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진 갑질 의혹'이 불거진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인사청문위원들로부터 맹폭을 받았다. 여당 위원들은 야당 위원들을 향해 "정책 질문을 하라"면서 강 후보자 엄호에 나섰지만, 야당 위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파고들었다. 야당은 의혹이 충분히 소명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가운데, '후보자의 소명을 지켜보고 최종 임명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대통령실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강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시작 10여분 만에 정회되며 여야의 긴 시간 접전을 예고했다. 야당 위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강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이는 강 후보자 지명 이후 강 후보자의 전직 보좌진들이 여러 언론을 통해 쓰레기 분리수거, 변기 비데 수리 등 공무가 아닌 사적인 일을 부당하게 시켰다는 내용이다. 해당 의혹을 가운데 둔 야당 위원들의 공세는 오후 6시를 넘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강 후보자는 오전 청문회에서 "저로 인해 논란이 있었던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 논란 속에서 상처받았을 보좌진들께 심심한 사과를 드리는바"라고 일찌감치 사과했다. 이어지는 지적에도 "이 논란으로 인해 여러 가지 마음의 상처를 입으셨을 분들 관련해서는 모두 다 제 부덕의 소치다.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거듭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야당 위원들의 문제 제기는 끊이질 않았다.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은 쓰레기봉투를 들어 보이면서 강 후보자에게 따져 묻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강 후보자의 구체적인 해명도 나왔다. 그는 보좌진에게 자택에서 나온 쓰레기를 대신 버리라고 했다는 의혹에 "전날 밤에 먹던 것을 아침으로 먹으려고 차로 가지고 내려갔던 적도 있다"며 "그것을 다 먹지 못하고 차에 남겨 놓고 그 채로 내린 것은 저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망가진 변기 비데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했다는 보도에 대해선 "다소 과장됐다"며 "여의도 의원회관에 있는 보좌진이 아니라 집에서 차로 2분 거리인 지역사무소의 보좌진에게 '어떡하면 좋겠냐'고 조언을 구하고 부탁드렸던 사안"이라고 했다.
강 후보자가 의혹을 제기한 전직 보좌관에 대한 법적 조치에 나섰다는 내용은 특히 여야 간 불꽃이 튀겼다. 야당 위원들은 '강선우 의원으로부터 전달됨'이라고 적힌 메시지 전문에 "악의적으로 허위 사실을 제보하고 있는 전직 보좌진 2명으로 파악. 2명 모두 법적 조치"라고 쓰여 있다는 점을 들어 강 후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강 후보자는 "공식 자료가 아니며, 청문회 준비단 내부에서 오간 아이디어가 유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당은 야당 간사인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강 후보자를 향해 '고운 얼굴로 거짓말을 했다'고 한 것이 "인신공격성 발언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강 후보자가 감정에 복받친 듯 울컥한 대목도 있었다.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 있는 자택과 별도로 광화문에서 주로 생활해, '위장전입 의혹'이 있다는 질의에서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강 후보자는 "제 가족이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입을 떼고 눈물을 참더니, 이어 "21대 총선 이후로 지역구인 강서갑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면서 "아이가 기존 친구들과 자주 만날 수 있고 본인이 익숙한 환경에서 조금씩 적응할 수 있도록 광화문 집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강 후보자가 부적격 인사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13일 강 후보자를 콕 집은 낙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인사청문회를 통해 본인들의 소명을 지켜보고 판단한다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답했다. '소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향후에도 낙마를 시킬 수 있다는 거냐'는 물음에는 "인사청문회는 국민과 국회의원 앞에서 여러 의혹도 해명하고 자격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는 장으로 알고 있다"며 "그곳에서 국민적 의혹에 설명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내가 누구인지 혼란스럽고 이 세상도 거칠기 한이 없다고 느낄 아이들에게 여성가족부가 장막을 걷어주고 귀히 여기며 대한민국의 단단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 책임을 다하겠다"며 "나를 안아주고 당당하게 행복해도 되고, 혼자 걷는 연습을 조금은 늦게 해도 되는 내 본연의 모습으로, 우리 원래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쉼이 곧 가족이 될 수 있도록 행정의 크고 작은 경계들을 허물고 메우겠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