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정부기관도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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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티빙·SK텔레콤 등 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제는 정부 사업에서까지 비슷한 사고가 터지며 집단소송 확대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민간 영역에 국한됐던 개인정보 유출 리스크가 공공 부문으로까지 번지면서, 기업은 물론 정부 기관도 법률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형 공동소송 번지는 유출 사고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운영한 ‘모두의 창업’ 사업에서는 5000명의 개인정보와 창업 아이디어가 외부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사고 발생 약 한 달 전 보안업체 젠토가 API 보안 취약점을 창업진흥원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져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정부기관도 '정조준'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이미 대형 공동소송으로 이어지는 추세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는 법무법인 LKB평산과 대륜, 지향, 도울, 노바, 일로 등이 피해자 모집에 나섰고, 티빙 사건은 지향, 결혼정보업체 듀오 사건은 YK가 각각 공동소송을 진행 중이다.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건 역시 약 9000명이 참여한 12건의 공동소송이 이뤄지고 있다. 한 로펌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대규모 원고단을 모집하는 새로운 소송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현행법상 집단소송 대상이 아니어서 피해자들이 직접 원고로 참여하는 ‘공동소송’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 중인 집단소송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현행 증권 분야에 한정된 집단소송이 개인정보 침해와 소비자 피해, 제조물 책임 등 일반 손해배상 사건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개인정보 침해를 넘어 경쟁법 위반과 담합 사건까지 집단소송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29일 소비자 14명과 중소 PC 조립·유통업체 3곳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상대로 D램 공급을 인위적으로 제한해 가격을 조작했다며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범용 D램 가격 상승으로 아이패드와 맥북 등 완제품 가격까지 인상됐다며 손해액의 3배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옵트아웃’ 도입 놓고 엇갈리는 시각

기업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옵트아웃(opt-out)’ 방식과 일부 소급 적용 규정이다. 옵트아웃은 소송에서 제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판결 효력이 미치는 제도다.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도 별도의 의사 표시가 없으면 집단에 포함돼 판결 효력을 받는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는 시행 이전 발생한 사건에도 적용하는 소급 규정이 포함되면서 기업은 법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민법 전문 변호사는 “집단소송법안이 시행되면 소송 제기 자체만으로도 기업의 평판과 투자에 영향을 미쳐 조기 합의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미국에서는 집단소송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 실제 판결보다 합의로 종결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소비자단체와 일부 법조계는 현행 공동으로 진행되는 소송만으로는 대규모 피해를 실효적으로 구제하기 어렵다며 집단소송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를 대리하는 윤웅걸 LKB평산 대표변호사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가 3400만명에 달하지만, 실제 소송 참여자는 2%도 되지 않아 집단소송법이 시행되지 않는 한 진정한 의미의 피해 구제가 이뤄지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실제 배상 규모와 별개로 집단소송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기업들이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단순한 보안 이슈를 넘어 대규모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만큼 기업도 초기 대응과 내부 통제 체계를 법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선희 율촌 변호사는 “개인정보 유출은 사고 자체보다 초기 대응이 훨씬 중요하다”며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가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전담 조직에 충분한 인력과 예산,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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