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이란 단어를 들어본 적 있나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일신여자상업고등학교 강의실. 정윤회계법인 파트너로 활동 중인 박정연 전 JP모건자산운용 한국 대표이사의 질문에 교실이 잠시 조용해졌습니다. 은행과 증권사에 비해 다소 낯선 개념이었기 때문입니다.
박 전 대표는 학생들의 반응에 웃으며 말했습니다. “괜찮아요. 저도 회계사가 되고 나서야 들어본 단어였거든요.”
이날 특강은 금융권 취업을 준비 중인 일신여상 금융정보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2026 청소년 경제교육 프로그램’ 일환이었는데요. 강의에서는 주식과 채권, 펀드, ETF, 퇴직연금, 벤처캐피털 등 다양한 금융 개념이 소개됐습니다. 박 전 대표는 어려운 용어를 단순 정의로 설명하기보다 실제 사례와 일상 속 비유를 통해 학생들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영문학도였던 박 전 대표는 삼성물산 경영관리본부 결산팀에서 회계를 처음 접한 뒤 한국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이후 JP모건자산운용 홍콩 법인 등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글로벌 금융시장과 자산운용업 실무를 경험했는데요. 점심시간 직후 이어진 강의였지만, 학생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세를 고쳐 앉으며 강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강의는 ‘운영’과 ‘운용’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에서 시작됐습니다. 박 전 대표는 “운용은 쉽게 말해 돈을 굴린다는 뜻”이라며 “돈이 될 만한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만들어내는 산업이 바로 자산운용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펀드 구조를 사례 중심으로 소개했습니다. 그는 “1000억원짜리 건물을 개인이 혼자 사기는 어렵지만, 펀드를 활용하면 100만원으로도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며 “자산운용업은 부자만을 위한 산업이 아니라 소액 투자자도 대규모 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조라는 점에서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박 전 대표는 학생들에게 익숙한 ETF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며 투자자들의 오해도 짚었습니다. 그는 “ETF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과거에는 코스피200처럼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특정 산업·원자재·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ETF가 늘어나 상품별 위험 수준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펀드나 ETF를 볼 때는 기준가와 순자산, 수수료, 추적오차, 괴리율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며 투자상품을 단순한 이름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의는 자연스럽게 자산운용사의 실제 업무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박 전 대표는 금융회사의 조직이 크게 프런트 오피스, 미들 오피스, 백 오피스로 나뉜다고 설명했는데요. 금융권 취업을 준비 중인 학생들에는 앞으로 실제 현장에서 접하게 될 업무인 만큼 관심도 높았습니다.
프런트 오피스는 투자를 결정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부서입니다.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와 실제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금융상품을 설명하고 자금을 유치하는 세일즈·마케팅 부서가 여기에 속합니다.
미들 오피스는 위험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대표적으로 리스크 관리와 컴플라이언스 조직이 있는데요. 펀드가 약속된 방식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특정 자산에 위험이 과도하게 집중되지는 않았는지, 법규를 위반한 부분은 없는지 등을 점검합니다.
백 오피스는 회계와 운용 지원 업무를 담당합니다. 투자자의 자금을 다루는 만큼 회계처리가 정확해야 하는 중요한 부서라는 설명도 이어졌습니다.
특강 끝 무렵에는 금융권 취업 준비에 필요한 자격증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박 전 대표는 자격증 자체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안내했습니다. 그는 “저 역시 우연한 선택들이 쌓여 지금의 커리어가 만들어진 사람”이라며 “현재 맡은 일에 충실하다 보면 다음 기회는 자연스럽게 열린다”고 진심 어린 조언을 전했습니다.
이번 강의에 참여한 주하은 2학년 학생은 “평소 실무는 괜찮은데 이론을 공부할 때 어렵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회계와 금융 쪽 취업을 희망하고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학년인 김정윤 학생도 “처음엔 운용사 쪽은 관심이 없다가 이번 강의를 통해 흥미가 생겼다”며 “필요한 자격증 등 실무와 관련한 내용이 많아 좋았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특강이 열린 일신여상은 금융·사무·회계 분야 전문 인재를 양성해 온 서울 동남권 대표 특성화고등학교입니다. 1949년 개교 이후 금융권과 공공기관, 대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여성 전문 인재를 꾸준히 배출해 왔습니다. 체계적인 취업 연계 프로그램과 현장 중심 교육,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학생들의 실무역량과 직업윤리를 함께 키우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단순히 자격증 취득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금융 실무 중심 특강과 진로 교육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변화하는 금융산업에 대응할 수 있는 여성 전문 인재 양성에 힘쓰겠다”고 말했습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학생들에게 투자 원칙이자 인생 조언 같은 한마디를 남겼는데요. 그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기회는 계속 생깁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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