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개혁 후속 입법, 정부가 주도]
‘檢개혁 후속조치’ 정부 입법 추진
“檢대신 경찰 권력 비대해져도 안돼… 억울함 없게 수사권 꼼꼼히 조정”
李, 기소-수사 분리 부작용 차단 의지… 與강경파 “최종 입법은 국회 몫”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0일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정부 주도로 검찰개혁 후속 입법을 진행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당초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개혁은 국회가 하는 것”이라고 밝히는 등 검찰개혁 입법을 국회가 주도하도록 했다. 하지만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 기능을 이관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법무부가 아닌 행정안전부(행안부) 산하에 설치할 것을 요구해온 민주당이 강경파를 중심으로 보완수사권과 수사지휘권 등 후속 입법에도 목소리를 높이자 “이제 당은 빠지라”며 선을 긋고 나선 것. 이 대통령도 11일 열리는 취임 100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나서 검찰개혁에 따른 부작용과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 대통령실 “정부 입법으로 추진”… 與 강경파 선 긋기
다만 이후의 후속 논의에 있어서는 당이 아닌 정부가 주도를 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검찰에 대한 전속고발권, 국제 마약 단속에 대한 공조 주체 정리 등 실무적으로 풀어가야 할 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면서 “‘악마화된 검찰을 개혁한다’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단순 접근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검찰개혁과 관련해 정부 주도의 논의를 통해 국민적 불편을 최소화하는 안을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을 꼼꼼하고 정교하게 해서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며 “당정 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정부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검찰청 폐지에 따른 ‘경찰 권력 비대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은 올해 7월 ‘취임 30일 기자회견’ 당시에도 “(수사권을) 경찰이 다 감당할 수 있느냐, 경찰의 비대화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논쟁이 있다”며 “권력은 집중되면 남용되니까 분리하고 견제시켜야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후속 입법 논의 과정에서 경찰의 수사 지연 및 부실, 부패 수사로 인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방점이 찍힐 것”이라고 했다.● 정부 ‘중수청 비대화’ 통제 방안 고심정부 내에서는 법무부 산하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등 사법 통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 산하에 중수청이 설치돼 수사 권한이 집중되는 만큼 다른 기관의 견제가 필요하다는 것. 여당 내에서도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모든 권한을 행안부에 몰아주면 검찰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며 “최소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줘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여파로 폐지된 ‘전건 송치’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건 송치는 경찰이 무혐의로 결론 내린 사건을 포함해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것을 뜻한다. 1차 수사기관이 내린 결론이 미흡할 경우를 대비해 지휘 또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아동학대 사건 등 일부 사건만 전건 송치에 해당하고, 그 외 사건의 경우 경찰이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할 경우 사실상 외부 통제를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검찰개혁 후속 법안 처리는 보완수사권, 수사지휘권, 전건 송치가 한 묶음이 돼야 할 것”이라며 “기소 편의주의보다 더 무서운 것이 봐주기, 깜깜이 수사”라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검찰개혁 강경파는 정부 입법안이 나올 때까지 지켜본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사의 보완수사권 유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내 강경파로 꼽히는 한 의원은 “일단은 정부가 발의하는 내용을 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정부안이 나오더라도 결국 최종 입법은 국회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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