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정부, 통상-안보 대미 채널 총동원
“관세 조금의 유예기간 있을걸로 봐”
주한미군-국방비 등 논의 가능성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나선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상호관세 유예 기한이 8일로 만료를 앞둔 만큼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개국에 1차 서한을 보내겠다고 예고한 직후인 6일 정부는 안보 사령탑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미국에 급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 발송 대상에 한국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미국에 통상 협상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여 관세 유예 기한을 연장하고 조기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 담판을 지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위 실장은 방미 기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관세 협상 연장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달 중으로 추진 중인 이재명 대통령 방미 일정 및 한미 정상회담 의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상·안보 고위 당국자 연쇄 방미는 관세 협상 연장과 정상 회동 추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를 미 측에 보이는 차원”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7일 백악관에서 회동하는 일정 등으로 루비오 장관은 8, 9일 방한 일정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부터 각국에 상호관세율을 적시한 서한을 보내겠다면서 관세 부과 시점으로 8월 1일을 언급한 상황이다. 정부도 후속 협상의 시간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보고 8일 전까지 일단 협상 틀에 대한 진전을 이뤄내겠다는 방침이다. 여 본부장은 5일 “상호관세율이 나오더라도 조금의 유예 기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특히 정부는 중장기적인 대미 투자 등 대미 패키지와 미 측이 철폐를 요구하는 비관세 장벽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적극 설명해 관세 인하 또는 면제를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여 본부장은 지난달 23일 워싱턴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산업·에너지 분야 전략적 협력 관계 수립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 본부장은 “관세 협상과 4, 5년 중장기적인 한미 산업 및 기술 협력 등을 다 묶어서 포지티브섬(positive sum·‘제로섬’의 반대말)으로 협상을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소식통은 “양측 관심 사안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진 건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3차 기술협의(지난달 말)부터”라며 “큰 틀의 합의가 이뤄져도 비관세 장벽 등 세부 협의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위 실장도 관세 협상이 한미 동맹에 악재가 돼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관세 협상이 진전돼야 한미 정상회담 개최 시점이 구체화될 수 있다고 보는 기류가 있는 만큼 직접 미국을 찾아 이달 중 이 대통령의 방미 성사를 위한 돌파구를 열겠다는 것. 위 실장은 이날 “(통상·안보) 협의 국면이 중요한 상황으로 들어가고 있어 제 차원에서 관여를 늘리기 위해 방미하게 됐다”고 했다.위 실장은 대미 특사단 파견과 함께 향후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안보 현안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 실장은 협의 주제에 대해 “관세 협상도 있고, 안보 사안도 있다”고 했다. 국방비 증액 문제나 주한미군 역할 및 규모 재조정 문제, 대북 정책 조율 관련 고위급 소통이 위 실장 방미를 계기로 본격화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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