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인 배우 고준희(40)가 가임력 보존을 위한 난자 동결 시술에 도전했다. 난자 동결은 미래의 임신과 출산을 대비해 젊었을 때 건강한 난자를 미리 얼려 보관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준희는 지난 2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어느 날 아이가 '엄마' 하고 나타났으면 좋겠다"며 2세를 위해 난자 동결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난자 동결이 궁금하셨던 분들 혹은 '나도 해야 하나' 고민 중이셨던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진솔하게 제 이야기를 브이로그로 담아봤다"고 설명했다.
고준희는 2년 전부터 난자 동결을 시작했다. 하지만 연예인 활동 특성상 잦은 다이어트로 인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원하는 만큼 난자를 채취하는 데 실패했다고.
혼자 병원에 갈 채비를 하는 고준희에게 어머니는 "앞으로 영양제도 먹고 몸 상태를 최고 좋은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네 나이가 적지 않은 나이잖아"라고 말했다.
고준희 어머니는 "2년 전에도 결혼할 시기가 늦었다고 생각했다. 지금 또 이렇게 난자 동결을 한다니까 그거 하는 것보다 신랑감을 찾는 게 더 낮지 않나란 생각을 한다"고 털어놨다.
고준희는 비혼주의자가 아니라고 밝히면서 아이를 꼭 낳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는 "예전에 난자 동결하러 간다고 했을 때 쉽지 않다고 하더라. 신경 써서 주사도 맞아야 하는데, 잘 챙기지 못했다. 광고 찍고 하면 항상 다이어트 하고 그럴 때라 몸을 좋게 만들지 못해서 난자를 많이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고준희는 "시간 맞춰서 집에서 배에다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며 "열흘 동안 몸이 나른하고 졸리다"고 고충을 전했다.
어머니는 "힘들어도 두세번 더 했으면 좋겠다 연거푸 바로 해야 했는데 우리가 시기를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고준희는 "이건 엄마에게 얘기하지 않은 건데 처음 난자 채취를 할 때 수술실에서 몇 개 나올 거라고 얘기를 해준다. 나한테 다섯개 나올 것 같다더라. 주변 언니들에게 들은 건 열 개에서 열다섯개가 기본이고, 친한 언니는 마흔개가 나왔다고 했다. 난 그게 당연한 건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나한테 다섯개라고 해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차이가 너무 나는 거다. 대성통곡을 했다. 내 삶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연예인을 해서 다이어트를 해서 내 몸이 망가지고 난자가 다섯개 밖에 나오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다"고 떠올렸다.
서울의 한 난임병원에 방문한 고준희는 담당의를 만나 전날 받은 초음파 결과를 전달받았다.
담당의는 "예전에 촬영 이런 것 때문에 수면도 불규칙하고 그랬다. 컨디션 좋을 때 해보면 괜찮나 생각해 봤을 때 크게 변화는 없지 않을까 싶다. 더 나빠지기 전에 난자를 동결하는 게 나중에 아기를 낳기 위해 더 좋은 방법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고준희 "임신하는 거랑 똑같이 엽산 같은 거 먹어야 한다더라"라고 물었고 담당의는 "엽산, 코큐텐, 비타민D, 오메가3"라고 답했다.
고준희는 "주변에서 내일의 난자보다 오늘의 난자가 좋다고 해서 준비가 안 된 상태인데 빨리 가서 시작해 버렸다. 그런데 비용이 만만치 않더라. 비보험이고 미혼자는 혜택을 받기가 힘들더라"고 고백했다.
담당의는 "일반 시험관 아기 하는 환자들과 비교했을 때 비용 부담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리고 난자를 동결했을 때 100퍼센트 다 얼려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녹여서 쓸 수 있는 건 10개 중 7~8개다. 기술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두 개 정도는 세포가 못 이긴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여러 개 모아놔야지 임신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20~25개 정도 있어야 시험관 아기 1회 해 볼 확률이 있다고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준희는 "20대 때 하는 게 좋은 것 같다"며 후회했다. 이에 담당의는 "사람들은 건강할 때 해놔야겠다는 생각을 안 하게 된다. 준희 씨도 바쁜 시기에 하기 힘들었을 거다. 하게 되면 목표한 개수 도달할 때까지 하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고준희는 3, 4회차까지 난자 채취를 할 계획이다. 그는 "아기를 위해 해야 한다"며 "보통이 아닌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이어트가 뭐라고 진짜 안 좋은 것 같다. 왜 하필 나는 다이어트를 할 때 검사를 받으러 올까. 작년보다 수치는 조금 올라가긴 했는데 큰 의미는 없다고 하더라. 약을 먹어서 난자의 퀄리티를 좀 올려보자고. 먹어야 하는 약들이 있다"며 30만원어치 영양제를 구입했다.
제작진이 "남자를 만나는 게 시간도 아끼고 돈도 아끼는 방법"이라고 말하자 고준희는 "그게 말처럼 쉽냐. 약을 먹고 건강해져서 난자를 얼리러 다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난자 냉동은 임신과 출산을 미리 준비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젊고 건강할 때 난자를 채취해 냉동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향후 임신 시 나이로 인한 난자의 질 저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8년, 차병원이 세계 최초로 '유리화 난자동결법'을 개발하며 본격적인 난자 동결 시대를 열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의 난자 은행이 설립했다.
초기에는 난자 냉동이 주로 항암 치료를 앞두거나 난소 기능 저하가 우려되는 질환을 앓는 여성 환자들을 위한 시술로 사용됐다. 최근 들어 결혼과 출산을 지연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난자 냉동을 선택하는 미혼여성이 늘고 있다.
차병원 30난자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4년 33건에 불과했으나 2021년 이후 매년 1000여 건 이상 미혼여성의 난자 보관이 이루어지고 있다. 고준희에 앞서 방송인 겸 미국 변호사 서동주도 가임력 검사 후 난자를 냉동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출산을 희망하는 미혼여성들 사이에서도 난자동결 시술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부 지자체에서도 미혼 여성에게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는 장래 임신·출산 계획이 있어 가임력 보존을 희망하는 20∼49세 여성에게 난자 채취를 위한 사전 검사비 및 시술 비용의 50%를 최대 200만원까지 생애 1회 지원하기로 했다.
난자를 동결하려면 호르몬 검사, 초음파, 건강 상태 등의 검사를 받고 일정 기간동안 복부에 배란 유도제를 투여해 여러 개의 난포를 동시에 자라게 한다.
주사 기간 중 병원에 방문해 난포의 성장 상태를 확인하고 성숙된 난자가 확인되면 배란 유도 주사(hCG)를 맞는다.
배란 유도 주사를 맞은 후 병원에서 채취 시술을 받는다. 시술 시간은 15~30분 가량 걸린다. 이렇게 채취한 난자 중 건강한 난자를 냉동 보존하게 되는 것이다. 비보험 항목이라 1회 시술하는 데 약제비, 검사비 등을 포함해 300만원에서 500만원 이상이 든다.
신지은 분당차여성병원 난임센터 교수는 "30세가 넘어서도 당장 결혼 계획이 없는 경우나 나이와 상관없이 난소기능 저하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가임력 검진을 하고 35세 전후로 난자를 보관하는 것이 향후 임신을 위한 대비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난자 보관은 임신과 출산에도 쓰이지만, 앞으로는 난자를 이용한 줄기세포로 치료제 개발로 인해 노화로 인한 질병 치료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