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수가 개편에 '필수검사 인프라'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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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성 희소질환 판별을 위한 세포면역 검사, 장기이식 기증자 상태 파악을 위한 혈액검사 등이 국내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검체검사 수가(건강보험 가격)를 대폭 손질하는 과정에서 희소·중증질환 관련 검사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필수 의료를 살리겠다며 추진한 개편이 정작 필수 검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가 40%포인트 인하 추진

검체수가 개편에 '필수검사 인프라' 무너지나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통해 올해부터 추진할 검체검사 수가 개편안을 공개했다. 올해 안에 검체검사 원가 보전율을 현행 190%에서 150% 수준까지 낮추고 2년 뒤인 2028년 110%로 조정하는 게 골자다. 복지부는 이달 말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검체검사는 혈액이나 소변, 뇌 척수액 등의 성분을 분석할 때 활용된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의 원인 바이러스나 세균이 몸속에 있는지 파악하고, 혈우병 등 희소질환 유무를 확인하는 데도 쓰인다. 복지부는 의료기관 회계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이런 검사에 매겨진 수가가 원가보다 90%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낮춰 생기는 수조원 가량의 건강보험 재원을 지역·필수·공공 의료 육성에 활용하겠다는 명분이다.

문제는 실제 희소 검사 등을 맡는 전문기관의 수익성이 과도하게 낮아진다는 점이다. 검체검사 시장은 위탁기관(의원 등)과 수탁기관(전문 업체), 자체검사 기관 등이 혼재한다. 자금 여력이 크지 않은 동네 병·의원 등은 혈액이나 소변만 채취한 뒤 전문기관에 분석을 맡긴다. 대학병원 등은 연구용 장비를 갖춰 일부는 자체 수행한다. 이들도 환자가 적어 수익성이 낮은 희소검사 등은 전문기관에 맡긴다. 그럼에도 지난해 기준 검체검사 위·수탁 기관에 지급된 건강보험 재정(2조4000억원) 중 60%는 위탁기관 몫이었다. 검사를 맡기는 위탁기관과 이를 수행하는 수탁기관 간 ‘갑을 관계’가 뚜렷하다 보니 위탁기관인 동네 병·의원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돈을 버는 ‘왜곡된 구조’가 굳어졌다. 위탁기관 몫이 크면 과잉검사 주문이 증가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의원 몫 더 줄여야 운영 가능”

제도가 바뀌면 올해 하반기부터 의원 등 위탁기관에 돌아가는 수가 비율은 40%까지 낮아진다. 하지만 실질적인 검체검사 업무를 맡지 않는 위탁기관에 돌아가는 몫이 여전히 높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당초 정부가 적정하다고 판단했던 위탁관리료율은 10%다. 의료계 목소리만 과도하게 반영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병원 진단 전문의 등으로 구성된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대한의사협회 등 일부 의료계가 검체검사 위탁기관 배분율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며 “제도의 근본적 모순을 외면한 채 위탁기관 기득권만 유지하려는 억지 논리”라고 했다.

정부안대로 수가가 조정되면 이들 수가는 지금보다 30~52%가량 깎인다는 게 학계 설명이다. 국내 한 대학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수탁기관들이 수익성 악화로 검사를 포기하면 진짜 ‘필수 검사’는 고사할 것”이라며 “환자 혈액을 해외로 보내야해 한국의 ‘빠른 의료’도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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