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2030년까지 중국을 제외한 외국에서 만든 선박을 대거 구매하는 법을 발의했다. 2035년까지 미국에서 건조한 250척의 선박으로 ‘전략상선단’을 구성한다는 내용인데, 2030년까진 한국에서 만든 선박도 전략상선단에 넣어주기로 한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 등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가 예상된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최근 상·하원에서 ‘미국을 위한 조선업법’을 공동 발의했다. 내년부터 10년 안에 미국 국적 상선(컨테이너선·탱커 등)을 250척 확보하고, 2030년까지는 한국 등에서 만든 배도 인정해주는 것이 골자다.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은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제외한다.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들은 법이 통과되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조선업계의 선박 건조 능력은 연간 7척 안팎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군함 등 특수선에 집중돼 있다. 조선사 관계자는 “무역에 쓰는 상선은 대형화 추세가 확연한데 미국에선 이런 상선을 제조할 능력이 현재 없다”며 “2030년까지 미국에선 사실상 한국과 일본 등에 주문을 넣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이 국제 무역에 쓰고 있는 90척의 상선 대부분 8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급 이하 중소형 컨테이너선(40여 척)과 중형 탱커(30여 척), 자동차운반선, 벌크선 등으로 이뤄져 있다. 최소한 160척 이상을 10년 안에 새로 건조해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가격은 척당 2억6000만달러(약 3600억원), 320K급 대형 유조선(VLCC)은 1억2500만달러(약 1800억원)다. 전략상선단을 어떤 종류 배를 중심으로 채울지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한 수십조원에 달하는 신조 수요가 생긴 셈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2027년 납기 물량을 주문받고 있는 HD현대미포조선은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 밀리던 중·소형 컨테이너와 중형 탱커 주문을 기대하고 있으며,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 생산능력을 연간 1.5척에서 3척 이상으로 수년 내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조선소들이 국내 업체들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 미국 현지 조선소 투자나 기술 협력, 인력 파견 과정에서 핵심 기술과 인력이 유출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