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웃으려 여름에 울어요”

16 hours ago 2

내년 첫 올림픽 준비중인 스피드스케이팅 차세대 스타 이나현
하얼빈 亞게임 4종목 모두 메달… 종합대회 데뷔전서 ‘깜짝 성적’
스쾃 160㎏-데드리프트 130㎏… ‘바이크 인터벌’로 땀-눈물 범벅
“너무 힘들어 하기 싫은 때도 있지만 그럴땐 하얼빈 영광의 순간 떠올려”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차세대 스타 이나현이 4일 서울 송파구 한국체육대 빙상장에서 쇼트트랙 부츠의 끈을 고쳐 매고 있다. 요즘 그는 더 강한 원심력을 이겨내는 훈련을 하기 위해 스피드스케이팅 링크 대신 쇼트트랙 링크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차세대 스타 이나현이 4일 서울 송파구 한국체육대 빙상장에서 쇼트트랙 부츠의 끈을 고쳐 매고 있다. 요즘 그는 더 강한 원심력을 이겨내는 훈련을 하기 위해 스피드스케이팅 링크 대신 쇼트트랙 링크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차세대 스타 이나현(20·한국체육대)은 자신의 종합대회 데뷔전이던 2025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에서 빙상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대회 전 메달 후보로 꼽히지 않았던 그가 출전한 네 종목에서 모두 시상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이나현은 개인전 100m와 팀 스프린트에서 금메달을 땄다. 개인전 500m와 1000m에선 각각 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 2월 중국 하얼빈의 영하 30도 혹한 속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웃었던 이나현은 요즘 30도가 넘는 폭염과 싸우며 자신의 첫 ‘올림픽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 시즌 중인 내년 2월에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이 열린다. 4일 서울 송파구 한국체육대 빙상장에서 만난 이나현은 “(다가올) 겨울에 웃기 위해 여름에 울고 있다”고 말했다.

이나현에게 여름은 ‘스피드스케이팅’과 가장 멀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속도를 내는 데 필요한 근력을 키우는 웨이트트레이닝과 공기 저항 등을 줄이는 자세 훈련에 주로 집중하기 때문이다.


매주 수요일 이나현은 스스로 “울면서 탄다”고 말할 정도로 강도 높은 바이크 훈련을 한다. 강한 힘을 줘야 페달을 돌릴 수 있게 설정한 바이크 타기와 스케이팅 자세 훈련을 혼합한 인터벌 훈련이다. 이 훈련을 마치면 얼굴은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다고 한다. 근력 운동도 꾸준히 소화했다. 지난해 여름에 120kg까지 소화했던 스쾃 최대 중량은 올여름 160kg까지 증가했다. 110kg이던 데드리프트 최대 중량도 1년여 만에 130kg이 됐다. 이나현은 “정말 (훈련을) 하기 싫은 순간도 있다. 그럴 때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생각하면 기분 좋게 운동할 수 있다”면서 “여름에 운동을 많이 해야 겨울에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여름 빙상 훈련은 주로 스피드스케이팅 링크가 아닌 쇼트트랙 링크에서 한다. 이날 만난 이나현은 스피드스케이팅 부츠가 아닌 쇼트트랙 부츠를 신고 있었다. 코너를 돌 때 자세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훈련을 하기 위해서다. 쇼트트랙 링크의 코너 반지름(8m)은 스피드스케이팅 링크 코너 반지름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 때문에 선수가 쇼트트랙 링크에서 코너를 돌면 스피드스케이팅 링크보다 3배가량 강한 원심력을 이겨내야 한다고 한다.

이나현은 다음 주 일본에서 열리는 전지훈련에서 4개월여 만에 스피드스케이팅 부츠를 신을 예정이다. 이나현은 “근력도 더 좋아졌고, 자세 훈련도 성실히 한 만큼 다시 스피드스케이팅 부츠를 신고 얼음 위에 섰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500m가 주 종목인 이나현은 지난 시즌 시니어 데뷔 후 처음으로 상위 랭커 20명이 경쟁하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디비전A에서 디비전B로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다. 손상된 부츠의 날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날을 다시 바꾸고 출전한 월드컵 3차 대회(디비전B)에서 500m 시즌 최고기록(37초445)을 쓰며 분위기를 바꿨다. 디비전A 복귀전이던 월드컵 5차 대회 2차 레이스에선 이 대회 개인 역대 최고 성적인 4위(38초151)에 자리했다. 이나현은 “내가 시즌 초반에 좀 헤맬 때가 있다. 어떻게든 디비전A에서 살아남으려고 애쓰다가 디비전B로 내려가 보니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해져 실전에서도 연습처럼 원하는 경기력이 나왔다. 이런 것도 다 경험이다”라고 돌아봤다. 이나현의 시선은 내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으로 향하고 있다. 이나현은 “‘열심히 연습한 것을 잘 실행하면 기록은 저절로 좋아진다. 경기가 잘 풀리면 (올림픽 메달을) 일찍 딸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메달을 딸 때까지 도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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