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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채널 'CKOONY' 영상 일부 캡처 (사진=CKOONY) |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일본 교토의 한 노포에서 불거진 ‘외국인 전용 메뉴판’ 논란이 일본 관광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외국인에게 더 비싼 값을 받는 이른바 ‘이중가격제’가 개별 업소의 꼼수 차원을 넘어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관광정책으로 제도화되고 있어서다. 방일 외국인 1위인 한국인 관광객에게 가장 큰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발단은 지난 12일 구독자 60만명 규모의 유튜브 채널 ‘CKOONY’에 올라온 영상이었다. 영상을 촬영한 유튜버 일행이 찾은 곳은 교토 가모강변에 자리한 120년 업력의 스키야키 전문점. 외국인 손님용 메뉴판에는 초밥 3조각이 세금 포함 2035엔(약 1만 8695원), 와규 초밥 4조각이 2625엔(약 2만 4115원)에 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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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채널 'CKOONY' 영상 일부 캡처, 일본어 메뉴판에는 없던 고가 와규 메뉴 (사진=CKOONY) |
문제는 일본어 메뉴판과의 비교에서 드러났다. 동행한 중국인 일행이 일본어 메뉴판을 요청하자 종업원은 “일본어를 이해하느냐”고 두 차례나 확인한 뒤에야 메뉴판을 내줬다. 두 메뉴판을 대조한 결과 대부분 품목에서 일본어 메뉴판 가격이 더 쌌고, 외국인용 메뉴판에만 있는 고가 초밥은 일본어 메뉴판에서 아예 찾을 수 없었다. 종업원도 “일본어 메뉴판에는 초밥이 없다”고 답했다. 외국인만 볼 수 있는 별도 고가 메뉴가 설계돼 있었던 셈이다.
영상 공개 후 구글 리뷰에 별점 1점 항의가 쏟아지자 식당 측은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가격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중가격제는 일절 운영하지 않는다”고 전면 부인했다. 이어 “허위 리뷰와 악의적 괴롭힘이 계속되면 게시자 정보 공개 청구,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라멘집 키오스크·뷔페 ‘현지인 할인’…반복되는 ‘이중가격제’ 논란
민간 업소의 유사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1월 오사카 난바역 인근 유명 라멘집은 키오스크 언어 설정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기본 라멘이 일본어 화면에서는 950엔(8726원)이지만 영어·한국어·중국어 화면에서는 1500엔(1만 3778원)으로 표시됐고, 차슈 라멘은 1350엔(1만 2400원)과 2200엔(2만 208원)으로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업주는 “외국어 메뉴는 고기 양이 많은 프리미엄 구성”이라며 “소비자청 확인 결과 위법이 아니라는 답을 들었다”고 해명했지만, 일본어로 주문하려는 외국인에게 직원이 자국어 주문을 유도했다는 후기까지 나오며 논란이 커졌다.
2024년에는 도쿄 시부야의 해산물 뷔페가 일본인과 재일외국인에게만 1000엔(9180원)을 깎아주는 ‘현지인 할인’을 운영해 도마에 올랐다. 형식은 할인이지만 결과적으로 관광객이 더 높은 정가를 내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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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3월 1일부터 비시민 대상 이중가격제를 시행한 효고현 히메지시 '히메지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히메지성 2.5배·교토 버스 2배…공공 이중가격 ‘제도화’
민간의 은밀한 가격 이원화와 달리 공공부문은 이중가격제를 공개적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올해 3월 1일 효고현 히메지시는 세계문화유산 히메지성 입장료를 시민 1000엔(9180원), 비시민 2500엔(2만 2964원)으로 이원화했다. 시행 첫 달 방문객은 전년 동월 대비 16.8% 줄고 외국인은 25% 감소했지만, 입장료 수입은 약 2억 7000만엔(24억 8011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교토시는 한발 더 나가 버스 요금 차등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2027년부터 230엔(2114원)인 시내버스 요금을 시민 200엔(1838원), 비시민 350~400엔(3217~3676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국토교통성과 협의 중이다. 일본 지자체가 대중교통에 이중가격을 적용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중앙정부도 움직이고 있다. 일본 문화청은 도쿄국립박물관, 국립서양미술관 등 전국 국립 박물관·미술관에 외국인 차등 요금 도입을 2030년까지 순차 도입할 계획이다. 여기에 이달부터 출국세(국제관광여객세)가 1인당 1000엔(9190원)에서 3000엔(2만7570원)으로 3배 인상돼 일본 여행비 부담이 훨씬 가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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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도쿄 시부야 거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한국인 방문 1위인데…“황금알 낳는 거위 잡을라”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조세 형평성과 오버투어리즘 완화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방일 외국인이 지난해 4268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이들의 소비액이 약 9조 5000억엔을 찍으며 전년 대비 16.4% 증가했다. 매년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는 관광객 수요를 기반으로 이들의 소비력을 국가 재정에 흡수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해외 매체와 관광학계에서는 사실상의 외국인 차별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히메지성처럼 ‘방문객이 줄어도 수입은 느는’ 결과가 확인되면서 더 많은 지자체와 업소가 이 흐름에 올라탈 유인이 커졌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한국인은 올해 5월 기준 95만 1300명이 일본을 찾아 전년 동월 대비 15.2% 늘며 국가별 방문객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중가격제의 전국 확산이 현실화하면 그 부담을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체감할 소비자가 한국인 관광객이라는 얘기다.
일본 관광업계 일각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사타키 요시히로 조사이국제대학 관광학부 교수는 NHK와의 인터뷰를 통해 “가격이 다르다면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야 하고, 외국인에게 더 많은 서비스나 가치를 제공하지 않으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라며 “그저 고객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돈을 더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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