실제 영화엔 신사 장면이 많이 등장하진 않는다.
자신이 모시는 신을 ‘할머니’라 부르면서도 극중에선 자세한 설명이 나오지 않는 설정, 명진이 왜 박수무당이 됐는지 등의 서사가 생략된 것은 캐릭터를 잘 이해할 수 없게 만든다. 드라마 ‘악귀’, 영화 ‘파묘’나 ‘곡성’, 예능 ‘운명전쟁49’ 등 많은 샤머니즘 장르로 높아진 관객의 눈을 만족시키기엔 소재의 전문성이 아쉽다.
관객들이 오컬트 장르에 기대하는 살벌한 퇴마 퍼포먼스는 없다. 방울과 부채만을 든 채 액션을 펼치는 신은 특히 심심하게 느껴진다. 학생들이 실종됐는데 경찰 대신 목사를 가장 먼저 현장에 부르는 유미의 행동,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특별한 단서도 없이 사건의 본거지를 알아채는 명진의 능력, 영상과 어울리지 않는 사운드 역시 아쉽다.
악귀의 힘을 빌린 빌런의 정체를 너무 일찍 오픈한 것, 주인공의 충격적인 흑화도 갑작스럽다. 악귀 자체나 오컬트 장르에 좀 더 충실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러닝타임 98분.
[글 최재민 사진 ㈜로아앤코홀딩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37호(26.07.0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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