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노견 노묘의 치매 발병률 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11세 이상에서 약 28%가 치매에 걸리고, 15세 이상에서는 개의 경우 68%, 고양이는 50%가 치매를 앓는다고 한다.
치매를 의심해 볼 만한 이상 행동들
지인의 반려견은 11살이다. 아직 노견 나이가 아니다 보니 지인도 반려견의 이상 행동을 치매 때문이라고 의심하지 못했다. 반려견이 한 달 전부터 입을 쩝쩝 다시고 앞발로 머리를 훑어내리는 행동을 반복했는데, 지인은 기온이 갑자기 오르니 더워서 그런가 보다 했다고. 그러다 배변 실수가 잦아 병원에 갔다가 치매(인지기능장애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지인은 진작 알아채지 못한 자신을 책망했다. 한 달 앞당겨 알았다 해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겠지만 말이다.
반려동물의 치매 여부를 가늠하는 몇 가지 행동 징후가 있다. 첫째, ‘방향 감각 상실’이다. 익숙한 집 안에서 방향을 헛갈리거나 문을 잘 찾지 못하고, 벽이나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면 인지기능 저하를 의심할 수 있다. 둘째, ‘사회적 상호 작용 변화’다. 보호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신체 접촉을 기피하기도 한다. 셋째, ‘수면 주기 변화’다. 하루 중 수면 시간이 늘고 특히 낮에 주로 자고 밤에는 집 안을 배회하거나 하울링을 하며 잠을 자지 않는다. 넷째, ‘배변 실수’다. 집 안 여기저기에 볼일을 보거나 자신의 배설물을 인지하지 못하고 밟고 다니기도 한다. 다섯째, ‘활동성의 변화’다. 활동량이 줄고 외부 자극에 심드렁하며,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거나 같은 길을 왕복하는 정형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인지기능 검사로 조기 발견 가능해
이들 중 한두 가지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 노화 증상으로 생각해 그냥 넘기기 쉽다. 하지만 사람과 마찬가지로 조기 발견은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춰 삶의 질을 최대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반려동물이 노령이라면 한 번쯤 ‘반려동물 인지기능검사’를 받아 보자. 보호자를 대상으로 위의 다섯 가지 행동 변화에 관해 문진과 설문이 이루어지고, 반려동물을 대상으로는 혈액 검사, 호르몬 검사, 뇌 영상 검사(MRI, CT) 등을 시행한다. 검사 결과 치매로 판정되면 그에 맞추어 약물 치료, 영양 관리, 생활 환경 개선, 행동 자극 등을 병행하게 된다.
나 역시 올해 15살인 나의 반려견을 보며 종종 두려움이 엄습하는 것을 어쩌지 못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비반려인에 비해 치매 발병률이 40%까지 낮다고 한다. 그 덕을 보는 만큼 반려동물의 치매에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상부상조의 미덕 아닐까.
[글 이경혜(프리랜서) 사진 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33호(26.06.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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