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무성 "미일 관세협상 5500억달러, '전략적 투자'다" [APEC 2025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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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투자는 리스크 관리 차원 '윈윈 협상'
다카이치 내각, "국방비 GDP 2% 올해 달성한다"
"한국 등 CPTPP 가입, 높은 기준 수용해야"

< 더 밀착한 美·日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에 정박한 핵추진 항공모함 ‘USS조지워싱턴호’에서 연설하는 도중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두 정상은 앞서 정상회담을 한 뒤 미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요코스카 해군기지로 함께 이동했다.   AFP연합뉴스

< 더 밀착한 美·日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에 정박한 핵추진 항공모함 ‘USS조지워싱턴호’에서 연설하는 도중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두 정상은 앞서 정상회담을 한 뒤 미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요코스카 해군기지로 함께 이동했다. AFP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함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키타무라 토시히로 일본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31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일본은 미국과 관세협상에서 양국이 서로 '윈 윈(Win-Win)'한 매우 중요한 협정"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등 일각에서 '일본이 한국에 비해 불리한 협상 결과를 얻어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28일 방일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관세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미국과 일본이 체결한 관세협상 결과를 보면 5500억 달러를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전액 현금으로 투자해야 한다. 반면 한국은 현금으로 내놓을 총액은 2000억 달러, 매년 200억 달러 상한액이 있어 최소 10년 이상 나눠 투자할 수 있다. 한·일 모두 원금 상환 전까지 미국과 수익을 5대 5로 배분하기로 했다. 다만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선 일본이 더 유리한 상황이다. 일본은 최혜국 대우를 받지만 한·미 합의에선 반도체 관세가 포함되지 않았다. 다음은 토시히로 대변인과 일문일답.

키타무라 토시히로 일본 외무성 보도관. 일본 외무성 제공

키타무라 토시히로 일본 외무성 보도관. 일본 외무성 제공

▶ 일부 서방 언론은 일본과의 협상 결과가 한국보다 유리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미·일 관세 협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미 협정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언급은 삼가겠지만, 일·미 협정은 미국과 일본 양국의 경제적 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한 윈윈(win-win) 내용으로, 매우 중요한 협정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일본과 미국은 일미동맹을 강화하고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로 확인했다. 또한 향후 잠재적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공개했다. 양국은 경제, 핵심광물 등 공급망의 강화를 비롯해, 경제안보, 에너지, 인공지능(AI) 및 기타 기술 분야 등에서 강인성(resilience)을 강화하기 위해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다.”

▶ 미·일 정부가 발표한 관세 협상 결과의 구체적 내용이 있었는가.
“일본은 9월 4일의 합의를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 등 일·미 기업이 관심을 가지는 구체적 투자 안건 등을 포함한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이번 팩트시트에 포함된 안건들도 5500억 달러 규모의 패키지에 포함될 수 있으나 구체적인 투자 안건은 일·미 공동 협의위원회를 통해 결정하는 별도의 절차가 있다.”

“이번 팩트시트에 포함된 안건들은 다카이치 내각의 새로운 성장 전략 및 정책과 매우 많이 겹친다. 다카이치 총리는 주요 리스크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를 성장 전략의 축으로 삼고 있으며, 경제안보, 에너지안보 등이 그 예다. 이는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주요 투자 분야와도 겹치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합의는 양국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본다.”

▶ APEC 기간 중 한·일 정상회담과 외교장관회담이 잇따라 열렸다. 일본이 의장국인 CPTPP에 대해 한국 정부가 가입 의사를 타진했나.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이 처음 만나는 자리였기에, 한일 관계를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강화해 나간다는 큰 방침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CPTPP 등 개별 구체적 의제가 논의되었는지 여부는 외교상의 사안이므로 언급은 삼가겠다.”

“CPTPP 신규 가입은 기존 회원국 간 논의가 필요하다. CPTPP에 가입하려면 높은 기준을 수용해야 한다.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은 CPTPP 외에도, 한국이 회원으로 있는 RCEP(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 일본·ASEAN 포괄적 경제연계협정(AJCEP) 등 다양한 경제적 틀에 참여하고 있다.”

▶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은 어땠다고 보는가.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매우 좋은 회담을 가졌다. 일본은 미국, 특히 트럼프 대통령 개인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 및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일미동맹은 일본의 외교·안보의 중심축이며, 이번에 이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기로 의견이 일치했다. 인공지능(AI) 등 신흥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중국에 비해 뒤처져 있는 조선(造船) 역량을 높이기 위해 양국 간 워킹그룹을 설립하기로 했다.”

▶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는가.
“다카이치 내각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다. 다카이치 총리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방침을 밝혔다. 다만 다카이치 정부는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에서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했으며, 중의원에서는 과반에 2석이 부족하다. 따라서 예산, 법안, 정책 등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야당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은 매우 엄중하다. 북한, 러시아, 중국이 있다. 우리의 안보를 확립하기 위해 우리의 판단에 따라 방위력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2027년까지 방위비를 GDP 대비 2% 수준으로 증액하는 목표가 있으나,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2년 앞당겨 올해 회계연도(내년 3월 말까지)에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내년 말까지 3대 안보 문서(국가안보전략, 국방전략, 방위력정비계획)를 수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회담은 어땠는가.
한일 정상회담 직후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언론과의 회견에서 ‘회담은 매우 의미가 있었고, 즐거운 의견 교환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한일은 이웃국가로서 몇 가지 우려와 과제가 있지만, 양국 정상은 이를 적절히 관리하고, 긍정적이고 안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는 양 정상 간의 매우 중요한 메시지다.”

▶ 한국 핵잠수함에 대한 평가는?
“고이즈미 방위대신은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발언했지만, 일본은 유일한 피폭국으로서 국내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며 논의에 대해 예단하는 것은 삼가고자 한다. 도입을 위해서는 국회 내 논의가 필요하고, 국회전체의 이해를 얻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핵잠수함은 감시 작전 수행에 효과적이지만, 함내에 원자로가 있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한편 인구 감소가 진행 중인 일본은 자위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이러한 논점도 국민과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경주=배성수/이현일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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