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태그'했을 뿐인데 갑자기 내용증명 날아왔다면 [오성환의 지재권 분쟁, 이기는 쪽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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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태그'했을 뿐인데 갑자기 내용증명 날아왔다면 [오성환의 지재권 분쟁, 이기는 쪽의 법칙]

"소셜미디어(SNS) 해시태그 하나 달았을 뿐인데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겠다네요."
"경고장이 날아와 브랜드 이름을 바꿨는데, 손해배상까지 요구합니다."

낯설지 않은 일들이다. 브랜드가 곧 자산인 시대, 상표권 침해 소송은 더 이상 대기업의 전유물로만 남지 않게 됐다. 특히 스타트업, 쇼핑몰 운영자, 유튜버, 온라인 셀러 등 개인 브랜드 운영자들이 분쟁의 중심에 서는 경우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들은 상표법의 기본 원칙조차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경고장을 받는 순간부터 당황하거나 불리해지기 일쑤다.

초기 대응 전략이 승패 좌우

상표권은 민사 소송과 형사 고소 두 가지 방식으로 모두 행사될 수 있는 강력한 권리다. 상표권 침해가 인정되면 제품 판매 금지, 손해 배상, 심지어 벌금형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소송이 제기됐다 해서 반드시 패소하는 건 아니다. 브랜드를 지킬 방법도 있다. 상표권 분쟁은 매우 다양한 예외와 반례가 있기 때문에 초기 대응 전략이 향후 결과를 좌우한다.

▪'무효심판'이라는 역공 카드: 이미 등록된 상표라도 등록 자체가 부적절했던 경우(예: 보통 명칭 사용, 기존 상표와 유사, 식별력 부족 등)에는 '무효심판'을 통해 상표 자체를 없애버릴 수 있다. 상표권 침해 주장의 뿌리를 흔드는 전략이다.
▪'선(先)사용권'의 실체: 해당 상표가 등록된 시점보다 본인이 먼저 전국적으로 사용했고, 이에 따라 상업적 신용을 쌓아왔다는 점이 입증되면 법적으로 사용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등록 상표보다 우선하는 권리다. 다만 언론보도, 광고자료, 판매내역 등 입증 자료가 핵심이다.
▪'혼동 가능성'이 핵심: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려면 소비자가 두 브랜드를 혼동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이름이 비슷하더라도 업종이 다르거나 디자인, 소비자층, 유통 채널이 완전히 다르면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경고장을 받았을 때의 노하우로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무대응은 금물이다. 내용증명을 받았을 때 침묵하거나 회피하면 나중에 법원에서 불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답변 내용증명'을 통해 법적 입장을 전달하고 향후 협상 또는 소송의 프레임을 선제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내용증명은 가짜일 수도 있다. 실제 상표권자가 아닌 사람이 경고장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 '등록상표' 여부, '상표권자'의 실체, 대상 상품군과의 연관성 등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셋째, 상표 침해가 아닌 '광고적 사용'인지 확인하라. 보도 목적, 비교 광고, 풍자 등 특정 상황에선 타 브랜드를 언급하더라도 침해가 아닌 경우도 존재한다. 이른바 '정당한 사용'(legitimate use)에 해당한다면 침해책임이 없다.

'SNS 태그'했을 뿐인데 갑자기 내용증명 날아왔다면 [오성환의 지재권 분쟁, 이기는 쪽의 법칙]

브랜드명 함부로 바꿨다간 '낭패'

정식 소송 전 브랜드명을 바꾸면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소극적으로 침해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돼 법원에서 패소 근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해배상 산정 단계에서 '악의적 침해'로 간주될 여지도 생긴다. 브랜드명을 바꾸기 전에는 반드시 △상대방이 정말 상표권자인지 △침해 주장 상표는 유효한지 △소비자가 혼동할 가능성이 존재하는지 △선사용 입증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다수의 전문가가 상표 등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문제가 생겼을 때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는가다. 대부분의 상표 분쟁은 '내용증명'과 '1차 답변'이 이뤄지는 초기 단계에서 판가름 난다. 여기서 대응이 어설프면 소송까지 이어질 확률이 높고, 이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상표침해 분쟁은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다. 대기업의 전유물이던 상표권 소송은 작은 사업자, 브랜드 운영자에게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겁먹을 필요는 없다. 핵심은 내 브랜드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전략적 대응이다. 상표침해 경고장을 받았다면, 그리고 소송이 시작됐다면, 지금이야말로 내 브랜드의 가치를 지킬 준비를 할 시간이다.

오성환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ㅣ 1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2013~2017년 특허청 심사관으로 심사, 심판, 특허법 개정 등 업무를 수행했다. KAIST 공학 석사 과정을 밟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지식재산권법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9~2023년 법무법인 바른을 거쳐 2023년부터 동인에서 변리자이자 특허전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지적재산권법 전문 변호사로 등록돼 있으며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대한변협 대의원이다. 성균관대 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겸임 교수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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