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황성호]수사 경찰 이름 없는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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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호 사회부 기자 2024년 6월 1일 부산 북구의 한 도로에서 외제차 한 대가 도로를 역주행해 달렸다. 이 차량은 경부선 철길 앞 담벼락을 들이박더니 급기야 정상 주행 중이던 경차 및 화물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경차에 타고 있던 8세 남자아이가 3주 동안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는 등 총 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고를 일으킨 외제차 운전자는 필로폰을 투약하고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마약 투약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던 그가 현장에서 검거됐을 때 가방에선 필로폰이 나왔다. 하지만 6월 재판부는 필로폰 투약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마약 운전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외제차 운전자가 경찰 조사를 받을 때 상황을 주목했다. 수사를 맡았던 경찰관은 운전자의 소변을 증거물 병에 담고 봉인용 테이프를 붙이지 않은 채 들고 조사실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왔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제출된 소변이 해당 운전자의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소변에선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순 없었다. 대중에게 공개되는 이 사건의 판결문에서 수사 경찰관은 ‘증인 S 씨’라는 익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기소한 검사들은 실명으로 적시됐다. 무죄에 귀책 사유가 있는 사람은 이름이 가려지고, 공소 유지를 담당한 검사들만 실명으로 적시된 것이다. 검사의 이름만 공개된 건 판결문의 양식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40조 제3항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판결서에는 기소한 검사와 공판에 관여한 검사의 관직, 성명과 변호인의 성명을 기재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수사 경찰의 이름을 넣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함께 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이 조항은 검사의 책임 소재를 더 묻도록 강화돼 왔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처음 시행될 땐 공판에 관여한 검사의 이름만 판결문에 쓰이도록 했다. 이후 기소한 검사의 이름도 추가하도록 2011년 개정됐다. 당시엔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 있지 않았으니 수사 책임자를 특정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로부터 15년 뒤 형사소송법이 한 번 더 바뀌었지만 해당 조항은 한 글자도 고쳐지지 않았다. 이번 형사소송법의 개정 취지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아한 대목이다. 검사는 더 이상 수사를 못 한다. 그렇다면 수사를 담당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경찰 등 수사관 이름이 왜 판결문에서 빠져야 하는지 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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