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면서 이 후보의 발언들이 선거인(국민) 입장에서 볼 때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상고심 선고에선 대법관 12명 중 10명이 다수 의견으로 이 후보의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을 모두 허위사실 공표로 인정했다.
◇“선거인은 골프 치지 않았다고 인식”
이 후보의 김문기 관련 골프 발언에 대해 대법관 10명의 다수 의견은 “피고인과 김문기의 골프 동반 행위는 피고인과 김문기 간 관계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선거인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독자적 사실로서 주요한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이 후보는 2021년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에서 네 명 사진을 찍어 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해 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어내 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지요”라고 했다. 대법원은 이 발언에 대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그 의미를 확정하면 ‘피고인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판단했다.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고 발언의 허위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원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피고인은 김문기 등과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쳤으므로, 골프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성남시 자체 판단… 국토부 협박 없어”
백현동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판단했다. 원심은 백현동 관련 발언의 의미를 ‘국토교통부의 법률에 의한 요구에 따라 피고인이 어쩔 수 없이 백현동 부지의 용도지역을 변경했다’는 것으로 해석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잘못된 해석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백현동 관련 발언은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인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고 명확히 했다. 그 근거로 “백현동 관련 발언 내용은 모두 구체적인 과거의 사실관계에 관한 진술로서 그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해 증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성남시가 자체적 판단에 따라 용도지역 상향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국토부의 성남시에 대한 압박은 없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국토부가 성남시에 백현동 부지에 관해 이 사건 의무조항에 근거해 용도지역 상향을 요구한 사실도 없다”고 강조했다.
◇선거인 관점에서 해석… 2심 뒤집어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선거의 공정성 확보 필요성에 관한 원칙을 명확히 제시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민주주의의 실현 과정인 선거 절차에서도 선거 공정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충실하게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공직을 맡으려는 후보자가 자신에 관한 사항에 대해 (말하는 경우) 일반 국민이 공인이나 공적 관심사에 대해 의견과 사상을 표명하는 경우와 같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어 “표현의 의미는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니라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며 “발언이 이뤄진 당시의 상황과 발언의 전체적 맥락에 기초해 일반 선거인에게 발언 내용이 어떻게 이해되는지를 기준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허위의 사실’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제시했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말하는 허위의 사실이란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사항으로서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면 충분하다”고 정리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