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서 왕이 만나 강조
“상호 존중, 첫 원칙 돼야”
미국 유명 국제정치학자인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26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을 만났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주임은 이날 “△상호 존중 △평화 공존 △상생 협력 이 세 가지 원칙이 중·미 관계의 근본적 원칙”이라며 “중·미가 이에 맞춰 대국으로서 올바른 공존 방식을 찾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앨리슨 교수는 “미·중은 같은 행성에 살고 있고 공존의 전략적 위치를 찾아야 한다”며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게 미·중 두 나라와 전 세계에 모두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이어 “미·중은 미래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해 새로운 원칙적 틀을 수립해야 한다”며 “상호 존중을 첫 번째 원칙으로 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존 패권국인 스파르타와 신흥 국가인 아테네 사이의 긴장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기록에서 유래됐다.
앨리슨 교수는 그동안 미·중 패권경쟁을 두고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경고해왔다. 2017년 출간한 ‘예정된 전쟁’에서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전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3월에도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왕 주임과 면담했다. 당시에도 미·중 관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중국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만남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하버드대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학에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및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근절 등을 명분으로 교내 정책 변경을 요구했지만, 하버드대는 ‘학문 자유 침해’라고 이를 거부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가 중국공산당 고위직 인사들을 키워내는 ‘당교’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하버드대의 대중 제재 위반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