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의 임신과 출산 인식은 광복 이후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을까. 초저출생 시대를 맞은 지금, 그 변화를 인구학·사회학적으로 추적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역사박물관 산하 서울생활사박물관은 최근 '서울 시민의 임신 및 출생 문화'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4일 밝혔다. 이 보고서는 광복 이후부터 현재까지 서울 시민들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인식, 제도, 문화 변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현재 저출생 문제의 배경을 이해하고 정책적 해법을 모색하는 데 의미 있는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생활사박물관은 2020년부터 매년 서울 시민의 생활사를 기록·조명하는 조사연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펴낸 '패션으로 보는 서울의 문화지형도' 등 과거 성과물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 결과물이다.
이번 보고서는 총 7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는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이 출산 문화를 형성하는 맥락을 서술하고, 2장에서는 시대별 인구학적 특징을 분석한 내용을 읽을 수 있다. 광복 이후 현재까지를 △전쟁과 빈곤의 시대 △베이비붐 시대 △현재의 저출생 위기 시대까지 세 시기로 나눠 인구 구조의 변화를 설명한다.
3장과 4장에서는 의료기술 발달, 임신·출산의 상품화, 가족제도의 변화 등을 통해 다산사회에서 저출생 사회로의 전환 과정을 집중 조명한다. 특히 출산을 둘러싼 정책, 여성의 사회진출, 가족의 형태 변화 등이 맞물려 출산 환경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입체적으로 서술했다.
5장은 서울 거주 30대 미혼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응답자들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담, 경제적 불안, 양육 환경에 대한 우려 등을 출산 기피 이유로 꼽았다.
6장에서는 미래 친화적 임신·출산 문화를 위한 정책적 제언이 담겼고, 7장에는 각 시대별 출산 경험자들의 구술 기록이 수록돼 생생한 개인사와 시대상이 함께 소개된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 관장은 "대한민국은 지금 초저출생 사회라는 큰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과거를 돌아보는 이번 조사연구를 통해 미래를 위한 실마리를 함께 찾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서울생활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다. 도서 구매는 서울책방 및 서울생활사박물관 3층 카페에서 가능하다. 가격은 2만1000원이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