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갑질 고객과의 전쟁”… 보디캠 달고 탑승도 거절

4 hours ago 3

기업들, 직원 피해 커지자 적극 대응
참의원 본회의에선 개정 법 통과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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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이 ‘카스하라’와의 전쟁에 나섰다고 아사히신문이 4일 전했다. 이 단어는 ‘고객(customer)’과 ‘괴롭힘(harassment)’의 일본식 발음 앞머리를 딴 조어로 ‘고객 갑질’을 의미한다. 일본은 고객을 극진하게 모셔 다시 찾게끔 한다는 이른바 ‘오모테나시 문화’가 대부분의 업종에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도를 넘는 고객 갑질로 인한 직원 피해가 커지자 기업들이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다.

세이부철도는 올 3월부터 역무원의 가슴에 달 수 있는 보디캠을 82개 역사에 배포했다. 고객 갑질이나 각종 범죄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다. 다만, 녹화 중에는 상대가 알 수 있게 별도 표시가 나온다. 또 이케부쿠로나 세이부신주쿠 등 이용객이 많은 5개 역에는 역무 카운터의 천장에 녹음 기능이 추가된 방범 카메라를 설치했다.

편의점 로손 등 서비스 기업들은 종업원들의 명찰을 바꾸고 있다. 실명 대신 직급과 영문 이니셜 등만 새겨진 명찰로 바꿔 익명성을 강화하고 있는 것. 고객이 종업원 실명을 넣어 인터넷 게시판 등에 비판 글을 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항공사 ANA는 ‘변경할 수 없는 항공권을 수수료 없이 바꿔 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이 많자, 아예 특정 고객의 탑승을 거절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또 보안업체 세콤은 올 2월부터 ‘손님이 계약을 해지할 것을 걱정하지 말고 갑질에 적극 대응하라’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요시다 야스유키(吉田保幸) 세콤 사장은 아사히신문에 “회사에는 여러 이해 관계자가 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직원”이라며 직원 보호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 의회에서도 고객 갑질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올해 6월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선 기업의 고객 갑질 방지 조치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 노동시책종합추진법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모든 기업은 고객 갑질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위반 시 행정지도와 기업명 공개 등 제재를 받게 된다. 아사히신문이 기업 100곳을 설문 조사한 결과 87곳이 고객 갑질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거나 향후 시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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