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가 학교 폭력 가해자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디지털 사적 제재’ 열풍에 휩싸였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해자와 그 가족의 신상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폭로되면서, 법적 처벌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회적 매장이 현실화됐다.
● “공권력 대응 늦다”…인터넷 자경단, 사적 복수
최근 도치기현의 한 고등학교 화장실에서 발생한 무차별 폭행 영상이 엑스(X) 등 주요 소셜미디어에서 조회수 1억 회를 돌파하는 등 일본 내 학교 폭력 영상들이 줄줄이 게시되며 파장이 일었다.
‘타키자와 가레소’와 ‘코레코레’ 등 대형 폭로형 유튜버를 비롯해 ‘데스돌 노트’와 같은 인터넷 자경단 계정들은 학교 폭력과 직장 내 갑질 등에 즉각 대응했다. 이들은 가해자의 성명과 얼굴, 소속 학교는 물론 가족의 직장 정보까지 파악해 온라인에 공개했다.
분노한 누리꾼들은 학교와 해당 기업에 1000통 이상의 항의 전화를 걸며 사회적 응징을 시도했다. 온라인상에서는 공권력의 대응이 늦다는 비판과 함께 직접적인 사적 복수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기존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이 낳은 결과로 분석했다. 특히 가해자가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닌 연령대일 경우, 국민의 법 감정과 실제 처벌 수위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인 집단행동에 나선다는 것이다.그러나 사적 제재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신상 공개가 가해자의 교화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고, 무고한 가족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는 ‘현대판 연좌제’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사실관계가 왜곡될 경우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입히거나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할 위험성도 크다. 공권력에 대한 신뢰 회복과 인권 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가운데, 디지털 응징 문화는 일본 사회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남았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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