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철근공 18년 차… 탈북 여성 현명숙의 ‘들꽃 인생’[주성하의 북에서 온 이웃]

1 week ago 20

한국에 입국해 18년째 철근공으로 일하고 있는 현명숙 씨. 2023년 전남 광양에서 일할 때다. “전국 방방곡곡에 제가 건설한 아파트, 닦은 고속도로가 있습니다. 거길 지날 때면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벅차올라 뿌듯합니다.”어느 산업화세대의 회고담이 아니다. 한 탈북민이 느끼는 자부심이다. 탈북민과 관련된 안 좋은 기사가 나오면 ‘이 나라에 벽돌 한 장 쌓지 않고 혜택을 받는다’며 비아냥대는 댓글이 따라붙는 것이 현실이다. 탈북민 현명숙 씨(58)는 이런 비난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다. 누구보다 ‘벽돌’을 많이 쌓았다. 그는 2008년 한국에 정착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18년째 건설 현장에서 철근공으로 일하고 있다.그를 직접 만나 보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작은 키에 가냘픈 여성이 어떻게 남자들도 버티기 어려운 건설 현장에서 그 오랜 세월 일할 수 있는 것일까. 2년 뒤면 환갑을 맞게 되는 나이에도 여전히 현장을 지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족을 위해 그처럼 억척스럽게 살았던 것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는 탈북하기 전에 남편과 하나뿐인 딸을 잃고 혈혈단신 한국으로 왔다.하지만 그가 일당이 많은 건설 현장에 뛰어든 이유는 가족이었으니, 그렇게 번 돈으로 남동생과 여동생을 한국으로 데려왔다. 자식을 위해 몸을 던진 어머니가 아닌, 동생들을 위해 몸을 던진 누나이자 언니의 삶을 살아 냈다.“제 삶은 단순해요. 30대는 중국에서 5년, 북한 감옥에서 5년을 보내며 흘러갔고요. 마흔에 한국에 와서 18년째 건설장에서 철근공으로 쭉 일하고 있습니다.”소녀처럼 수줍게 말하는 앳된 얼굴에서 그가 겪은 처절한 고난의 흔적을 찾아볼 순 없었다. 27세에 남편과 딸을 잃고, 30세엔 어머니를 굶주림으로 잃었고, 37세엔 “죽여라”라고 외치는 마을 사람들 앞에서 인민재판도 받았다. 그렇지만 그는 죽지 않고 살아남아 남해의 도시 경남 창원에 굳게 뿌리 내리고 인생의 다음 단계를 꿈꾸고 있다. 전남 여수 발전소 공사장에서 일할 때인 2023년 쉬는 날을 맞아 인근 갈대밭을 찾은 현명숙 씨. ● 아버지를 잃은 8세 소녀현명숙 씨는 1968년 함경남도 북청에서 4녀 2남 중 셋째로 태어났다.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서울 골목을 누비며 물지게로 물을 길어 날라 주던 북청 물장수들은 근면함과 교육열의 상징으로 유명했다. 현 씨 집안은 일제강점기에도 북청에서 살았으니, 뿌리를 따라 올라가 보면 ‘북청 물장수’ 후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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