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키 꺼리는 일본 절은 세대와 외국인 등을 겨냥해
스피드·스펙타클·스토리의 3요소 갖춘 ‘슈퍼 가부키’
8월 말까지 일본 도쿄 신바시 엔부조에서 공연 돌입
일본 전통예술인 가부키는 화려한 분장과 특유의 발성, 고전적인 대사 때문에 입문 장벽이 높은 공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는 외국인뿐 아니라 일본 젊은 세대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올여름 도쿄에서 개막한 슈퍼 가부키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는 이런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화려한 연출이 일품이다.
3일 일본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쇼치쿠는 이날부터 8월 23일까지 도쿄 신바시 엔부조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스튜디오 지브리 대표작 ‘모노노케 히메’를 가부키로 재해석한 공연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1997년 개봉한 원작 애니메이션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전날 기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최종 연습 무대에서 주인공 아시타카를 맡은 이치카와 단고는 “단순히 애니메이션을 가부키로 옮긴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연출을 더 해 기존 가부키와는 전혀 다른 몰입감을 선사한다”고 강조했다.
쇼치쿠가 선보인 ‘슈퍼 가부키’는 1986년 시작된 현대형 가부키 장르다. 전통적인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빠른 전개와 화려한 무대 효과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배우가 공중을 나는 ‘주노리(宙乗り)’, 순식간에 의상을 바꾸는 ‘하야가와리(早替わり)’ 등 역동적인 연출과 현대어 대사를 사용해 가부키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날 공개된 무대에서는 영화 속 전투 장면을 연상시키는 대규모 액션과 입체적인 무대 전환, 배우들의 역동적인 연기가 이어져 뮤지컬을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이시타카 역의 이치가와 단고는 시시신(사슴 신)까지 1인 2역을 소화하며 공중 비행 장면까지 선보였다. 산(원령공주) 역의 나카무라 이치타로 역시 격렬한 검술 액션을 펼치며 기존 여성형(온나가타·가부키에서 여성을 연기하는 남성 연기자)의 이미지를 넘어서는 새로운 무대를 보여줬다.
최종 연습 무대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배우들도 “가부키 팬은 물론 지브리 팬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치가와 단고는 “개막을 앞두고 두려움도 있지만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며 “지브리 팬과 가부키 팬 모두 극장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카무라 이치타로 역시 “세계적인 작품인 만큼 책임감이 크지만 새로운 가부키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최근 전통예술을 현대 콘텐츠와 결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역시 가부키로 제작돼 호평받았고, 무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해외 투어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모노노케 히메’에 앞서서는 ‘원피스’도 슈퍼 가부키로 소개된 바 있다.
가부키에 대한 동경이 있지만 어렵다는 인식에 시도하지 못했던 한국 관광객에도 이번 공연은 매력적인 일정이 될 수 있다. 원작을 이미 알고 있다면 줄거리를 이해하기 쉽고, 현대적인 연출 덕분에 일본어를 모두 알아듣지 못해도 공연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지 않다.
쇼치쿠 관계자는 “대형 무대장치와 액션, 음악, 조명 효과가 더해져 가부키가 아니라 뮤지컬을 보는 듯한 시각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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