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주도권이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급격히 쏠리면서 대형 로펌들의 생존 전략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자금력과 환율 이점을 앞세운 해외 사모펀드들이 조(兆) 단위 딜을 독식하자, 로펌들 역시 이들의 입맛에 맞춘 글로벌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M&A 시장의 주도권은 토종 사모펀드가 이끌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2023~2024년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조단위 대형 거래의 70% 이상을 쓸어 담으며 시장을 주도했다. 외국계 역시 주요 딜의 원매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국내 사모펀드의 협상력과 네트워킹 능력이 한수위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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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시장의 공수는 완전히 바뀌었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고환율이다. 올해 달러당 1446.7원으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561.5원까지 치솟았고 현재도 155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달러를 쥔 글로벌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한국의 우량 자산을 최대 20%까지 저렴하게 사들일 수 있는 바겐세일 환경이 조성됐다.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 역시 토종 사모펀드를 위축되게 만드는 요소다. 지난해 홈플러스 사태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모펀드 규제를 유럽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규제 강화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차입매수 및 자산매각 시 금융감독기관 보고 의무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상장사 인수 시 의무 공개매수제도 역시 외국계 사모펀드에 유리한 제도로 꼽힌다. 경영권 지분 외에 일반 주주 지분까지 강제로 매수해야 하는 만큼 딜 규모 자체가 종전보다 수천억원 이상 불어나게 되면서다. 글로벌 시장에서 수십조원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를 굴리는 글로벌 사모펀드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판을 깔아준 꼴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글로벌 사모펀드들도 한국 시장을 정조준하며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올해 들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를 비롯해 칼라일, 베인캐피탈,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MS PE), EQT파트너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일제히 한국 사무소의 리더십 재편을 완료했다.
단순 투자를 넘어 국내 출자자(LP)의 자금을 직접 흡수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투자 플랫폼 출범을 선언한 글로벌 헬스케어 전문 사모펀드인 CBC그룹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한국 시장을 직접 타깃으로 삼고 국내 최대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 등과 매칭 펀드레이징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탑티어 자본들이 한국 시장의 큰손 LP들마저 선점해 들어오는 형국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내 사모펀드들이 풍부한 로컬 네트워크를 무기로 해외 자본과 경쟁이 가능했다"며 "현재의 자본력 격차와 규제 환경 속에서는 체급 차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펌들이 외국 변호사 영입에 목을 매는 것 자체가 향후 M&A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확한 선행지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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