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서 갑자기 보인다 했더니"…영화만 찍던 배우 돌변 이유 [김소연의 엔터비즈]

1 week ago 1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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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작품이 영화관의 큰 화면에서 나오길 바라는 마음은 있죠. 그런데 영화 시장이 너무 죽어서, 힘든 환경이라는 건 알아요."

영화 출연만 고수하다 최근 글로벌 OTT 플랫폼 시리즈 작품에 출연했던 한 배우의 말이다.

영화관입장관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올해 개봉한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건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로 전국 296만6917명이었다. 한국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건 '히트맨2'로 254만7448명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파묘', '범죄도시4' 등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 있었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힘들다는 관측이다. 코로나19로 개봉이 연기됐던 일명 '창고 영화'도 소진돼 가는 상황인 만큼 영화 사업 붕괴 자체를 우려하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영화관 총관객 수는 1억2313만 명, 매출액은 1조1945억 원으로 팬데믹 이전(2017~2019년) 대비 각각 55.7%, 65.3% 수준에 그쳤다. 올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공개한 지난 3월 영화산업 결산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극장 전체 관객 수는 643만7886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달 1169만7143명보다 45% 적은 525만9257명이었다. 매출도 약 620억원으로, 46.8%에 해당하는 약 546억원이나 감소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영화 산업이 죽을 쑤는 동안 넷플릭스를 통해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현실을 목격한 배우, 제작진은 글로벌 OTT로 몰려가고 있다. 영화만 고집하던 유명 배우들이 OTT 시리즈 주인공으로 출연하게 된 이유다.

배우도, 인력도 떠나면서 양질의 이야기 공급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것.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5대 투자배급사로 불리는 이들은 코로나19 이전엔 매년 40편 이상의 영화를 공급해왔다. 하지만 올해 개봉작 수는 20여 편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CJ ENM은 '어쩔 수가 없다', '악마가 이사왔다' 등 2편에 불과하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 애니메이션을 제외한 한국 영화는 한 편도 초대받지 못했는데, 이는 침체된 한국 영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투자가 늘어야 실험도 가능한 데, 투자가 위축되면서 흥행에 더욱 목을 매고, 뻔한 흥행 공식과 유명 배우가 답습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극장에서는 재개봉과 대관 이벤트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유명 가수들의 실황 공연을 담은 영화가 공개될 때마다 이뤄지는 팬덤의 단체 대관뿐 아니라 영화와 무관한 행사 대관도 최근엔 늘어났다. 롯데시네마는 중앙대 입학설명회를 전국 11개 지점에서 진행한다.

그런데도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운영사인 CJ CGV는 지난달 수익성 개선을 위해 CGV 송파와 CGV연수역 점 영업을 종료했다. 지난 2월에는 근속 7년 이상 대리급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CJ CGV는 코로나19 시작 직후인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70% 감소한 5834억원, 2021년엔 그보다 소폭 상승한 7363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1조원을 회복했고, 지난해엔 1조9579억원으로 코로나19 확산 전 수준의 성적표를 거뒀지만, 국내 영화 시장이 위축하면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메가박스는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누적 적자 17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만 1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시네마는 베트남 등 해외 매출이 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 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별도로 발표하지 않은 국내 사업 실적은 적자를 봤을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롯데시네마는 지난해에만 10개 지점이 문을 닫았다.

반면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매출이 105억4300만달러(약 14조9700억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12.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33억4700만달러(약 4조7524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 늘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실적을 견인한 효자 콘텐츠로 영국의 '소년의 시간'을 비롯해 한국의 '중증외상센터', '폭싹 속았수다' 등을 언급했다.

그뿐만 아니라 2분기 기대작으로도 '오징어게임3'를 소개하며 "마지막 시즌이 6월 27일 공개된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넷플릭스에서 양질의 국내 제작 콘텐츠가 지속해서 나올 수 있는 건, "그에 상응하는 투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넷플릭스가 국내 방송사, 투자배급사의 역할까지 하며 콘텐츠 제작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담당자들 모두 자신의 기획안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곳이 넷플릭스가 됐다는 것.

하지만 OTT로 편향된 제작이 국내 콘텐츠 산업의 구조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급변하는 상황에 손 놓고 있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좋은 인력과 양질의 콘텐츠가 OTT로 이동하는 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며 "이를 탓하고, 문제로 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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