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당시 국회에 출동한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의 부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에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더라도 두 번, 세 번 계엄 하면 된다"고 말하는 내용을 들었다고 윤 전 대통령 재판에 출석해 증언했다.
12일 오상배 전 수방사령관 부관(대위)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세 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사령관 간 네 차례 통화 내용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 앞에 출동해 이 전 사령관과 같은 차 안에 부관으로서 함께 대기 중이던 오 대위는 첫 번째 통화와 관련해 "이 전 사령관이 '다 막혀 있는데 총을 들고 담 넘어서 들어가라고 했다'는 취지로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두 번째 통화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4명이 1명씩 둘러업고 나와라'고 했다고 오 대위는 주장했다.
오 대위는 세 번째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통과 뒤 이뤄진 네 번째 통화에선 윤 전 대통령이 "'결의안이 통과됐다고 해도 두 번, 세 번 계엄 하면 되니까' 하는 취지로 말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 측은 오 대위가 윤 전 대통령과 통화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며 그의 증언 내용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통화 당시 이 전 사령관은 차량 뒷좌석에, 오 대위는 차량 조수석에 탑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측은 오 대위에게 "청력이 남들보다 뛰어난 건 아니죠"라거나 "수시로 전화가 걸려 오는 상황에서 디테일하게 기억하는 게 가능하냐"고 물었다. 이에 오 대위는 "가능하기 때문에 진술했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오 대위 옆자리에 탑승한 운전관은 이 전 사령관과 윤 전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듣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시했다. 또 당시 이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과도 통화를 했음에도 오 대위가 해당 통화 내용은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거짓 증언이 아니냐는 변호인단 주장에 대해 오 대위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 1일 검찰이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추가 기소한 뒤 처음 열리는 공판이다. 재판부는 두 사건을 병합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이 공소장을 송달받은 지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직권남용 사건은 다음 기일인 19일에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 대위에 이어 박정환 육군 특수전사령부 참모장(준장)에 대한 신문을 진행했으나, 이날 마무리하지 못해 다음 기일에 속행하기로 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