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민생입법 더 못 늦춰"
운영·법사·예결·문체위 선출
30일 총리인준 표결도 예고
野, 투표 불참 후 규탄대회
"민주당 소통은 쇼통" 비난
국회 167석을 점유한 거대 여당이 27일 본회의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4명을 선출했다. 다음달 4일까지인 6월 임시국회 회기 안에 이재명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려면 상임위원장 선임을 더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본회의장에서 모두 퇴장한 뒤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아온 지 불과 하루 만에 벌어진 풍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운영위원장에 3선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전임 박찬대 의원) △법제사법위원장에 4선 이춘석 의원(전임 정청래 의원) △문화체육관광위원장에 3선 김교흥 의원(전임 전재수 의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 3선 한병도 의원(전임 박정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앞서 야당인 국민의힘은 운영위, 법사위, 예결위 등 3곳의 위원장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여야는 이날 오전까지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은 추경안뿐만 아니라 시급한 민생 입법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상임위원장 선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예결위원장 외에 다른 상임위원장은 선출을 늦춰야 한다며 평행선을 달렸다.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국민 소비 진작을 통해 멈춰 있던 경제의 선순환을 이루고 투자 촉진으로 대한민국 성장 동력을 다시 살려내겠다"며 "민생 경제를 살리는 추경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본회의에 앞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우원식 국회의장을 찾아가 상임위원장 선출 일정을 최소 일주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본회의를 개의한 우 의장은 "되도록 여야 협의를 통해 사안을 매듭짓기 위해 그간 협의를 독려하고 재촉해왔다. 고심 끝에 안건을 올린다"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 "상임위원장 재배분에 대한 여야 견해차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22대 국회 초, 원 구성 당시 정해진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했다"며 "나라 안팎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데도 하루가 아까운 시기다. 일하는 정부, 일하는 국회로 국민께 위로와 희망을 드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송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민주당에 대화는 요식행위이고, 소통은 '쇼통'에 불과하다"며 "우 의장은 민주당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허수아비 의장임을 오늘도 입증했다"고 비난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아예 법사위원장, 국회의장 모두 깔고 앉아 합의 민주주의를 몽땅 파괴하려 하고 있다"며 "의회민주주의는 파괴되고 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을 겨냥해 "야당과의 협치를 말하면서 실제로는 권력을 독식하고 야당 고언은 흘려들으며 국민을 앞세워 포퓰리즘을 밀어붙이는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양두구육의 전형"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장관 임명 제청권을 갖는 국무총리부터 국회가 인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야당이 김 후보자 인준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으면 단독 표결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김 후보자에 대한 심사결과 보고서는 인사청문회를 마친 지 3일 이후부터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본회의에 상정된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가결 요건은 재적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이다. 의석수 167석인 민주당은 단독으로 인준안을 처리할 수 있다.
[전형민 기자 / 김명환 기자 / 박자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