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웠다가도 강등 위험이 다가오면 생존에만 집중하게 된다.”, “단순한 시장 논리로 봤을 때 지금도 1부리그 구단 수는 많다.”
프로축구 K리그1 적정 팀 수를 두고 상반된 의견이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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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 수원FC 단장이 2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경영관 SKT홀에서 열린 2025 K리그 주요 현안 공청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번 공청회는 K리그1 적정 팀 수와 K리그 외국인 선수 쿼터 제도를 주제로 열렸다. 왼쪽부터 구창용 제주 SK 대표, 최 단장, 유성한 FC서울 단장, 위원석 대한축구협회 소통위원장, 홍재민 기자, 김재성 K리그 TSG 위원. 사진=연합뉴스 |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3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한양대 경영관 SKT홀에서 2025 K리그 주요 현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서호정 기자가 사회를 맡았고 최순호 수원FC 단장, 구창용 제주SK 대표, 유성한 FC서울 단장, 위원석 대한축구협회 소통위원장, 홍재민 기자, 김재성 K리그 기술연구그룹(TSG) 위원, 김보경 FC안양 선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이 외에도 K리그1·2 구단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주요 현안은 △K리그 외국인 선수 쿼터 제도와 △K리그1 적정 팀 수·전체 디비전 구조 검토였다. 안치준 연맹 구단지원팀장은 K리그1·2를 경기 수, 관중 수, 매출, 인건비, 입장권 수입 등으로 비교했다. 또 리그 참가 수 팀에 따른 장단점을 설명했다.
K리그2는 오는 2026년부터 17개 팀 체제로 확대된다. 현재 K리그1 12개 팀을 합하면 총 29개 팀이 된다. 여기에 2027년부터 K3리그도 승강제가 시행되는 만큼 K리그1 적정 팀 수와 리그 전체 디비전 구조, 최대 3개 팀이 강등될 수 있는 ‘1+2’ 승강 시스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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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준 한국프로축구연맹 구단지원팀장이 2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경영관 SKT홀에서 열린 2025 K리그 주요 현안 공청회에 참석해 K리그 외국인 선수 쿼터 제도에 관해 발제하고 있다. 이번 공청회는 K리그1 적정 팀 수와 K리그 외국인 선수 쿼터 제도를 주제로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
선수 출신인 김재성 위원은 1부리그 숫자가 늘면 리그에 다양성이 생길 것이라 말했다. 그는 “1부리그 구단 숫자가 늘어나면 대진이 다양해지고 전국적인 팬 증가, 새로운 이야기가 생길 수 있다”면서도 “양적 팽창이 질적 저하를 동반한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고 기대와 우려를 전했다.
그는 “TSG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건 K리그 팀들이 다들 안정감 있는 수비, 빠른 공격이라는 비슷한 축구를 한다”며 “과연 팬들이 매 라운드 똑같은 축구를 보고 싶어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팀 수가 늘어나면 강등 부담을 덜면서 다양한 축구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구단도 확실한 철학과 게임 모델을 갖고, 지도자도 더 좋은 축구를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역 생활 중인 김보경은 “한 팀과 최소 3번, 많게는 공식 대회에서 6차례까지 만날 수 있다”며 “1부리그 팀 숫자가 늘면 더 다양한 대진 속에 서로 다른 축구 스타일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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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FC안양 김보경이 2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경영관 SKT홀에서 열린 2025 K리그 주요 현안 공청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번 공청회는 K리그1 적정 팀 수와 K리그 외국인 선수 쿼터 제도를 주제로 열렸다. 왼쪽부터 위원석 대한축구협회 소통위원장, 홍재민 기자, 김재성 K리그 TSG 위원, 김보경. 사진=연합뉴스 |
반대 의견도 있었다. 홍재민 기자는 “단순한 시장 논리로 보면 일반 기업이 생산량을 늘리기 전에 ‘이 제품을 다 팔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한다”며 “K리그 관중이 조금씩 늘고 있는 건 긍정적이고 반가운 추세지만 배부르게 먹고 살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솔직히 국내 시장 규모에서는 지금도 1부리그 팀 숫자가 많다”며 “‘다 같이 못살자’는 말처럼 무리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위원석 위원장도 “최상위 리그 팀 숫자는 지금보다 줄어야 한다”며 “이제 돈 버는 구단, 리그를 만들어야 한다. 세금에 의존하는 구단, 리그에 머무르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최상위 리그를 출범하고 그 밑에 1·2부리그를 배치하는 혁명적인 구조를 고민하고 시도해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유성한 서울 단장은 위 위원장 혁신적인 의견에 공감한다면서도 “구단의 현실적인 부분을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부리그 팀 수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질적 하락, 양적 팽창을 말하기 전에 승강제와 연결된 현실이 있다”며 “K리그는 절반이 생존 싸움을 벌여야 하는데 여름 이적시장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선수단 투자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단장은 “강등되면 스폰서, 모기업 투자 등이 줄어들기에 방향성이 아닌 존폐가 중요한 상황이 된다”며 “지금은 모든 팀이 성적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현실적인 문제를 전했다. 아울러 “승점을 따진 못해도 상대에 주지 않는 축구를 하게 되는데 구단 수가 늘어서 강등 부담이 완화되면 목표에 맞는 운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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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 수원FC 단장이 2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경영관 SKT홀에서 열린 2025 K리그 주요 현안 공청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번 공청회는 K리그1 적정 팀 수와 K리그 외국인 선수 쿼터 제도를 주제로 열렸다. 왼쪽부터 구창용 제주 SK 대표, 최 단장, 유성한 FC서울 단장. 사진=연합뉴스 |
최순호 수원FC 단장은 “아직 K리그 환경에 장밋빛 미래는 무리”라며 “먼저 아래쪽을 단단하게 하면서 안정성, 건전성을 갖췄을 때 최상위 리그 출범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계적으로 1부리그 12개 팀에서 14개, 16개 최대 18개까지 목표를 세우고 가야 한다”며 “경제, 인구 문제 등이 있기에 상황에 따라 맞춰가는 게 현실적이지만 이른 시간 안에 14개 팀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구창용 제주SK 대표은 현재 승강제 시스템에서 중장기적인 그림을 그리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단 개선, 유소년 육성 시스템, 시설 개선 등 여러 가지를 계획했는데 성적이 나빠지자, 장기적인 과제를 미루고 이적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2년을 보냈다”며 “1부리그 12개 팀에서 ‘1+2’ 승강제도가 맞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1부리그 구단 숫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강등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매해 살아남는 거뿐만 아니라 조금 더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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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준 한국프로축구연맹 구단지원팀장이 2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경영관 SKT홀에서 열린 2025 K리그 주요 현안 공청회에 참석해 K리그 외국인 선수 쿼터 제도에 관해 발제하고 있다. 이번 공청회는 K리그1 적정 팀 수와 K리그 외국인 선수 쿼터 제도를 주제로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
구 대표는 “현재 제도로는 6개 팀이 강등 걱정을 하고 생존 확률이 있지만 3개 팀은 강등권이라고 생각한다”며 “결국 지키는 축구, 재미없는 축구, 승점 안 주는 축구를 하게 된다. 팬들의 인내심은 바닥나고 지도자는 고통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돈 버는 리그, 최상위 리그 출범 의도에 공감하지만, 아직 돈 버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지금보다 강등 걱정을 덜면 팀마다 우승, 다음 시즌 준비, 시설 개보수의 해 등으로 운영하면서 구단 가치를 올릴 수 있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돈도 못 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